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류근, 윤재순 시 논란에 "지하철 성추행 옹호 아냐. 반어적 풍자"

현화영 입력 2022. 5. 16. 16: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재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이 과거에 쓴 시가 '지하철 내 성추행'을 미화했다는 비판에 휩싸인 가운데, 진보 성향의 류근 시인은 "실패한 고발시, 실패한 풍자시, 실패한 비판시일 수는 있어도 '성추행 옹호 시'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류 시인은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행태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성추행 옹호 시'라고 비판받아야 한다면 '흥부전'에서 놀부의 행태만을 떼어내서 지문을 만들면 그 작품의 작자는 패륜과 악행의 옹호자가 되고 만다"면서 "작품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서 독자의 교양과 안목까지 망가지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름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풍자의 스탠스 보여.. 비판한다면 시의 완성도 측면에서 '함량 미달'처럼 보인다. 서툴고 유치하고 습작생 수준의 치기에 머물고 있다"
시인 류근. 페이스북
 
윤재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이 과거에 쓴 시가 ‘지하철 내 성추행’을 미화했다는 비판에 휩싸인 가운데, 진보 성향의 류근 시인은 “실패한 고발시, 실패한 풍자시, 실패한 비판시일 수는 있어도 ‘성추행 옹호 시’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류 시인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수십년 시를 읽은 사람으로서 그냥 침묵할 수 없어 굳이! 한 마디 남긴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류 시인은 평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등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학계 인사다.

그는 지난달 13일 페이스북에 “(대선에서) 2번 찍은 후 윤석열 당선을 마치 자신의 승리인 양 오늘까지 행복해하는 분들, 이제 하루 하루 이게 누구의 나라이고 개돼지가 누구인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적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내가 윤석열 따위 인간이 대통령 됐다고 슬퍼하는 게 아니다. 김건희 따위 인간이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 되었다고 슬퍼하는 게 아니다. 한동훈 따위 인간이 득세한다고 슬퍼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렇게 적었다.

윤 비서관은 검찰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2002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출간한 시집에서 ‘전동차에서’란 제목의 시를 발표했다.

그런데 해당 작품에 “전동차에서만은 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 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 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 등의 구절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류 시인은 “흐름과 맥락을 보면 오히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무례와 남성들의 성추행 장면을 드러내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인들과 여성들의 고통에 대해 뭔가 비판하고 고발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면서 “나름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풍자의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시를 비판하려면 차라리 시적 미숙함과 비좁은 세계관, 구태의연하고 졸렬한 표현과 묘사를 지적해야 한다”면서 “시의 완성도 측면에서 ‘함량 미달’처럼 보인다. 서툴고 유치하고 습작생 수준의 치기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류 시인은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행태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성추행 옹호 시’라고 비판받아야 한다면 ‘흥부전’에서 놀부의 행태만을 떼어내서 지문을 만들면 그 작품의 작자는 패륜과 악행의 옹호자가 되고 만다”면서 “작품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서 독자의 교양과 안목까지 망가지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윤 비서관의 성 비위 연루 전력을 언급하며 “성추행 전력이 있는 인사의 비서관 기용은 분노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나쁜 놈들 욕을 하려면 정당하게 해야 한다. 작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얼마든지 다르게 읽힐 수 있는 문학 ‘작품’을 꺼내 들고 한 부분만을 들추어서 조리돌림 하는 것은 구차해 보인다”고 했다.

류 시인은 “긴 싸움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때의 홍위병처럼 굴지는 말자. 이성과 지성의 힘으로 싸워야 한다”며 “실패한 시에 ‘성추행 옹호 시’라고 돌을 던지는 것은 페미니즘도 아니다. 그냥 어리석은 마녀사냥의 공범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