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칼럼] 윤석열, '선진정치'의 맏형 될 수 있을까

2022. 5. 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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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취임사에서 '통합' 얘기를 뺀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5월 11일) "오늘은 일부만."(5월 12일, 장관 임명 계획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 집무실 건물로 들어서며 기자들과 대화한 내용이다. 아니, 그렇게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이던 한국의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직장인처럼 출근'을 하다니, 게다가 출근길에 이틀 연속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TV에서나 보던 '선진 정치' 미국 대통령, 일본 총리의 모습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도 진작 이래야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윤 대통령은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지 오래인 한국의 현 국가 시스템을 개혁해 '새 시대를 연 맏형'이 될 수 있을까. 국가 시스템 개혁에 대한 국민과 시대의 요구는 분명하다. 윤 대통령의 의지도 강한 듯하다. 그러나 정치 현실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강공 지속 속에,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 논란 등 초반 실책에 대해서는 지지층에서조차 "보수가 그렇지 뭐…"라는 실망과 자조의 반응이 나오고 있어서다.

사실 새 시대의 맏형을 꿈꾼 건 진보가 먼저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진보가 보여준 새 시대는 '과거로 향한 새 시대'였고 잘못된 방향에다 오만과 내로남불까지 겹치며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선진 정치 시대' 개막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의 앞에 놓여 있는 최대 위협 요인은 단연 한 가지, '안이한 생각'이다. "이렇게 해도 별 일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정치 데뷔 1년 만에 대선 승리를 가능케 해주었던 '공정 상식 법치의 가치'를 배신하는 패착을 두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보건복지부 장관 논란은 커다란 실수였다. 아들과 딸이 모두 자신이 병원장과 처장으로 있던 의대에 학사편입한 것은 그의 주장대로 부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는 반사적으로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래서는 2년 후의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다면, '공정 상식 법치의 가치'를 내로남불하지 않고 지켜가면서 선진 정치의 '상징'과 '실질'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현대 선진 정치의 '상징'에 집중해야 한다. 소통, 겸손, 개방… 등. 우리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정치에서 보는 모습이다. 정치에서 상징은 '변화를 알리는 선언'이다. 그런 이유로 윤 대통령은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과감히 나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용산집무실은 일단 성공적이다. 우리도 혼자 장을 보는 독일 메르켈 전 총리 같은 지도자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국민들의 마음에 생기면, 출발은 상징의 측면에서 성공적인 것이다.

둘째, 이를 바탕으로 선진 정치의 실질을 채워야 한다. 우선 '책임 정치'를 다시 되살려야 한다. 진영의 인기만을 추구하는 팬덤 정치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의 원칙하에 안보, 경제, 복지 등 정책 능력을 결과로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화의 종언과 지정학적 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외교안보, 경제 등의 '국가 대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보수정치인의 모습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능력과 겸손, 국제감각, 세련된 이미지를 그들이 갖추게끔 해야 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박빙의 지지율 우위 속 시작이라는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이한 생각'은 실패로 가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적당히 하려다가는 무난하게 망한다(Slow Death).

다시 출근길 기자들과의 대화(도어스테핑)로 돌아가 보자. 자주 해야 한다. 당연히 불편할거다. 반대하는 참모들도 있을 거다. 그래도 해야 한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동문서답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해야 한다. 이 도어스테핑이 새 시대, 선진 정치 시대의 개막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징을 통해 선진 정치의 실질도 채울 수 있다.

매일 출근길에 듣기 좋은 말이 아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을 자발적으로 만남으로써, 오만과 실패로 가는 지름길인 '구시대의 왕관'을 내려놓고 스스로 경계할 수 있다. 선진 정치 시대, 열릴 때가 됐다. 멋진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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