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기립박수 속 등장 尹대통령..연설 후 장내 돌며 협치 악수(종합2보)
연설 도중 18번 박수, 야유는 없었다..민주 "최대한 예우,국힘이 野일 때와 차별화"
'악연' 박범계와 웃으며 악수..국회 떠나며 기자 일문일답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정윤주 기자 =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은 여야 의원들의 경청 속에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여야 대치가 가파른 상황에서도 여야는 시정연설을 하러 취임 후 엿새 만에 다시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을 박수로 맞았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일단 대부분이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후 여야 의석 사이사이를 오가며 본회의장을 지그재그 형태로 한바퀴 통로별로 돌며 '릴레이 악수'를 나누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오전 10시 4분께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밝은 회색 정장에 취임식에 맸던 하늘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 계열 넥타이를 맨 것을 두고 추경안과 총리 인준을 비롯한 국정 현안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 입장 후 민주당 의석 쪽 통로를 통해 단상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이 입장하자, 앉아 있던 여야 의원들 대부분이 기립해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은 통로 좌석에 서 있던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는 출입구에 서 있다가 윤 대통령과 가장 먼저 악수를 나눴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깊이 숙이며 예우를 표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나가는 사이에 계속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김민기·서영교·오영환·천준호·백혜련·양기대·권칠승·양이원영 의원 등과 악수하며 단상 앞에 섰다.
윤 대통령은 정면을 바라보며 한 차례 허리를 숙인 뒤 민주당과 정의당 의석 방향인 오른쪽을 바라보며 다시 한 차례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정의당 의원들도 일어선 채로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병석 국회의장은 "대통령님, 의장께도 인사하시죠"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윤 대통령이 몸을 돌려 박 의장에게도 인사하자 장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약 14분 40초간의 연설 동안 추경안 처리와 함께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의회주의' 신념을 강조하면서 2차 대전 당시 영국 처칠 수상과 노동당 당수였던 애틀리의 파트너십을 거론했을 땐 장내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 도중엔 총 18번의 박수가 나왔다. 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박수를 쳤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박수행렬에 동참했다.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단상에서 뒤를 돌아 "의장님"이라고 부르며 박 의장과 악수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석 쪽으로 다가가자,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일어나 윤 대통령과 악수하려고 몰려들었다. 상당수 야당의원들도 본회의장에 남아 윤 대통령과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시종일관 활짝 웃으며 국민의힘 이헌승·윤재옥·주호영·배현진·조경태·박덕흠·윤상현 의원 등과 악수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민주당 의석 사이로 들어와 통로에서 멀리 앉아 있는 의원들과도 인사를 나누는 등 한바퀴를 돌았다. 박재호·기동민·김병주·이상헌·조응천·송기헌·이상민·윤미향·이수진·고민정·권인숙·소병철·이용우·박용진·최기상·홍익표·이상민·이소영·안민석·김상희 의원 등이 윤 대통령과 악수했다.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인 박범계·이인영·김영주·황희 의원 등도 윤 대통령과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으며 인사했다. 특히 박범계 의원은 윤 대통령과 다소 떨어진 거리에 서 있다가 손을 내밀며 윤 대통령 쪽으로 다가왔다. 윤 대통령은 박 의원의 손을 잡고 흔들며 활짝 미소지었다. 박 의원이 법무부장관 시절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일을 의식한 듯, 장내 의원들 사이에선 환호와 갈채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정의당 의석 쪽으로도 이동해 심상정·배진교·장혜영·류호정·이은주·강은미 의원 등 정의당 의원 전원과 악수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 의석을 돌며 인사를 나누는 동안 국민의힘 쪽에선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연설 종료 후 여야 의원들과 악수하느라 약 4분간 국회 본회의장에 더 머물다 자리를 떴다.
윤 대통령이 '악수 릴레이'를 돌 땐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이진복 정무수석, 민주당 출신 이춘석 국회사무총장이 근거리에서 수행했다.
이날 시정연설에는 여야 대치 국면에 흔히 보이는 반대 손팻말이나 야유, 고성 등이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서 이동하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민주당 지도부가 시정연설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방침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당선 직후 첫번째 국회 출석 시정연설인만큼 최대한 예우를 갖추는 게 옳지 않겠냐는 다수 의원과 지도부의 제안이 있었고, 이에 당내 의원들이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피켓을 올려놓고 있던 사진과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로 윤 대통령을 맞이하는 사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잘못과 실정에 대해서는 단호하면서도 강력한 비판을 하더라도 품격을 갖춘 야당이 되겠다"고 적었다.
다만 민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과 시선을 피하거나 마지못해 손을 내미는 듯한 모습 등이 포착되기도 했다.
통로 자리에 앉은 최혜영 의원도 윤 대통령이 다가오자 휠체어에 앉은 채 살짝 목례를 했다. 윤 대통령이 최 의원에게 손을 내밀자 최 의원은 이를 살짝 잡으며 가볍게 악수했다.
안쪽 자리에 앉은 정청래 의원은 같은 줄에서 통로 측에 조금 더 가까운 자리의 이상헌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는 동안 자리에 앉은 채 시선을 돌렸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했다. 통상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더라도 경호 등 이유로 취재진과 문답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과 붉은 색 줄을 사이에 두고 서서,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것과 관련한 소감을 묻자 "정부와 의회와의 관계에서 여야가 따로 있겠나"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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