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99.9% 추락 '쇼크'..가상자산 신뢰할 수 있나?

홍석우 입력 2022. 5. 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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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상화폐 시장이 순식간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국산 코인인 '테라와 루나'가 동반 폭락하면서 '코인계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는 말까지 나오는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투자 시장을 흔들고 있는 현 상황, 〈글로벌 ET〉에서 홍석우 기자와 분석해 보겠습니다.

며칠 만에 99.9% 폭락이라니 듣고도 믿을 수가 없네요.

[기자]

맞습니다. 정말 99.99% 떨어졌어요.

그것도 불과 나흘 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그래프 보시면, 현재 루나 코인은 가치가 사실상 '0원'이고요.

테라 코인도 급락하면서 20센트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번 사태의 충격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전반으로 퍼졌는데요, 12일 하루 동안 사라진 시가총액만 258조 원에 이릅니다.

이 영향으로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도 4천만 원 아래로 급락했는데,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값이 반 토막 난 겁니다.

[앵커]

주식, 채권 등 그야말로 금융 시장 전반에 영향이 있던데, 코인 규모가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네, 시총 기준 세계 10위권이었습니다.

폭락 전 시가총액을 보면, 테라가 23조 원, 루나가 39조 원, 둘이 합치면 60조 원이 넘었습니다.

네이버의 시총이 약 44조 원이니까, 크죠.

그런데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져버렸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하려면, 테라와 루나 코인의 운용 원리를 알아야 하는데요, 둘은 운명 공동체였습니다.

우선 테라 코인 1개는 전 세계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 1달러에 맞췄는데요, 이걸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1달러=1테라 가치를 계속 유지하려면 '담보'가 필요합니다.

그게 '루나' 코인이었습니다.

[앵커]

코인이 코인을 담보로 발행됐다고요?

[기자]

네, 가상자산으로 담보를 잡았는데요, 서로 엮이고 엮인 게 일거에 묶여 결국, 동반 폭락한 거죠.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테라 코인이 1달러 아래로 떨어져 0.9달러가 됐다면 루나를 새로 찍어서 1달러어치의 루나로 교환해줍니다.

서로 돌고 도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루나는 500원에서 10만 원 넘는 가격까지 올랐었습니다.

그리고 테라는 '테라 폼랩스'라는 곳에 예치해놓으면 연간 20%의 수익을 준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하나는 고금리의 예금, 하나는 엄청나게 상승 중인 주식,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일거양득이잖아요?

이때까진 모두가 행복했죠.

그런데 과연 이게 지속 가능한 방식이었을까요?

[앵커]

그러니까 안전성을 갖춘 담보가 아니라 좋을 때 좋다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번 사태의 결정적 원인은 뭔가요?

[기자]

이 구조 자체가, 테라가 오를 땐 좋지만, 내릴 땐 둘 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번 사태도 갑자기 테라 매도 공세가 이어지면서 루나가 급락했는데요, 이를 두고 누가, 왜, 갑자기 매도했는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한 미국 전문가는 왜 가상자산을 담보로 썼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찰리 쿠퍼/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최고운영책임자 : "테라USD는 미국 달러의 움직임을 따르도록 설계됐으나, 실패했습니다. 담보에 사용된 코인(루나)이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간에 가치가 폭락한 겁니다."]

[앵커]

어찌 됐든, 이번 사태로 코인의 취약성,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봐야겠죠?

[기자]

네, 한 번 더 정리할게요.

테라 코인의 담보는 루나 코인으로, '달러'나 '금'이 아닙니다.

이러한 거래 알고리즘은 금융 시장 변동성에 쉽게 노출될 위험성이 높습니다.

특히 금리 인상기와 증시 약세장에선 그 구조적 취약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사태로 테라와 루나를 만든 장본인 권도형 대표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30대 초반의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지니어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고요, 새 가상화폐를 만들어서라도 일단 수습해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앵커]

거래 중단과 상장 폐지가 있었는데 투자자들의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루나 코인은 국내에서만 20만 명이 보유 중인 걸로 추정되는데요.

'천8백만 원이 만 원이 됐다', '전 재산을 잃었다', 지난 주말 온라인에는 이렇게 투자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랐습니다.

금융당국도 긴급 점검에 나섰는데, 정부가 직접 개입할 법적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앵커]

가상 자산으로 입은 손해는 아직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 테라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연간 20%의 수익을 주면서 예치하도록 해서 투자자들을 모았거든요.

이 때문에 '폰지 사기' 즉, 다단계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번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 자산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물음과 함께, 코인을 법으로 강력히 규제해야 하는 게 아닌지 그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일로 가상화폐 시장이 더 위축될 거란 전망도 있는데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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