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김대중, 두 거인이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2. 5. 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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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한국 현대사의 상처 입은 두 거인, 박정희와 김대중을 한 권의 책에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같은 무게로 다룬 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 문명사의 두 거인, 박정희와 김대중’(주성영 지음 / 누벨끌레)이다.

박정희와 김대중은 한국의 정치사를 넘어 한국 현대사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대한민국을 한 마리의 새에 비유하지면, 박정희는 오른쪽 날개였고 김대중은 왼쪽 날개였다. 박정희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을 다졌고, 김대중은 민주화의 들보가 돼 왔다. 이렇듯 둘의 군형 잡힌 날갯짓에 힘입어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를 선도하는 중심국가로 고공비행 중이다. 하지만 둘을 바라보는 시선은 ‘가해자’와 ‘피해자’ 아니면 ‘독재자’와 ‘민주투사’로 늘 대척점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한 권의 책에서 같은 눈길로 바라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너무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한·중·일 현대문명사로 외연을 넓히면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길이 보일 수도 있다.

이에 저자는 한·중·일 문명사로부터 두 사람의 위치를 분석하고 해석했다. 박정희가 제1·2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김대중이 제3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오늘날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대중이 완성한,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민주주의와 인권혁명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 현대사의 시간은 광복 후 77년이다. 그 사이 지구 문명사의 후진국이자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며, 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전쟁과 혁명을 마주했고, 독재와 시민학살도 겪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격동의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현대사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전 국민이 인정하는 ‘영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상처 입은 인물들뿐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박정희와 김대중을 세계 문명사 속에서 바라보고, 그 속에서 한국 문명사의 물줄기를 쫓아가며 우리 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두 인물을 재조명했다.

중국의 현대사는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혁명으로 찬란한 중화문명을 복원해 현재 지구 문명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1989년 톈안먼 사태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권위주의 그늘 아래에서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 등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 뉴스가 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한·중보다 100년 먼저 메이지 유신으로 산업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패배 후 강제로 주입된 ‘맥아더 민주주의’와 ‘맥아더 헌법’, 소위 평화헌법의 옷만 걸친 채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국민에 대한 과거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최근 에는 허울뿐인 평화헌법의 옷마저 벗어 던지려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박정희와 김대중에 의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달성해 명실상부한 문명국가가 됐다고 저자는 전한다. 대한민국은 제1·2차 산업혁명을 박정희 대통령 시절 거쳤고, 김대중 대통령 때는 제3차 산업혁명을 이뤄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은 100년의 간극을 메우는 압축성장으로 산업혁명에 성공했으며, 세계에 우리 문화를 수출하는 문명국이 됐다. 특히 김대중은 치열하고 지독한 민주화 투쟁으로 민주주의 국가를 완성했다. 노벨상위원회는 김대중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며 한국에 ‘세계적 민주주의 국가’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이에 저자는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IMF 극복 과정에서 두 거인은 국민의 꿈과 열정을 이끌어 냈다”고 두 사람을 추어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에는 여전히 ‘국민 통합’의 과제가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제를 ‘김대중의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가 내놓은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는 ‘묘책’은 광화문에 박정희의 한글 현판을 내걸고, 10만원권 지폐에는 김대중의 얼굴을 넣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산업혁명과 민주주의 인권혁명을 자랑스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저자는 목소를 높인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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