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푸틴의 '출구전략' 노림수

2022. 5. 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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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푸틴씨, 제발 이 무의미하고 잔혹한 전쟁을 끝내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푸틴씨'로 콕 찍어가며 받아들여질 리 없는 호소를 했다. 푸틴이 명분없는 전쟁에 치른 군사적 대가가 얼마나 큰데, 어림도 없다. 미국으로 주도되는 국제질서를 깨뜨려 과거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으로 시작된 침공 아닌가. 푸틴은 1cm도 결단코 물러설 마음이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지 3개월째다. 올 들어 이 지면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칼럼을 두 차례 게재했다. 푸틴의 전쟁에 대한 칼럼이 여기까지 이어질 지 예상못했다. 개전 초 러시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그러나 모두 빗나갔다. 우크라이나의 민족적 저항 의지를 간과했다. 여기엔 서방의 자존심을 건 원조도 주효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장의 그림은 푸틴의 바람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등에서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우크라이나는 필사적으로 항전했다. 러시아는 키이우 공격을 멈추고 러시아와 붙어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함락하는데 집중했다. 2024년 재집권을 위한 선거를 눈앞에 둔 푸틴이 이쯤에서 '플랜B'를 준비할 것이라는 분석이 솔솔 흘러 나온다.

일단 그려지는 푸틴의 전략은 수개월 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를 러시아 연방에 병합하는 시나리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를 손에 쥐었다. 이제 이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핵 억제력을 사용해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친러 지역정부를 세우고 경제 체제를 루블화 기반으로 바꿨으며 언론과 통신을 장악했다. 그래서 러시아의 점령지 병합은 푸틴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출구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푸틴은 며칠 전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행사에서 그의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도 전쟁을 키우겠다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우'자도 언급하지 않았고 전쟁에서 이겼다는 선언도 하지 않았다. 침략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도통 푸틴의 생각이 읽혀지지 않는다.

현재 외신으로 전해오는 러시아군의 민낯은 '다행히' 참담한 수준이다. '특수작전'이라 발뺌하며 침공작전을 수행중인 러시아군에서 1만5000여명의 병력이 사망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에서도 후퇴하고 있다. 도하작전 계획이 우크라이나군에 포착되면서 러시아군 대대급 병력이 전멸했고, 45억원 짜리 탱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자체적으로 만든 '홈메이드 드론'으로 투하한 저가 폭탄에 산산조각 나고 있다. 그들의 멀쩡한 탱크는 우크라이나 농부의 트랙터에 의해 끌려가는 역대급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전쟁을 지휘하는 수뇌부가 있나 싶다.

나토 전선의 확장에 대항하려던 당초 계획도 역풍을 맞았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공식화했다. 1814년부터 200년 넘게 중립을 지켜온 스웨덴 역시 나토 가입을 선언했다. 나토 확장 저지가 목적이었는데, 계산이 완전 빗나가버렸다. 심기가 뒤틀린 푸틴은 전화를 걸어온 핀란드 대통령에게 "나토 가입은 실수"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서방의 제재는 크림반도 합병 당시인 8년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각종 제재는 일사분란하고 촘촘하고 광범위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은행과 기업들을 줄줄이 제재했고 EU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서방의 전방위 칼날에 러시아 경제는 급전직하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83% 상승했다. 그나마 수출 기업의 외화 수입 80% 루블화 환전 의무화, 천연가스 수출 대금 루블화 결제 의무화 등으로 최근 루블화 가치는 반등하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건강악화설이 나도는 푸틴이 현상 돌파를 위해 의외의 초강수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면전 선언과 아직 가능성은 낮지만 핵무기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이 날까. 푸틴은 전쟁을 질질 끌면서 식량난과 에너지 대란을 일으켜 서방 국가를 흔들지도 모른다. 이미 신호탄을 쏘아올린 징후가 보인다. 이것이 푸틴의 출구전략이 될까 우려스럽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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