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 말고 한치 OO! 진짜 제주 토박이들이 먹는 별미는 따로 있다

홍지연 2022. 5. 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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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장에서 '당일바리' 간판 보면 무조건 줄 서야 하는 이유
제주 토박이에게 배우는 한치 냉국 쿠킹클래스
매일올레시장 투어하면서 장보고 직접 요리까지
고사리 장마에 가장 잘 팔리는 '고사리 앞치마'의 정체
베지근연구소 강정희씨와 함께 한치 냉국을 만들었다.
봄 향기 그득한 전통시장에서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는 쿠킹클래스에 참여했다. 장소는 제주도 서귀포. 60년 전통의 매일올레시장 투어를 하면서 식재료를 고르고 제주 고유의 식문화 이야기도 들으면서 정성스레 요리를 완성했다. 메뉴는 제주 전통식 한치 냉국. 생각보다 간편해 집으로 돌아가서도 얼마든지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토박이들이 ‘당일바리’ 간판 붙은 집에 줄 서는 이유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은 1960년대 생긴 전통시장이다. 서귀포향토5일장과 함께 상권을 형성해 80년대 성황을 이뤘지만 대형마트가 등장하면서부터 침체기를 겪었다. 매일올레시장이 다시 살아난 것은 2010년 이후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이름도 서귀포매일시장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고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넣었다. 그 결과 지금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 대표 시장으로 거듭났다.

이날 시장 투어와 쿠킹클래스는 제주 베지근연구소와 함께했다. 서모란 대표이사와 매일올레시장 투어를 하면서 재료를 사고 제주 토박이 강정희씨와 한치 냉국을 만들었다. 시장 입구에서 만난 서모란 대표이사는 가장 먼저 시장 변천사가 담긴 사진을 보여줬다. 아케이드 한쪽에 6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매일올레시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

“여기 보시면 60년대 사진이랑 80년대 사진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게 있어요. 바로 ‘차롱’입니다. 차롱은 물항아리를 지고 다닐 때 사용하는 제주 전통 바구니예요. 차롱 메고 시장 나온 어머니들 모습이 이렇게 담겨있어요.”

서모란 대표는 제주 토박이는 아니고 서울에서 온 이주민이다. 제주 음식에 반해 문화를 연구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베지근연구소에 합류했다. 제주 향토 음식 연구를 위해 제주 방언을 공부해 지금은 거의 토박이처럼 말을 한다. “시장도 그렇고 향토 음식 하시는 분 찾아가면 토박이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대로 소통하려면 제주 말부터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매일올레시장은 열십자 모양 아케이드 아래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의류부터 떡, 빵, 통닭, 관광기념품은 물론 길거리 음식 파는 매대까지 쫙 늘어서 있다. 서 대표가 횟집이 모여있는 거리 끝자락에 있는 수산물 매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간판에 ‘당일바리’라고 적혀있죠. 당일 잡은 신선한 생선 취급하는 곳이에요. 가게 앞에 보면 의자가 있고 할머니 한 분이 앉아계시잖아요. 오늘 잡은 옥돔 기다리시는 거예요.”
매일올레시장 어시장

이야기는 자연스레 제주 대표 생선 옥돔으로 이어졌다. 보통 ‘생선’하면 여러 종류의 어류를 떠올리지만 제주 사람들이 ‘생선’이라고 칭했을 때 옥돔을 뜻한다. 제주에서 옥돔은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생선이다. 당일 잡은 신선한 옥돔을 사러 온 할머니들이 쌈짓돈을 들고 좌판 앞에 앉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선을 기다린다.

옥돔은 겨울에서 4월까지 제철이다. 옥돔이 끝나면 자리돔, 한치가 차례로 맛이 오른다. 그리고 다시 날이 추워지면 고등어와 옥돔을 먹는다. 생선가게에서 2만원을 주고 한치 5마리를 샀다. 각재기(전갱이의 제주 방언)와 청보리 올라올 때가 가장 맛있다는 자리돔도 가판대에 보였다.
갈치, 옥돔, 자리돔, 군소 등 다양한 생선을 팔고 있는 매일올레시장
다음은 채소가게로 갔다. 돌미나리, 가시 오이, 청각을 각각 2000원어치씩 샀다. 7~8명이 먹을 만큼 양은 충분하다. 잡화점을 지나가던 서 대표가 멈춰서 ‘고사리 앞치마’를 찾았다. “엊그제 제주에 비가 왔어요. 요즘이 딱 고사리 장마철이에요.” 고사리 앞치마는 앞부분에 캥거루 주머니처럼 커다란 공간이 있고 밑부분이 지퍼가 달렸다. 앉은 자세로 고사리를 꺾어 주머니에 넣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해 밑에 지퍼를 열면 주머니에 있던 고사리가 우수수 쏟아져나온다.
돌미나리, 가시 오이, 청각 등 한치 냉국에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야채 가게에 갔다.

