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K팝 그룹 못지 않은 칼군무..다시 태어난 전통 의식무 '일무'

2022. 5. 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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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 '일무', 19일 개막
정구호 디렉터, 서울시무용단 첫 만남
현대무용가 김재덕, 김성훈 안무 참여
생략과 강조, '전통의 재해석'으로 탄생
55명 칼군무, 미니멀한 무대 장관
가장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춤이 55명의 무용수가 선보이는 ‘칼군무’로 다시 태어났다. 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 ‘일무’가 서울시무용단의 재해석으로 관객과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펄럭이는 자줏빛 하의에 은은한 군청색 상의를 입은 무용수들이 수많은 동작들을 쉼 없이 이어갔다. 55명의 남녀 무용수가 꽉 채워진 무대가 일사분란하게 이어진다. 우아한 춤선에 절제된 몸짓이 실렸고, 그 안으로 응축된 힘이 전달된다. 초 단위로 쪼개지는 동작의 향연은 K팝 그룹 못지 않다.

가장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춤이 ‘칼군무’로 다시 태어났다. 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 ‘일무’다.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밀도 높은 동작의 합과 통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일무의 정신이다”라며 “무용수들의 칼군무와 열을 통해 우리 전통의 정신을 담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무용단은 전통 의식무 ‘일무’(19~22일, 세종문화회관)에 현대화된 몸짓을 입혀 관객 앞에 선보인다. ‘일무’는 우리 무용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연출을 맡고, 정혜진 서울시무용단단장, 현대 무용가 김성훈(영국 Akram khan 무용단 단원). 김재덕(싱가포르 T.H.E 댄스 컴퍼니 해외상임안무자)이 안무를 맡았다.

2022년판 ‘일무’는 정구호 디렉터의 구상으로 태어났다. 정 디렉터는 국립무용단의 ‘향연’부터 경기도무용단, 서울시무용단에 이르기까지 전통무용의 새로운 탄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구호 디렉터는 “‘일무’는 기존의 전통무와 달리 구성이나 요소에 현대적 감각이 있었다”며 “일무를 의식적인 것으로 남겨놓기 보다는 현대무용과 접목하는 과정을 가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무용단이 선보이는 ‘일무’의 안무를 맡은 김재덕,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 연출을 맡은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성환 안무가(왼쪽 두 번째부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전통의 일무는 율동이 많지 않아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고, 최근엔 멀리하는 경향도 없지 않은 춤이에요. 선택과 집중에 따라 생략할 부분은 생략하고,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며 이해를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시대에 맞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현대적 감각이 더해진 전통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고, 그 기준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정구호)

‘일무’ 공연에선 종묘제례악 뿐만 아니라 궁중무용, 일무를 새롭게 창작한 무용을 만난다. 총 3막이 각각 30분씩 이어진다. 김재덕 안무가는 “각 막의 첫 장은 전통으로, 두 번째 장은 현대화 작업을 진행한 안무를 선보이는 것이 ‘일무’ 공연의 큰 구성이다”라고 했다. 1, 2막에선 전통과 현대춤을 비교할 수 있고, 3막은 현대무용가 김성훈, 김재덕과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이 함께 창작한 안무로만 구성했다. 3막에선 전통춤과 달리 무용수들의 에너지가 밖으로 폭발, 역동적이고 현대화된 일무가 펼쳐진다. 이에 ‘신일무’로 명명했다.

‘일무’ [세종문화회관 제공]

‘일무’의 재해석과 재탄생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다. 전통의 틀 안에서의 현대화가 진행돼야 했기 때문이다. 정구호 디렉터는 “일무엔 정해진 공식을 보여주는 동작이 있어 창작을 할 때에도 제한된 부분이 있었다”며 “정해진 율동과 제한된 틀을 유지해 조합하고, 현대적으로 변형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이 시대의 춤으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많아 연희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을 주기 위해 고민했어요.” (정혜진 단장)

재해석은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기존의 것을 완전히 뒤집는 방식이다. 김성훈 안무가는 “‘일무’의 움직임은 현대무용가의 입장에선 답답하고 지겨운 부분이 있었다”며 “전통의 움직임을 역으로 해석해 빠른 동작을 하거나, 바닥에 눕는 안무도 구현했다”고 말했다. 정구호 디렉터는 “과거의 것을 지금으로 가져왔을 때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고민했다”며 “이전의 템포와는 달리 요즘 템포에 맞는 속도와 밸런스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일무’ [세종문화회관 제공]

음악도 상당 부분 달라졌다. 안무는 물론 음악까지 겸한 김재덕 안무가는 “‘일무’의 음악은 비워내는 작업이었다”며 “최대한 악기와 소리를 덜어내 미니멀한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경계에 선 듯한 ‘모호성’이 ‘일무’ 음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김재덕 안무가는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을 깎아 아쟁인 것 같으면서도 아쟁은 아닌 소리를 들려주고자 했다”며 “서양악기로 연주하면서 국악기 같기도 한 모호성을 바탕으로 전통을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의상도 재조합의 완성이다. 기존 전통의 정해진 틀을 완전히 깨버렸다. 정구호 디렉터는 “기존 ‘일무’에선 문무가 붉은색, 무무가 청색이 원칙이나, 이번 ‘일무’에서 이를 뒤바꿨다”며 “정해진 틀에서의 변화는 남녀의 역할이 바뀌는 것과 같은 의미다. 주어진 맥락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국공립 무용단체가 꾸준히 이어온 전통춤의 재해석과 현대화 과정은 이번 ‘일무’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정구호 디렉터를 만나 가장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인 무대가 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디렉터는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가 전통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해온 어떤 무대보다 미니멀한 구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시너지 영상팀]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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