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신수원 감독 "잊힌 존재, 옛 여성감독이 보내는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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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원 감독은 2011년 다큐멘터리 '여자만세'를 만들었다.
그때 한국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으로 기록된 홍은원(1922∼1999)의 딸과 그의 친구이자 첫 여성 편집기사인 김영희를 만났다.
장편 데뷔작 '레인보우'(2010)는 직장을 그만두고 음악영화 연출을 꿈꾸는 감독지망생 지완의 얘기였다.
"1960년대 여성 감독에게 얼마나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을까요. 그림자는 지완을 응원해주고, 지완은 '당신 필름을 내가 찾았다' 하면서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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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신수원 감독은 2011년 다큐멘터리 '여자만세'를 만들었다. 그때 한국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으로 기록된 홍은원(1922∼1999)의 딸과 그의 친구이자 첫 여성 편집기사인 김영희를 만났다. 장편 데뷔작 '레인보우'(2010)는 직장을 그만두고 음악영화 연출을 꿈꾸는 감독지망생 지완의 얘기였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오마주'에서 세 번째 영화를 막 완성한 지완(이정은 분)은 옛 영화감독 홍재원(김호정)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16일 서울 북촌의 작업실에서 만난 신 감독은 홍은원의 1962년작 '여판사'에 대해 "미장센이 굉장히 세련됐고 법정 장면도 능숙하게 연출했다"며 "기술적으로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홍은원은 세 번째 작품 '오해가 남긴 것'(1965)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연출작을 남기지 못했다. 영화 속 지완도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나 편집기사 이옥희(이주실)를 통해 홍재원의 삶을 추적하고, 환상 속에서 그림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홍재원을 만나는 과정에서 위안을 얻는다.
신 감독도 '여자만세'를 찍으면서 홍은원을 처음 알게 됐다. 잊힌 존재, 그림자로 그를 그린 이유다. "1960년대 여성 감독에게 얼마나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을까요. 그림자는 지완을 응원해주고, 지완은 '당신 필름을 내가 찾았다' 하면서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성 영화인이 겪는 어려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신 감독처럼 꾸준히 작품을 내는 감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며 국제무대에도 이름을 알린 신 감독이지만, 그 역시 첫 작품을 내기까지 곡절을 겪었다.
"데뷔하기 전에 '살림이나 해라', '시나리오는 써도 되는데 무슨 연출이냐'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 암묵적인 차별이 존재했고, 나이 조금 많으면 작가로도 안 써주더라고요. '여성 감독은 마흔 넘으면 입봉하기 힘들다'라고도 했죠."
데뷔작 '레인보우'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몇 번을 엎어졌다. 제작사 준필름을 직접 차리고 영화를 개봉한 때가 마흔셋이었다. 중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하며 영화판에 뛰어든 지 10년 만이었다.
영화 속 지완은 관객수 20만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상영관을 찾는 관객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신 감독의 영화들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개봉한 '젊은이의 양지'는 관객수 5천명을 조금 넘겼다. 영화만 보면 이미 초탈한 듯 보이지만, 신 감독도 '성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정을 쏟아부어서 만든 작품인데 많이 봐주면 좋은 거잖아요. '젊은이의 양지'는 어두운 영화인데다가 코로나도 심각하니까, 스태프나 배우들한테 죄 짓는 느낌이 들고 부채감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혼자서 일기 쓰는 게 아니니까요."
'명왕성'(2013)과 '마돈나'(2015), '젊은이의 양지' 등 신 감독의 전작들은 대개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췄다. 사회적 약자인 영화 속 인물들은 희망을 품지 못해 괴로워했다. 오마주의 지완은 좌절로 시작하지만 점차 희망을 되찾는다. 영화 속 소소한 유머도 적지 않다.
신 감독은 "아이디어들을 어떤 옷을 입혀서 풀 것인지 고민하다 보면 또 어두운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관심이 많고, SF도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영화 속 지완은 시골의 한 옛날 극장에서 홍재원의 필름을 발견하며 위안과 희망을 얻는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 단관극장은 영화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신 감독은 "극장이 중요한 공간으로 나오니까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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