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경직된 '일감몰아주기 규제' 푼다..재계 '생색내기' 우려
규제 안전지대 확대..기업 예측성 끌어올려
일감몰아주기 규제 예외 규정도 일부 완화키로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윤석열 정부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일부 완화할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원료-생산-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계열사 수직계열화를 만든 뒤 내부거래를 통해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지만, 경직된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지원한다’는 새 정부 기조에 맞춰 대기업들은 계열사 내부 거래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 생색내기 규제 완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15일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부당지원행위의 안전지대를 규정하고 사익편취 규제 제외 대상 등을 합리적으로 정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합법적인 내부거래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을 정해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끌어 올리겠다는 취지다.
일감몰아주기로 불리는 부당지원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는 대기업이 계열사에 부당하게 자금이나 인력, 상품·용역 거래를 하면서 비계열사에 비해 유리하게 경쟁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계기업을 퇴출을 저해하거나 총수일가에게 부를 안겨줘 부당한 승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공정위가 사후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기업의 부당지원행위 및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하게 칼을 휘두르면서 삼성, SK, 대림, 효성, 태광, 금호아시아나 등이 제재를 받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부당지원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는 엄격하게 제재를 해야 한다는 기조는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지나친 잣대에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마저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우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예외로 적용할 수 있는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입증 책임을 일부 완화할 방침이다. 이를테면 현행법에서는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효율성 증대효과가 ‘명백하게’ 입증됐을 때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래 첨단산업의 경우 당장 드러나지 않는 효율성 증대효과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 예외를 적용받은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재계에서는 효율적 증대효과를 ‘합리적’으로 입증하는 수준으로 완화, 첨단산업의 경우 입증책임 제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거래가 아닌 비계열사와 거래를 할 경우 비용이 늘고, 사업 리스크가 커지는 점이 있지만 이를 명백하게 수치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면서 “정상적인 내부거래라고 하더라도 공정위가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면 불법이 되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검토조차 할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인 안전지대 설정..거래총액 기준 도입
공정위는 아울러 기업들이 사전에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거래총액 등을 기준으로 안전지대를 산정하고, 자금거래 기준도 높일 방침이다. 법위반 금액이 아닌 거래총액을 안전지대 기준으로 삼을 경우 기업들의 규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품·용역 거래의 경우엔 별도의 규제 안전지대 조차도 없는데, 자금거래처럼 안전지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현행법은 자금거래의 경우 정상거래조건과 차이가 7% 미만이면서 연간 지원금액이 1억원 미만일 경우에만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후적으로 법 위반 금액을 산정했을 때 기준이라 기업들이 사전에 예측하기도 어렵고, 금액수준도 지나치게 적어 대기업은 사실상 예외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만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반영해 시장 친화적인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한 법률팀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예외조항이 있더라도 너무 엄격한 조건을 부여해 실제 기업들이 예외를 적용받기는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라면서 “새 정부가 충분한 규제 완화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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