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실 이하 오피스텔 청약 광풍..'선당후곰' 단타족 놀이터 된 청약 시장

2022. 5.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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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수도권에서 99실 이하 오피스텔이 전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장한평역 퀀텀뷰 공사 현장. (윤관식 기자)

“오피스텔 분양의 성패는 ‘전매 가능’ 여부다. 광고에 ‘전매 가능’ 문구가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경쟁률 수준이 달라진다. 각종 규제로 부동산 투자 경로가 막힌 상황에서 ‘전매 가능’을 대체할 수 있는 흥행 요소를 찾기 어렵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현행법상 전매 가능한 ‘99실 이하’ 오피스텔 분양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같은 시공사가 같은 지역에서 분양하는 오피스텔도 99실 이하 여부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 다르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총 9개 오피스텔 중 99실 이하인 6개 오피스텔이 전부 1순위 청약에서 모집인원을 채웠다. 반면 서울에서 분양한 100실 이상 오피스텔은 모집인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99실 이하 오피스텔은 전매가 가능해 실거주 수요뿐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끌어들이면서 당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99실 이하만 인기 있는

▷수도권 오피스텔 청약 시장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5월 2일 당첨자를 발표한 동대문구 ‘신설동역자이르네’ 오피스텔은 평균 4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무려 266 대 1. 이 단지에서 가장 작은 전용 35㎡ 분양가가 무려 5억4920만~6억215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100실 미만(95실) 공급으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불과 2개월 전 인근에서 분양을 마친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오피스텔도 마찬가지. 이곳은 최소 면적인 전용 32㎡ 분양 가격이 4억9950만~5억460만원에 책정됐다. 당시에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은 127 대 1에 달했다. 총 4실을 공급하는 40A형의 거주자 우선 분양 경쟁률은 무려 899.8 대 1. 같은 타입 일반 공급에서도 246.3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했다.

지난 3월 진행된 서울 용산구 ‘용산 투웨니퍼스트99’ 오피스텔 역시 최고 386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용산 투웨니퍼스트99는 총 22실에 불과한 초소형 오피스텔. 1호실씩 공급하는 A타입과 C타입의 거주자 우선 분양에 각각 324명, 386명이 몰렸다. C타입 일반분양 경쟁률도 139.2 대 1에 달했다.

사실 올해 초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서 오피스텔 청약 시장 역시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 분양한 ‘엘루크 서초’는 전체 330실 중 108실이 미달된 채로 청약을 마감했다. ‘지젤 라이프그라피 서초’ 역시 당시 399실 중 133실이 미달됐다.

하지만 99실 이하 소규모 오피스텔은 지난해부터 ‘불패 행진’을 이어간다.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중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경기 과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총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398 대 1, 최고 경쟁률 5761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영등포구에 공급됐던 오피스텔 ‘신길AK푸르지오’는 96실 모집에 12만5919명이 몰려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경기도에서는 나란히 붙어 있는 오피스텔 청약 성적이 99실 이하 여부로 갈린 사례도 있다.

청약 접수를 받은 ‘덕은DMC에일린의뜰 센트럴(8·9·10블록)’. 총 210실 모집에 911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43 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227 대 1을 기록한 10블록 전용 84㎡다. 66실 규모로 조성되는 10블록은 전매 제한 규정을 피했다. 반면 총 144실로 구성된 8·9블록의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덕은DMC에일린의뜰 센트럴 8·9블록의 최고 경쟁률은 14.22 대 1. 8·9블록은 10블록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지만 최고 경쟁률은 10블록의 16분의 1 수준이었다.

▶99실 오피스텔 인기 이유는

▷자유로운 전매로 투자 수요 몰려

99실 이하 오피스텔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자와 공급자, 투자자 입장에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 중대형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대체재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최근 지은 오피스텔은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드레스룸, 알파룸, 3베이, 4베이 등과 같은 설계가 적용된다. 초기 자금이 부족한 젊은 실수요자에게는 거주지로서 매력적이다.

또 오피스텔은 청약할 때 아파트와 달리 가점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거주지 제한,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오피스텔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 점수가 낮은 2030 젊은 신혼부부 중 상당수가 청약을 포기하고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고 있는 배경이다.

공급자에게도 오피스텔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주택법이 적용되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만 건축법에 따라 지어지는 오피스텔은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변 시세대로 분양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주택을 공급하는 시행사는 이 같은 허점을 노리고 오피스텔 분양 가격을 인근 아파트 시세에 맞춰 올리기 일쑤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결정적으로 99실 이하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이유는 바로 전매 제한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건축물분양법 시행령)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하는 100실 이상 오피스텔은 소유권이전등기일까지 전매할 수 없다. 그러나 99실 규모까지는 계약 후 바로 웃돈을 붙여 매도할 수 있다. 1차 계약금만 지불하면 바로 전매가 가능하고 또 오피스텔의 경우 청약 자격에 제한이 없다. 때문에 일명 ‘단타족’이 몰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당첨만 되면 바로 매수자를 연결해드리겠다”고 홍보하는 소위 ‘떴다방’이 성행한다. 일부 인기 오피스텔의 경우 당첨만 되면 웃돈은 물론 계약금까지 매수자가 내는 구조여서 당첨자는 계약금조차 준비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커뮤니티에는 인기 지역 오피스텔 청약이 오픈하면 ‘선당후곰(당첨 먼저 되고 나중에 고민한다)’ 해야 한다는 신조어도 나돈다.

오피스텔 청약 광풍이 계속되면서 과거 정부는 한때 오피스텔에 대한 전매 제한 기준을 새롭게 검토했다. 전매가 자유로웠던 100실 미만 오피스텔의 경우 그 기준을 50실 혹은 70실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내 수도권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기존에 펼쳤던 오피스텔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전매 제한 규제를 강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즉 당분간은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자유롭게 전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부 건설사는 의도적으로 가구 수를 99실에 맞추기 위해 일부는 기부채납하는 등 편법까지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을 고를 때 청약 경쟁률만 보고 해당 단지 인기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청약가점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1인 1건은 물론 청약통장이 있어야 하는 등 엄격한 청약 자격이 있다. 반면 오피스텔은 그런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전문적인 투기 세력이 개입하면 얼마든지 청약 경쟁률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실수요자를 착시 현상에 빠뜨릴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오피스텔 청약 시장은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는 만큼 매수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의 경우 향후 3기 신도시 등 아파트 공급이 많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오피스텔 입지와 환금성 여부를 잘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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