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 백세주 탄생 30주년 기념 '백세고' 내놓은 배중호 국순당 회장 인터뷰] "전통주 복원 '법고창신' 프로젝트·백세주 모티브로 백세고 개발"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입력 2022. 5. 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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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호 국순당 회장 연세대 생화학과, 전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감사, 전 해태앤컴퍼니 비상근 이사,전 한국미생물학회 이사 사진 박순욱 기자
국순당 창립 50년(실제로는 52년)과 백세주 출시 30년을 기념해 만든 백세고. 사진 국순당

국내 전통술 시장을 활짝 연 주역인 국순당이 우리 술과 누룩 연구 50년을 기념하기 위해 7년간의 연구 기간을 거쳐 개발한 최고급 증류주 ‘백세고’를 최근 내놓았다. 국순당은 창립자 고 배상면 회장이 1970년, 국순당의 전신인 한국미생물공업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백세고는 지금의 국순당을 있게 한 백세주 출시(1992년) 30주년이 되는 올해에 맞춰, 출시되며 1000병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백세고는 국순당의 사라진 전통주를 복원하는 사업 프로젝트인 ‘법고창신’과 국내 전통주의 대중화 시대를 이끈 백세주를 모티브로 개발됐다. 백세고는 쌀증류주와 백세주술지게미증류원액을 블렌딩한 술이다. 쌀증류주를 만드는 과정에는 법고창신 프로젝트에서 터득한 쌀침지법을 활용했다. 자체 개발한 누룩과 함께 쌀을 물에 오랫동안 담가두었다가 술을 빚게 되면 향미가 향상된다. 국순당은 옛 문헌에 소개된 전통주 제법을 연구해오다 ‘누룩 활용 쌀침지법’으로 백세고용 쌀소주를 만들었다. 국순당이 만드는 대부분의 술들은 열을 가하지 않는 생쌀발효법으로 빚는데, 이번에 쌀침지법으로 빚은 쌀소주는, 고두밥을 쪄서 발효했다. 

쌀증류주에 같이 섞은 백세주술지게미증류원액은 백세주 지게미를 활용한 술이다. 백세주를 발효하고 남은 약재와 누룩 등의 술지게미를 재발효하고, 이를 증류 과정을 거쳐 백세주 특유의 응축한 원액을 5년간 숙성을 거쳐 부드러움을 더했다. 

국순당 배중호 회장은 “올해가 백세주 출시 30주년이 되는 해라, 우리 술에 대한 국순당의 50년 철학과 백세주 30년의 가치를 담은 최고급 증류주 백세고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백세고의 출시 의미는.
“백세고는 한마디로 국순당의 ‘우리 술과 누룩 연구 50년’이 응축된 술이다. 오래전부터 50주년 기념 술 개발을 고민해왔다. 특히 ‘어떤 술을 만들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국순당의 산 역사인 백세주는 약주다. 요즘 회사에서 잘나가는 주종은 또 막걸리다. 그런데 약주나 막걸리는 오래 보관하기가 어렵다. 기념주로는 적절치 않다. 그래서 증류주가 더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백세고 원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쌀증류소주원액에 쓰인 쌀침지법이란.
“백세고를 개발하면서 쌀소주에 적용한 쌀침지법은 한마디로 쌀을 약간 썩히는 것이다. 술 원료인 쌀을 누룩을 섞은 물에 3일 정도 담가 삭힌다. 다시 말하면 썩힌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쌀을 씻고 고두밥을 쪄서 술을 담그는 방식이 쌀침지법이다. 근대 최초의 요리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나오는 내용을 토대로 국순당이 개발한 기술이다. 이외에도 옛 문헌 속에 향기로운 술을 만드는 방법으로, ‘산가요록(1450년대)’의 향료, ‘수운잡방(1540년대)’의 백화춘, ‘양주방(1830년대)’의 황금주 제법에 공통으로 ‘2~3일 정도 물에 침지하여 빚는다’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이런 방법들은 백세고에 쓰인 쌀침지법과 유사한 제법으로, 술의 향미가 좋아진다고 한다.”

백세고 향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유니크(unique)하다. 백세고에 나오는 향? 뭐라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진짜 복잡하다. 백세고에서 한약 냄새가 강하다는 사람도 있고, 꽃향기를 뽑아내는 사람도 있다. 축약하면 백세고는 향이 굉장히 강하지만, 다양하다는 말로 수렴된다. 깊이와 넓이가 동시에 있다고나 할까. 백세고를 마신 느낌이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박하 같은 느낌이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백세고 제조에 쓰인 R4는 어떤 누룩인가.
“R4는 백세주보다 훨씬 이전에 개발한 누룩이다. 1982년에 개발했다. 국순당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술에 쓰이고 있다. R4는 고 배상면 회장께서, 전통 누룩에서 종균을 추출해 자체 개발했다. 고두밥을 지어 발효시키는 기존 막걸리 제조 방식에서 탈피해 생쌀을 가루로 만들어 열을 가하지 않고 발효하는 국순당의 ‘생쌀발효법’에 특화된 누룩이다. 생쌀발효법은 조선시대 백과사전의 하나인 ‘고사촬요(攷事撮要)’에 소개된 백하주 제법을 5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했다.”

백세고 가격 38만원은 적절한가.
“38만원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50년 역사를 가진 국순당이 우리나라 전통주 산업에 나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백세고 가격 38만원은 결코 과하지 않다고 여긴다. 국순당에서 그동안 수많은 술을 만들어왔는데, 50주년 기념주로는 그중 제일 비싼 술을 만들고 싶었다. 

백세고는 용기부터 비용이 많이 들었다. 백세고 용기인 도자기 병은 전체 숫자인 1000병을 아직 다 만들지도 못했다. 그만큼 만들기가 까다로운 용기다. ‘더 만들어 달라’는 소비자 반응이 있다 하더라도, 백세고를 추가 생산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백세주 만들듯이 뚝딱 만들 수 없는 희소성을 가진 술이 백세고다.”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인 법고창신 실적은.
“국순당 ‘법고창신’은 문헌으로만 전해지고 사라진 우리 술을 되살리자는 복원주 프로젝트다. 사라진 전통주를 우리와 후대가 즐길 수 있도록 복원하고, 되살려낸 우리 술과 우리 문화가 현대에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래, 총 25개의 사라진 우리 술을 되살렸다. 유산균 강화 기능성 막걸리인 ‘1000억 유산균 막걸리’ 시리즈, ‘옛날 막걸리 고’와 최근에 진행된 ‘국순당 생막걸리’ 등 막걸리 리뉴얼 등에 법고창신의 축적된 노하우가 활용됐다. 그러나 백세주의 성공을 이어받을 만한 ‘제2의 백세주’를 내놓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

‘개성 있는 술 소비문화’ 확산에 대한 국순당의 대책은.
“소량 다품종 제품 생산을 위한 기반을 더욱 다지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해서다. 특히 소용량 제품을 다양화하고, 홈술-혼술에 맞는 저도화(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추세)와 소비자 기호와 건강을 고려한 건강 기능성 제품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죠리퐁, 바밤바 같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식품 브랜드와 컬래버 제품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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