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기술주 '불패 신화'..'줍줍' 기회? 실적·차별화가 투자 포인트

류지민 2022. 5. 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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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술주 폭락 속 빅테크 옥석 가리기

기술주의 종말일까. 지난 2년간 미국 증시를 주도했던 빅테크 기업 주가가 추락하면서 ‘기술주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빅테크 대표 주자로 꼽히던 ‘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 5월 11일까지 1조9359억달러(약 2484조원)가 증발했다. 기술주 중심 미국 나스닥지수는 5월 11일 기준 1만1364.24로 올 들어 30% 가까이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7.3% 떨어졌다. 다른 업종보다 기술주 낙폭이 두드러졌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년간 초저금리 기간 동안 엄청나게 성장한 기술 산업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주에 잔인한 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미 연준(Fed)의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공급망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구조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나스닥과 기술주에 닥친 약세장은 비단 거시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성장성 정점 통과, 신규 상장 러시와 주식 공급 증가, 이익의 체질 변화 등 구조적인 요인과 맞물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들어 5월 11일까지 주가가 각각 26.3%, 24.1%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주가가 고점 대비 3분의 1토막 나면서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기술주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빅테크 기업들이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성장한 이후 일시적인 ‘성장 정체기’를 지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번 약세장이 더 깊은 하락의 전조라고 판단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모든 기술주가 추락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한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등은 여전히 유망하다.

기술주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기술주 반등을 타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을 짚어봤다.

지난 2년간 미국 증시를 주도했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술주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한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등은 여전히 유망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웹 서비스. (로이터)

▶빅테크 성장세 둔화

▷인플레이션·공급망 차질 악재

그동안 기술주의 높은 성장성은 주가 상승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많은 기술주들이 팬데믹 이후 가파른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런 성장성은 ‘구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성장 기대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리오프닝이 본격화된 것이 첫 번째다. 비대면 수요가 줄어들면서 플랫폼 성격의 기술주들은 올 상반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대형 기술주가 중심이 된 나스닥100 기업들의 올 상반기 이익 증가율은 8.7%로 전년 동기 64.2% 대비 크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국 기술주는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를 앞두고 탈코로나 시대에 성장할 빅테크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다. 잣대는 실적이다. 비대면 산업 개화를 코로나19가 앞당겼다면, 탈코로나에 가까워질수록 비대면 산업 성장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빅테크 기업들은 비대면 사업 성장 둔화를 다른 사업 부문을 통해 상쇄하는지와 디지털 경제와 연관성 높은 미래 혁신 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시적인 성장 둔화 요소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은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중국의 락다운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개별적인 수요 둔화 요인들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일부 기술주의 1분기 실적은 양호했지만, 2분기 이후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어서 올해 연간 이익 전망 하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를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최근의 기술주 이익 전망 후퇴가 그간 믿어왔던 ‘구조적 성장’의 후퇴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요인 때문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술주가 다수 포진한 IT, 커뮤니케이션 섹터의 장기 이익 성장 기대치는 지난해 대비 3분의 1이 깎여 나갈 정도로 현저하게 둔화했다”며 “기술주에 내재된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지수보다는 높지만 성장 둔화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은 시장금리 폭등만큼이나 기술주 투자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과잉 공급에 투자심리 악화

▷경쟁 심화와 경기 둔화 우려

증시에 기술주가 너무 많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2년간 주식 시장 호황 국면에서 신규 주식 상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한 것은 테크, 미디어·엔터, 헬스케어, 경기소비재 업종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들 업종이 전체 미국 증시 IPO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 35%에서 2020년 이후 58%까지 높아졌다. 나스닥의 업종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성환 애널리스트는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상장한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이익을 발생시키지 못해 가격 부담이 높았다. 신규 상장 종목을 추종하는 ETF인 IPO.US의 경우 보유 종목의 60%가 지난해 이익을 발생시키지 못했으며,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80배 수준에 달했다. 비싼 가격에 과잉 공급이 이뤄진 셈인데, 기술주 투자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의 공급 과잉은 당분간 시장의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늘고 개별 기업의 점유율이 감소한다면, 기업 성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쟁이 심화되면 점유율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나 설비 투자 증가, 혹은 가격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독점하던 OTT 시장에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등 경쟁자의 등장으로 11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황이 좋은 상황에서는 경쟁 심화가 불러올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산업 성장성이 둔화되면 시장점유율 확보 과정에서 비용 증가를 수반한 이익 전망 후퇴가 나타날 수 있다. 이커머스와 OTT, 게임 산업 등 일부 산업의 주가와 이익 전망에서 이런 조짐이 감지된다.

기술주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고비는 경기 둔화 우려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술주는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구조적 성장을 이어가는 주식이었다. 오히려 경기가 둔화되는 구간에서는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려 기술주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경제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경제지표와 기술주의 연관성이 커졌고, 증시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이제는 오히려 경기 둔화가 기술주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안소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팬데믹과 거시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대형 기술주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개인의 소비지출 행태가 바뀌고 있다. 실질 소비 여력은 작아지고, 필수 소비 비중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재량 소비 여력은 줄어들게 된다. 팬데믹 국면에서 수혜를 입은 빅테크 기업들에는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우려 과도한 상황

▷차별성 갖춘 기술주 저가 매수 기회

기술주가 위기에 처한 것은 맞지만, 차별성을 갖춘 기술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도 적잖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우려가 기술주에 과도하게 반영된 상황이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거나 향후 2분기 실적에서 성과를 보여준다면 기술주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마존은 주가는 하락했지만 팬데믹 덕분에 성장을 가속화하며 최근 고용을 늘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확실한 이익을 내는 빅테크 기업도 각 분야에서 지배력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기술주 주가 부진이 기업의 근본 경쟁력보다는 대외 악재 때문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재봉쇄 등으로 인해 기술주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옥석 가리기다. 기술주의 V자 반등을 기대한다면 어떤 기술주에 투자해야 할까. 기술주 옥석 가리기의 핵심 키워드는 실적과 차별화다. 우선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를 보유해 신규 기업 진입이 어렵고 이익률이 높은 기업이 좋다. 여기에 실적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유하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마지막으로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기업을 저가 매수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대표적으로 ‘기술주의 가치주’라 불리는 애플을 꼽을 수 있다. 애플은 지난 4월 말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972억8000만달러, 순이익 250억달러라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내놨다. 최근 기술주 우려 속에 주가가 하락해 글로벌 시총 1위 자리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에 내주기는 했지만, 주요 빅테크 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적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처럼 확실한 이익을 내는 기술주와 단순 잠재력만으로 가치가 오른 기술주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실적이 동반된 기술주들은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디지털 전환도 투자 포인트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디지털 산업이 부각됐고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은 중장기 경제 성장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디지털화는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디지털 전환을 감안하면, 지금의 기술주 하락 현상을 역발상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기술주 하락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순환적 측면에서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과 구조적 관점에서 혁신 성장주 아웃포펌을 감안하면, 최근 낙폭 심한 미국 기술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과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비전과 비즈니스를 개척하면서도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기술주가 유망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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