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축적을 이끄는 '최초의 질문'..기술패권 전쟁 승자의 조건

박용선 기자 입력 2022. 5. 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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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사진 조선일보 DB

최초의 질문: 기술 선진국의 조건
이정동│민음사│1만7000원│264쪽│4월 15일 발행 

“축적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단, 새로운 분야를 여는 지향인 최초의 질문이 있어야 고유한 경험이 축적된다. 이런 경험이 있을 때 기술과 산업의 새로운 분야를 열고 룰을 정하는 기술 선진국의 리그에 참여할 수 있다.” 실패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도전적 시행착오를 통한 축적을 강조한 ‘축적의 시간(2015년, 공저)’ ‘축적의 길(2017년)’로 한국의 기술혁신 생태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정동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가 이번 신작 ‘최초의 질문’에서 던진 화두다. 

한국 산업계는 기술 선진국의 로드맵이 주어진 상태에서 그것을 더 빨리 더 나은 수준으로 달성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왔다. 선진국의 로드맵은 정답이 있는 문제였고, 한국은 어떤 국가보다도 뛰어나게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문제를 내는 것과 푸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한국의 혁신 생태계에는 로드맵 밖의 질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행이 만연하고, 이는 저자가 강조하는 축적을 방해한다. 

저자는 “한국이 문제 해결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진정한 혁신은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초의 질문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로드맵을 벗어나는 목표를 제시하거나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텔이 반도체 제국을 이루는 데는 ‘저마다 기능이 다른 칩들을 통합할 수 있겠느냐’는 최초의 질문이 있었고, 우주 시장의 개척자로 불리는 스페이스X에는 ‘1단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최초의 질문이 있었다. 이 밖에 넷플릭스, 테슬라 등 혁신 기업들이 탄생할 때는 어김없이 최초의 질문이 존재했다. 결국 ①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을 제기하고 ②그에 대한 답을 찾아 작은 것에서부터 버전을 빠르게 높이는 ‘스몰 베팅’ ③최적의 답을 위해 외부의 지식과 시각을 도입하는 ‘오픈 네트워킹’ ④시행착오의 경험을 쌓아 가는 ‘축적 시스템’ ⑤매 단계의 ‘철저한 실행’을 통해 기술혁신이 완성된다.

저자는 10여 년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지키다 스마트폰 등장 후 몰락한 노키아를 예로 들었다. 노키아에선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에 대한 최초의 질문 제기가 저지됐다. 기회가 많을수록 위험부담이 크기 마련이고 그래서 더욱 외부와 손을 잡으면서 스몰 베팅으로 작지만 빠른 버전업을 실행해야 하는데, 아예 질문이 나올 분화구 자체를 막아 버린 것이다. 끊임없이 업계의 룰을 갈아 치우는 세계적 기술 선도 기업에는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이 넘쳐 나지만, 한때 혁신의 제국이었어도 최초의 질문이 없으면 소리 없이 사라진다. 

저자는 “기술 패권 경쟁의 숨 가쁜 전개는 기술 선진국들이 저마다 내놓은 최초의 질문이 충돌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혁신적 기업이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핵심 기술을 만들어 내면, 그것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된다. 지금 세계는 공급망의 대혼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같은 단기적 원인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디지털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전쟁 같은 새판 짜기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한국도 산업과 기술의 각 부문에서 크고 작은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아 대체 불가능한 퍼즐 조각을 많이 갖는 것이다. 

고유한 최초의 질문이 없으면 전략 기술이 생길 수 없고, 전략적 자립성이 있을 수 없다. 전략적 자립성을 가진 국가들이 서로 등을 기대고 설 때 상호적 기술 주권이 생긴다. 이때 비로소 이인삼각처럼 서로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되고, 그 안에서 경제 안보도 가능해진다.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어떤 선택의 재검토
말콤 글래드웰│이영래 옮김│김영사│1만5800원│260쪽│4월 22일 발행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순간을 다룬 역사 논픽션이다. 1945년 미군의 ‘도쿄 대공습’이라는 민간인 학살의 비극을 파헤치며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정반대의 선택’을 재검토했다. 당시 미군 지휘부가 도쿄 대공습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이상과 현실, 의도와 선택의 괴리를 잘 표현했다.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를 파는 새로운 가치 전략
프로세스 이코노미
오바라 가즈히로│이정미 옮김│인플루엔셜│1만6000원│244쪽│5월 3일 발행

제품의 질이 아닌 과정, 스토리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저자는 고유한 가치관을 끝까지 좇는 모습이나 난관을 극복해 마침내 결과물을 만드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 등 오직 그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는 ‘과정(프로세스)’에서 독창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죽음, 존재, 신뢰를 흔드는 인공지능
AI는 양심이 없다
김명주│헤이북스│1만8800원│336쪽│5월 2일 발행 

인공지능(AI)에 배신당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I가 인류의 마지막 기술일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저자는 AI가 인류를 이미 흔들어대거나 조만간 흔들 이슈를 사례별로 정리하면서 AI에 의한 부작용과 위험성을 경고한다. 문제는 법으로 포괄하기에는 AI의 발전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엔지니어가 말하는 자동차 전쟁
오토 워
자동차미생│이레미디어│1만7000원│252쪽│5월 13일 발행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으로 대변되는 모빌리티 세상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았다. 정보기술(IT),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를 분석하며, 앞으로 자동차 시장 혁명이 일어나는 10년이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거대한 변곡점에 선 한국 부동산 시장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2~2023 대전망
김기원·정세윤│클라우드나인│1만9900원│416쪽│4월 15일 발행 

매매·전세 시세 흐름, 전세 대비 저평가 인덱스, 주택구매력지수, 입주 물량 추이, 미분양 추이 등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했다. 저자들은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전국 부동산 시장은 상승이란 목표를 향해 움직여왔다면, 앞으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주장한다. 


성공한 기업가의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조언
제로부터 IPO까지(Zero to IPO)
프레드릭 케레스트│맥그로힐│25.20달러│224쪽│4월 19일 발행 

글로벌 계정접근관리(IAM·ID Access and Management) 기업 옥타(Okta) 공동 창업자가 풀어낸 기업 비즈니스 전략서. 저자는 옥타 설립부터 비즈니스 확장, 기업공개(IPO)까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CEO)가 기업을 이끌 때 순차적으로 마주하는 상황별 전략을 소개한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IPO 이후 성장 전략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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