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약품 부족·공급문제 심각..군 투입 '평양부터 안정화'
[경향신문]
북한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일일 40만명에 육박하면서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의약품 유통 문제를 질타하고 인민군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5월15일 또다시 비상협의회를 소집하고 방역대책 토의사업을 진행했다”면서 특히 “의약품 공급에서 나타난 편향들을 시급히 바로잡기 위한 문제를 집중토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 위원장은 “국가예비의약품들을 긴급해제해 시급히 보급할 데 대한 비상지시까지 하달하고, 모든 약국들이 24시간 운영체계로 넘어갈 데 대해 지시했지만 아직까지도 동원성을 갖추지 못하고 집행이 바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내각과 보건부문의 무책임한 사업태도와 조직집행력을 비판하고 중앙검찰소 소장의 직무태공(태업), 직무태만행위를 질책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 군의부문의 강력한 역량을 투입하여 평양시 안의 의약품공급사업을 즉시 안정시킬데 대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특별명령을 하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치국 협의회를 마친 뒤 평양 대동강 구역의 약국을 직접 방문해 의약품 공급과 판매 현황을 직접 살폈다. 약품보관 장소가 따로 없고 판매원들이 위생복장을 갖추지 않은 실태를 지적했다.
이날 보도로 북한의 의약품 공급 및 판매 실태의 부실과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 직후 강력한 봉쇄 정책을 고수하면서 의약품 유입이 2년 넘게 멈춘 데다 인도주의 국제기구 인력도 모두 철수한 상태다. 확진자 발생 후 전국 지역별·단위별 봉쇄 조치를 시행하면서 장마당(시장)에서 방역물품이나 약품을 구입하기도 어려워졌다. 민간요법이나 약물 오남용으로 증세가 더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모든 약물치료는 의사의 지도 밑에서만 진행해야 한다”고 했고, 조선중앙통신도 “그 어떤 경우에도 자의대로 항생제를 쓰지 말아야 한다. 항생제는 비루스(바이러스)에 대처하지 못하며 유기체에 큰 부담을 줄 뿐”이라고 밝혔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 따르면 북한에서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39만2920여명의 발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8명이 사망했다.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수는 총 50명이다.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발생한 전국적인 유열자 총수는 121만3550여명이며 그 중 64만8630여명이 완쾌되고 56만486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추정되는 신규 발열자 규모는 12일 1만8000명, 13일 17만4440명, 14일 29만6180명, 15일 39만2920여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열악한 보건의료 체계와 급증하는 환자수를 볼 때 이번 사태가 김 위원장 지도력이나 북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중앙검찰소 소장을 꼭 집어 질책한 것도 의약품 대란 사태의 책임을 돌릴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유증상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평양으로 나타났다. 류영철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관계자는 이날 조선중앙TV에 출연해 14일 오후 6시 기준 평양 시내 확진자는 42명이라고 밝혔다. 7개 직할시 및 도 전체 확진자 168명의 25%에 달했다. 중국과 인접한 평안북도 확진자는 20명이며 자강도와 양강도, 함경북도 등 그 외 국경 지역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평양의 유증상자는 14일 하루 동안에만 8만3445명으로, 13개 직할시 및 도 가운데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북한이 의약품 부족 해결을 위해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물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최근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물자 지원을 요청해 현재 양측 간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와 관련해선 “확인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비춰볼 때 “중국과 방역협력이 진행되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한 대북통지문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북측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한국의 방역 경험 등 기술협력 진행 용의를 밝힐 예정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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