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낮춰야 산다"..日서 화장발 세우는 K뷰티

신미진 기자 입력 2022. 5. 16. 17:09 수정 2022. 5. 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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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 '일본 상륙' 가속]
작년 수출 첫 1조 돌파..2년새 2배
천연성분 마스크팩·틴트·립스틱
기능성 내세운 中企제품이 견인
LG생건 10년간 5개 업체 인수
올리브영은 e커머스시장 공략
14일 일본 도쿄 인근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K컬처 축제 ‘케이콘 2022 프리미어 인 도쿄’에서 일본 한류 팬들이 스티커 사진을 촬영한 후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제공=CJ ENM
[서울경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일본 상륙’이 가속화하고 있다. 시세이도·가네보·SK-ll 등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본은 그동안 한국 뷰티 기업에 철옹성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공략 가능한 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으로 쉽게 지워지지 않으면서도 천연 성분을 내세운 한국의 기능성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K뷰티에 대한 인지도가 현지 여성들 사이에서 높아졌다. 여기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K콘텐츠의 인기도 한몫했다. 특히 국내 뷰티 업체들은 변동성이 큰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16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8억 달러(약 1조 원) 수준으로 2019년(4억 1000만 달러)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2018년 3억 2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대(對)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6억 6000만 달러로 크게 성장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아직 중국(6조 원)과 비교해 수출액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성장세가 가팔라 고무적이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0년 1~9월 기준 화장품 총수입액은 전년 동 기간 대비 13%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한국은 34.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화장품 시장 3위인 일본은 글로벌 뷰티 인지도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그만큼 수입 화장품들의 격전지로도 꼽힌다. K뷰티 중에서도 마스크팩과 리퀴드 립스틱이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최대 화장품 전시회 ‘2021 코스메 위크 도쿄’에서 국내 뷰티 업체인 ‘메디힐’과 ‘롬앤’은 각각 마스크팩·립스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뷰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위주가 아닌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어퓨 '과즙팡 틴트'. 사진 제공=에이블씨엔씨

관련 업계는 기능성을 내세운 K뷰티가 일본 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며 파운데이션을 생략하고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기초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에이블씨엔씨 어퓨가 선보인 ‘과즙팡 스파클링 틴트’의 전년 대비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65%에 달했다. 이 립스틱은 풍부한 발색을 유지하면서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어퓨의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성장했다. 여기에 어성초와 쌀누룩 등 식물발효 성분을 더한 천연 소재 화장품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이달 홋카이도에 발효 균주를 연구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일본 내 한류 인기를 다시 뜨겁게 달군 tvN ‘사랑의 불시착’ 스틸컷. 사진 제공=tvN

K콘텐츠도 한국 화장품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를 통해 ‘사랑의 불시착’과 ‘빈센조’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 드라마가 흥행한 데 힘입어 K뷰티에 대한 현지 호감도가 높아졌다. 15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전체 순위에는 한국 드라마 8편이 10위 안에 포함됐다. 최근 일본 10~20대를 중심으로 한국 음식과 콘텐츠를 자국에서 즐기는 ‘도한 놀이’가 생겨난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K뷰티 업체들은 일본 현지 공략을 위해 트와이스·강다니엘 등 아이돌을 모델로 발탁하고 있다.

에이지투웨니스 팩트. 사진 제공=애경산업

일본 시장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LG생활건강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은 2012~2013년 긴자스테파니와 에버라이프를 인수하며 일본 사업의 발판을 다졌다. 이어 2018년에는 에이본재팬을 인수했다. 최근 10년간 LG생활건강이 인수한 일본 기업과 생산 기지는 총 5곳, 금액으로는 6500억 원에 달한다. 애경산업은 그간 일본 홈쇼핑 채널을 통해 유통해온 히트 상품 ‘에이지투웨니스’를 이달부터 오프라인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 내에서 팩트 파운데이션이 간편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따른 채널 다변화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커머스 시장도 한국 기업들의 주요 공략 채널 중 하나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라쿠텐과 큐텐에 입점한 ‘올리브영관’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올리브영의 한 관계자는 “우수한 국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일본 현지 소비자에게 소개하며 K뷰티 열풍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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