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마트 매대'..식용유發 물가 대란 오나
인니 팜유 수출 제한까지 겹쳐 생산·수출길 막혀 ↑
콩기름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연간 338%↑
밀 가격 상승까지 설상가상..전방위 물가 상승 압박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일부 유통매장에서 인당 구매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및 이상 기후 여파에 따른 국제 밀과 대두, 유지류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으로 식자재 대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작년 5월(3674원)보다 33.8% 올랐다. ‘해표 식용유(900㎖)’는 같은 기간 4071원에서 4477원으로 비싸졌다. 식용유 100㎖당 가격은 1월 511원에서 2월 515원, 3월과 4월 530원으로 계속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매장, 하나로마트 등은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하는 등 사재기 방지에 나섰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는 구매 제한을 하지 않고 있지만 행여 식용유 대란이 날까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식용유 수급이 넉넉한 수준은 아닌데 아직까지 오프라인에서 못 팔게 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어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내 밥상·외식 물가는 전방위적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8%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4월 기준 서울지역 자장면 1인분 가격은 6146원으로 나타났다. 전달(5846원)보다 5.1%, 1년 전(5385원)보다는 14.1% 오른 수치다. 자장면에 이어 칼국수(8269원), 냉면(1만192원)도 연간 10% 안팎으로 올랐다.
식용유와 밀 가격 상승으로 라면·과자·빵·치킨 등에는 비상이 걸렸다. 최근 계속되는 전방위적 먹거리 가격 오름세에 원·부재료인 기름 수급 부족이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있다.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의 경우 지난해 7~8월 국내외 판매 가격이 업계 주요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 평균으로 약 8% 올랐다.
오뚜기가 지난해 국내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리면서 13여년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자 농심은 ‘신라면’ 등 국내 라면과 북미지역 라면 가격을 각각 평균 6.8%와 5% 인상했고 삼양식품은 국내외 평균적으로 6.7% 올렸다.
제과업계에서도 최근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과자(스낵류) 시장에서는 농심이 약 3년 4개월 만인 지난 3월부터 스낵 과자 출고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9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4월 ‘빼빼로’ 등 과자 가격을 평균 16.7%가량 올렸다. 해태제과도 이달부터 8개 과자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다.
빵(베이커리류) 가격도 오르고 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총 756개 품목 중 66개 품목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지난해 2월 95개 제품 가격을 올린 뒤 1년 만에 가격 조정이다. CJ푸드빌 뚜레쥬르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1월 원재료와 인건비 인상을 반영해 90개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골목 동네 빵집의 경우 원·부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품목별 10~15%가량 판매가를 올린 곳도 많다.
‘국민 간식’ 치킨 역시 최근 가격이 한 차례 올랐지만 이 같은 상황이라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교촌치킨과 bhc가 일부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올린데 이어 BBQ도 약 3년 6개월 만인 5월부터 치킨 판매 가격을 2000원 올리며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치킨업계 주요 3사 기준 평균 약 11% 수준 인상률이다. 배달비 등을 포함하면 치킨값은 이미 2만원 초중반대까지 올랐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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