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에너지 안보

변상근 2022. 5. 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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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올해 세계 에너지 산업은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 위기는 2020년의 유례없는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 지난해의 글로벌 탄소중립 신드롬을 무색게 하고 있다. 지금은 가격은 차치하고 액화천연가스(LNG)든 석탄이든 안정적 물량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른바 가격 불문, 물량 확보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발 천연가스 위기는 석탄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중국과 인도는 석탄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경험했다. 더 이상 남의 이야기만 아닐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석탄 수출 중지, 여기에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 석탄 수출 금지 등 불똥이 우리나라에까지 튀고 있다. 지난해 발전량 구성은 석탄 34%, 천연가스 29%인 데 반해 에너지 자립성이 높은 원자력은 27%, 신재생은 7%에 불과했다.

에너지 위기는 필연적으로 가격 폭등과 연결된다. 지난해 초반 대비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가릴 것 없이 모든 자원의 가격이 적어도 수 배 올랐다. 우리나라의 올해 4월 발전용 유연탄, 유류, LNG 가격은 지난해 1월 대비 각각 2.2배, 3.1배, 3.3배나 상승했다. 이는 육지와 제주의 전력도매가격(SMP)을 사상 최대 수준인 ㎾h당 201.6원, 250.3원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1월 대비 2.9배나 폭등한 것이다. 또한 전기요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산단가도 같은 기간에 1.7배나 올랐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지난해에 결정한 ㎾h당 6.9원만 반영됐다. 이번 에너지 위기 진원지인 유럽의 충격은 더욱 크다. 독일은 도매전력시장 가격이 약 3.3배 올랐고, 소매 전기요금은 13% 인상돼 ㎾h당 41센트에 이르고 있다. 이탈리아는 도매가격이 무려 3.6배 폭등했고, 전기요금은 81%나 인상돼 ㎾h당 56센트에 달했다. 유럽은 이번 에너지 위기 대응책으로 원자력 건설, 신재생 지속 확대, 미국과 중동으로부터 LNG 도입, 석탄 발전량 증가 등 다양한 대안을 쏟아냈지만 뚜렷한 단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향후 유럽의 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 안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안정적 전력 공급은 우리 생활과 경제뿐만 아니라 생존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고층의 대단지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 수 시간 혹은 수일 동안 정전이 발생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그 중요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정전 비용이 통상 공급 비용의 50배 안팎에 이르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공급 비용을 ㎾h당 100원으로 가정하면 ㎾h당 정전 비용은 5000원 수준에 이른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매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했다. 연간 가구당 정전 시간이 9분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5시간과는 아예 비교 불가할 정도다. 유럽 주요국도 가구당 정전 시간이 1시간 안팎에 이른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우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은 연료비 상승을 대부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로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 적자를 담보로 하는 전기요금 억제는 에너지 낭비, 수요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상승, 미래 세대가 부담할 부채 증가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윤석열 정부의 원가를 반영하는 에너지 가격 정책은 단순히 한전 적자를 줄이는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전력산업의 근간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석탄, 천연가스, 신재생 등 원별 구성이 다양해서 특정한 연료 부족 사태까지는 전개되지 않고 있다. 만약 우리 발전원이 하나나 둘의 에너지원에 집중됐다면 에너지 위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없다.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원의 다양성 확보, 연료 수입처 다양화, 원자력과 신재생 등 에너지 독립성이 높은 자원 비중 증대, 발전소와 국가의 예비 연료 비축과 혼소 시스템 구비, 소비자 자가 발전 비중 증대 등 수많은 대책으로 확보할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는 저비용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결정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jbae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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