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폭증..평양 '10만 인파' 열병식이 불씨였나

이제훈 2022. 5. 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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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코로나19 세계 대유행]북한 코로나 상황 어떻길래
코로나19 발열자 39만여명으로 매일 폭증
발열자 대비 사망자 줄어 통계 신뢰성 의문
의약품 제때 공급 안돼, 검찰소 소장 질타도
김정은, '평양' 콕 집어 "인민군 투입" 특별명령
통일부, 실무접촉 제의..북, 접수의사 안 밝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5일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를 마친 뒤 “평양시 대동강 구역의 약국들을 찾으시어 의약품 공급 실태를 직접 료해(현지 점검)하셨다”고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통일부는 16일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 북한에 ‘방역 협력’ 남북 실무접촉을 제의하는 대북 통지문을 보내려 했으나 북쪽이 통지문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선 이날 발열자 수가 39만2920명까지 폭증하면서, 의약품이 약국에 제때 공급되지 않는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이에 인민군을 투입해 의약품 공급 안정시키라고 특별명령을 내리는 등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정부는 북한과 코로나 방역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한다”며 “의료·방역 등 인도적 협력에 있어 어떠한 정치적 상황과도 연계하지 않고 조건 없는 협력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에 따라 “오전 11시, 코로나 방역 협력과 관련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의 대북 통지문을 북쪽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보내려 했으나, 북쪽이 아직 통지문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니니 재촉하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4월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2일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1만8000명)한 이후, 발열자 수가 매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14일 18시부터 15일 18시까지 전국적으로 39만2920여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15만2600여명이 완쾌됐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4월말부터 15일 18시까지 발생한 전국적인 유열자 총수는 121만3550여명이며 그중 64만8630여명이 완쾌되고 56만486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사망자 총수는 50명”이라고 전했다. 발열증상자는 전날(29만6180명)의 1.3배인데, 신규 사망자는 전날(15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누적 발열 증상자(121만3550명) 대비 사망자(50명)는 0.004% 수준이다.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누적 사망률 0.13%(오미크론 사망률 0.10%)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공개하는 통계 수치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5일 마스크를 쓰고 평양시 안의 약국들을 찾아 의약품 공급실태를 직접 요해(파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는 14일에 이어 이틀 연속 정치국 비상협의회를 주재하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는 “국가가 조달하는 의약품들이 약국을 통해 주민들에게 제때에 정확히 가닿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고 “내각과 보건 부문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조직 집행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셨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중앙검찰소 소장의 직무 태공, 직무 태만 행위를 신랄히 질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목할 대목은 김 총비서가 “전국적으로 의약품 취급 및 판매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가지 부정적 현상들”을 지목하고도 “평양시 안의 의약품 공급 즉시 안정”을 콕 짚어 지시했다는 사실이다. 김 총비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평양시 대동강 구역에 위치한 약국들에 들러 “의약품 공급 실태를 직접 료해(현지 점검)”하고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후보위원들의 평양시 약국 현장 료해”도 지시했다고 한다.

김 총비서가 평양을 콕 짚어 지목한 것은, 북한 전체 인구(2537만명)의 12%(310만명)가 몰려 사는 ‘혁명의 심장부’인 평양이 코로나19 최초 발생지이자 핵심 확산 지역이어서다. 평양은 북한 유일의 코로나19 확진(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사망자가 나온 지역이기도 하다. 더구나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4월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됐다”고 김 총비서한테 보고했다. 김 총비서 역시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전파확산됐다”고 짚은 바 있다.

‘4월말 평양’이 코로나19 확산의 ‘불씨’가 됐으리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4월, 평양에선 대형 정치행사가 잇달아 열렸다. 4월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등에 각지의 72개 군부대를 포함해 10만명이 넘을 인파가 참여했다가 각자의 거주지로 돌아갔다. 4월15일에도 김일성광장에서 수만명이 참여한 ‘태양절 110돌 중앙보고대회’와 평양시군중시위가 있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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