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역협력 접촉시도..대답없는 北

권영세 장관 취임前 신속조치
"시간 갖고 北응답 기다려야"
박진-中왕이 외교장관 첫통화
"北코로나 인도 지원 계속 협의"
WHO "北 급속 확산 위험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마스크를 겹쳐 쓰고 평양 시내 한 약국을 찾아 의약품 공급 실태를 직접 점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이 같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북한에 방역 협력과 관련해 실무 접촉을 제안하는 대북통지문을 보내려 했지만 북측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

16일 통일부는 "오전 11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의 대북통지문을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에게 보내려 했으나 북측이 아직 통지문 접수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전통문을 통해 북측에 △백신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은 물론 방역 경험을 살려 기술 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측이 보건, 방역 협력 제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날 권 장관이 취임식을 하기 전부터 '장관' 명의로 대북통지문 발송에 나서는 신속함을 보였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태까지 (남북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부분들이 끊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본인(북한)들이 좀 어려운 부분에 대해 바로 대답하기를 재촉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좀 갖고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건 신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유선 협의를 열고 북한 내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후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상견례를 겸한 영상통화를 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북 인도 지원 문제를 논의하고 상호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북한은 의약품과 검사장비 등 방역물자를 지원받기 위해 중국에 손을 내밀었고 양국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자체 방역체계를 강조하면서 외부적으로는 중국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정치국 비상협의회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대확산과 관련해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12일에 이어 사흘 만이다. 그는 북한군 의무부대 병력을 투입해서라도 의약품 공급을 안정시키라며 특별명령을 내렸다.

특히 김 위원장은 사법·검찰 부문이 의약품 취급·판매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39만2920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8명이 추가로 숨졌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도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할 위험이 있다"며 "WHO는 북한 정부에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 한예경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