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은 맥주병에, 주삿바늘은 녹슬 때까지" 코로나에 재조명된 北의료

문지연 기자 2022. 5.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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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쓰고 평양시 내 약국들을 찾아 의약품 공급실태를 직접 요해(파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코로나 확산에 따른 위기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외신이 열악한 현지 의료 체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수액을 맥주병에 담거나 주삿바늘을 녹슬 때까지 재활용한다는 증언까지 이어져, 이번 사태의 확장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 CNN은 15일(현지 시각)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공중 보건 체계와 주민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럽다”며 “세계에서 가장 고립돼 있고 불투명한 체제의 특성을 지닌 탓에 실제 그곳 상황이 어떤지는 추정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존스홉킨스대가 발표한 2021년 세계보건안보지수에 따르면 북한의 의료 위기관리 능력은 195개국 중 193위다. 전염병 실시간 추적과 의료 접근성이 가장 취약한 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북한 전체 인구의 42%가 영양 부족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BBC는 한국과 북한의 코로나 검사 건수를 비교한 뒤 전문가 말을 인용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수액은 맥주병에 담고 주삿바늘은 녹슬 때까지 사용한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조명했다.

이와 비슷한 목격담은 국내에서도 전해진 바 있다. 고(故) 공병우 박사의 아들이자 안과의사인 공영태 원장이 2018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1년, 2002년 방북 당시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다. 그는 “말도 못 하게 열악했다. 평양의대에 갔는데 녹슨 주삿바늘이 있고 거즈가 빨갛다. 삶아서 재활용하는데 핏물이 빠지지 않아서”라며 “소독된 병에 보관해야 하는 링거액을 맥주병에 넣어두고 종이로 막아뒀더라”고 전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관계자인 류영철은 16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14일 오후 6시 현재 각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와 발열자 수를 상세히 소개했다. 평양시내 확진자는 42명으로, 7개 직할시 및 도 전체 확진자 168명 중 25%에 해당한다. 평양의 유증상자는 14일 하루동안에만 8만3445명으로, 13개 직할시 및 도 가운데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황해남도 2만2808명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1만명대 미만이었다. /연합뉴스

대북인권단체 루멘 설립자인 백지은씨 역시 “평양 주민 200만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마스크나 소독제가 얼마나 부족한지는 상상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탈북한 외과의사 최정훈씨도 2006년과 2007년 겪었던 홍역 대유행을 회상하며 “북한은 지속적 검역과 격리를 위한 자원이 없다”고 전했다. 증상 발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격리하는 지침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집중한 국경 폐쇄에만 의존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지원 제안을 거절한 것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노동신문은 발열 환자 치료법으로 금은화와 버드나무 잎 달여 먹기만을 거론했고,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인터페론 α-2b’ 주사약을 소개했으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그 어떤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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