1년 전에 다 풀었는데..재계는 '바이든 방한선물' 고민중

김회승 입력 2022. 5. 16. 19:06 수정 2022. 5. 16. 20: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번 주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열린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터에, 또 다른 방한 선물을 마련해야 하는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워싱턴에서 열린 문재인-바이든 워싱턴 정상회담 때 굵직한 대미 투자 계획은 이미 내놨다는 게 주요 그룹들 입장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기업인 면담 코앞
요청사항 조율 없어 전전긍긍
작년 대규모 투자 약속한데다
공급망·고물가 위기에 더 고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도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주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열린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터에, 또 다른 방한 선물을 마련해야 하는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16일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 주말 한-미 정상회담과 대미 투자와 관련한 대통령실 또는 관련 정부 부처의 요청 사항이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5대 그룹에서 대외담당 업무를 하는 한 임원은 “문재인 정부 때는 정상회담 관련 사항은 청와대에서 직접 조율했다.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용산(대통령실)은 아직 면담 일정 외에는 구체 내용과 관련한 조율이 없다”고 말했다. 재계 단체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면담은 삼성·에스케이(SK)·현대차·엘지(LG) 등 4대 그룹 외에 롯데·한화·오씨아이(OCI)·네이버 등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고민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점에 내놓을 ‘대형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불과 1년 전 워싱턴에서 열린 문재인-바이든 워싱턴 정상회담 때 굵직한 대미 투자 계획은 이미 내놨다는 게 주요 그룹들 입장이다. 4대 그룹의 한 대외협력담당 임원은 “1년 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 향후 3~5년간 대미 투자 계획을 이미 발표했는데, 불과 1년 새 또 다른 신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만들 사정이 없다. 대내적으로 1년 전 약속한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 170억달러(약 21조8천억원)를, 엘지와 에스케이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합작 생산에 14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 등에 74억달러(약 9조5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외신들이 바이든 방한을 앞두고 현대차가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짓는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지만, 이는 신규 투자가 아닌 1년 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4대 그룹은 국내 연간 설비투자 총액의 4분의 1에 이르는 44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4대 그룹들은 당시 반도체와 배터리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협력 파트너의 존재와 소비 시장 근접성, 미국 정부의 조세 감면이나 인프라 제공 등을 고려해 현지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고물가 등에 따른 긴축 시기여서 적극적인 대외 투자를 할 때가 아니라는 점도 재계의 고민거리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수요 초과로 파운드리(위탁생산) 강자인 대만 티에스엠시(TSMC)와 삼성전자가 단가 인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생산 라인 증설은 몇년이 걸리는 문제이고, 공급량이 달리고 있어서 수익성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 역시 대미 신규 투자보다는 애플·구글 등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 기존 투자 약속의 조속한 이행 촉구 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겠냐고 보는 시각이 많다.

4대 그룹의 전략담당 관계자는 “이번엔 정부 사이드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에 적극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등 외교적 차원의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며 “언제일지 모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답방 선물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