◆제주 물회 전통식은 된장 푼 냉국

베지근연구소는 2017년 시작한 사회적기업이다. 제주시 동문시장을 중심으로 시장투어를 진행하고 쿠킹클래스를 하는데 서귀포에서는 제주 아트빌라스와 협업해 매일올레시장에서만 진행한다. 참고로 ‘베지근’은 따뜻하고 기름진 고깃국물을 먹었을 때 느낌을 뜻하는 제주 말로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도 ‘베지근하다’라는 말을 쓴단다.

“갓길에 렌터카 말고 현지인들이 세워둔 차 보이죠. 저분들 다 차 세워놓고 고사리 뜯으러 가신 거예요. 제주에서 고사리를 제사에 꼭 올려요. ‘고사리밭은 딸한테도 안 알려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 사람들은 고사리를 소중하게 생각해요. 지금 이 계절에 고사리 뜯어서 1년 내내 먹을 것 챙기고 나머지는 팔기도 합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이날 직접 만든 건 한치 냉국이었다. 나머지 반찬 뿔소라 꼬치, 마농지(풋마늘대로 담근 장아찌), 돼지고기적갈(돼지고기 산적), 유채나물과 기름 떡은 강정희씨와 서 대표가 미리 만들어 왔다. 후식 기름 떡과 곁들이는 청보리순차도 준비했다.
한치 냉국에 필요한 갖은 양념과 재료.

한치 냉국 재료 다음과 같다. 2인분 기준이다. 데친 한치 한 마리, 오이 반개, 미나리 3~4뿌리, 쪽파 3~4뿌리, 초피 잎, 데친 청각 한 움큼, 된장 2숟갈, 고춧가루 1/3숟갈, 다진 마늘 1/3숟갈, 설탕 1.5숟갈, 참기름 반 숟갈, 식초 1숟갈, 물 2컵(1컵=180㎖)을 준비한다.

본격적 요리 시작에 앞서 물회와 냉국의 차이에 대해 들었다. “제주도에서는 옛날부터 된장을 풀어 냉국을 만들어 먹었어요. 여기에 회가 들어가면 물회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냉국이 큰 범위고 그 안에 물회가 들어간다고 할까. 요즘엔 물회가 보편화됐는데 제주도에서는 전통적으로 냉국을 많이 먹었어요. 물외, 노각, 늙은 오이라고 하죠. 물외를 주로 넣고 쪽파 넣고 만든 것이 제주 전통 냉국입니다.”
채소와 데친 한치 등 모든 재료를 썰어 양푼에 담는다.

먼저 채소를 썰어준다. 오이는 어슷하게 썬 다음 채 썰고 쪽파와 미나리는 송송 썬다. 청각은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잘라 준다. 데친 한치 다리와 몸통도 채 썬다. 이때 한치 다리 끝부분은 잘라내 버리는 것이 좋다. 오징어나 한치는 빨판에 오염물질이 껴 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재료 손질이 끝나면 양념장을 준비한다. 된장 2숟갈, 고춧가루 1/3숟갈, 다진 마늘 1/3숟갈, 설탕 1.5숟갈, 참기름 반 숟갈, 식초 1숟갈을 넣고 잘 섞는다. 썰어 놓은 재료를 양푼에 넣고 양념장을 부은 잘 섞어준다. 양념장을 넣고 비빌 때 한치와 오이에 가장 먼저 비벼준다. 양념이 골고루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다. 물 2컵을 넣고 깨, 초피(제피) 잎을 취향에 따라서 넣어준다. 옛날 제주에서 초피(제피)는 자리물회에만 넣고 한치에는 안 넣었다고 한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 배, 사과, 파프리카 등 갖은 채소를 넣어 먹기도 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는 한치 냉국
일단 식당에서 먹는 물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제주 전통식이라고 된장으로 베이스를 한다지만 식당에서 파는 것들은 맵고 짜고 자극적인데 직접 만들어 먹은 한치 냉국은 된장의 깊은 맛만 느껴졌다. 기호에 따라 식초 양을 조절하면 좀 더 새콤한 맛을 낼 수 있다. 청각은 처음 먹어봤는데, 식감이 독특했다. 비리지 않고 단단하게 씹혔다. 맛도 영양도 제주 살림집에서 먹는 가정식 같았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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