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물 길어다 쓰는 실정, 젊은층 치명률 높을 수도"..북한 보건의료 실태 어떻길래

허남설·김향미·민서영 기자 2022. 5. 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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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노동신문이 16일 건물 소독 등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방역요원들의 사진을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이 연일 코로나19 유행 현황을 공개하면서 열악한 보건의료 실상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장비와 의약품이 부족해 의료체계는 사실상 작동되지 않고, 검증이 안된 민간요법에 의존하면서 문제가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진은 오미크론 변이로 북한에서 최소 3만4000여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북한의 후진적 보건의료 실태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확진자 대신 ‘유열(발열)자’란 표현을 쓰거나, 해열제로 ‘버드나무잎 우린 물’ 등 민간요법을 추천하는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하루 수십만명의 확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감염병 대응체계뿐만 아니라, 발열·진통 등 일반 증상을 다루는 기초 의료체계 역시 부실한 현실을 보여준다.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한마디로 ‘유명무실’이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은 있는데 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설비와 약품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엔 의사가 인구 300~400명당 1명꼴로, 500명당 1명꼴인 한국에 비해 오히려 많다. 1960년대부터 동네마다 주치의를 두는 무상 의료체계를 지향한 결과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난 이후 링거병이 없어 맥주병을 대신 사용한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북한 의사 출신인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의료시설에 전기와 수도 공급이 보장되지 않아 의사들도 물을 길어다 쓰는 실정”이라며 “북한에서 심근염 같은 백신 부작용(이상반응)이 발생하면 십중팔구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국경 봉쇄를 단행하면서 장마당 등 유통 경로가 대부분 막혀 의약품 부족 사태가 더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코로나19 초기 남측의 방역지원 제안도,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의 백신 공여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면역력과 관련 있는 영양 상태 역시 열악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의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수준 2021’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는 전체 인구의 42.4%인 1090만명에 달한다. 2020년 기준 5세 미만 아동 중 18.2%인 약 30만명이 발육 부진으로 평가됐다. 코로나19 유행을 겪은 대부분 나라에선 사망 피해가 고령층에 집중됐지만 북한에선 다를 가능성이 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의료 인프라나 영양 상태를 감안하면 젊은층에서도 치명률이 낮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역당국은 북한의 코로나19 유행이 공식 발표된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신규 발열자가 39만명, 사망자가 8명 발생했고 누적 사망자는 50명이라고 밝혔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신빙성이 떨어진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16일 “진단검사 없이 증상만 갖고 확진자를 판정해 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미크론은 확진자 절반 정도가 무증상이고, 발열은 10% 정도이기 때문에 실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특히 “증상 중심으로 확진자를 관리한다는 것은 무증상자 또는 유증상자 중 초기 무증상자로 인한 주변 감염 전파를 차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감염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서울대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에서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 시작된 시기는 지난달 15일로 추정된다며, 향후 북한에서 오미크론 유행에 따른 사망자 수는 3만4540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백신은 북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오 교수는 “오늘 당장 북한이 백신을 받아들인다고 결정해도 물류 통관과 접종 후 예방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고려하면 상당히 늦어진다”며 “백신에 너무 주력하기보다 당장 환자에게 도움이 될 시급한 조치를 챙기는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허남설·김향미·민서영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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