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꼼짝마"..만년 적자 제주맥주, 라거로 제품군 확장

배동주 기자 2022. 5. 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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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거 프로젝트 001′ 이달 중 출시 예정
편의점 중심 가정채널 외 유흥 시장 진출
지난해 영업손실 72억원..상장폐지 가능성도
한 병 2만원 고가 맥주로 수익성 개선 계획

국내 1위 수제 맥주 제조업체 제주맥주(276730)가 ‘라거 맥주’로 제품군을 확장한다.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000080)의 ‘테라’와 같은 라거 맥주를 새로 출시해 ‘에일 맥주’만을 제조·판매하는 수제 맥주 기업이 아닌 명실상부 맥주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제주맥주는 1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글래드호텔에서 ‘브루잉 데이 2022′를 열고 이달 내 라거 맥주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이하 제주라거 001)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2017년 제주 위트 에일을 출시, 수제 맥주 시장에 나선 제주맥주의 첫 번째 라거 제품이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브루잉 데이 2022’에서 발표하고 있다. /제주맥주 제공

라거 맥주는 맥주 제조 과정에서 가라앉는 효모를 이용해 발효하는 맥주다. 상면 효모를 활용해 발효하는 에일 맥주와 달리 가벼운 풍미와 청량감이 특징이다. ‘소맥’(소주+맥주)에 쓰는 맥주가 라거 맥주다. 제주맥주는 제주라거 001의 유흥 시장 출시도 예정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양조장 산하에 기술 연구소를 두고 국내 맥주 시장에 없던 다양하고 실험적인 제품을 앞장서 출시해 왔다”면서 “에일 맥주 중심의 수제 맥주 대중화를 일으켰고, 이제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라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라거 001은 알코올 도수 5도로 출시된다. 네덜란드와 독일산 보리맥아에 미국산 호프펠렛을 더해 부드러우면서 청량한 맛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등 제품과 함께 4캔 1만1000원으로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맥주의 실적 위기가 라거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17년 제주도에 300만ℓ 규모 양조장을 건설하며 시장에 뛰어든 제주맥주는 지난해 2000만ℓ 생산 설비를 갖추고 연 288억원 매출을 올리는 국내 1위 수제 맥주 기업이 됐지만, 2015년 창립이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손실액이 65% 증가했다. 특히 2017년 5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은 2018년 63억원, 2019년 95억원 등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326억원이다.

제주맥주가 이달 출시를 예정한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왼쪽). /배동주 기자

상장사 유지를 위해서도 실적 개선은 필수다. 지난해 5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는 2024년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될 수 있다.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은 4년 연속 적자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제주맥주는 라거 맥주 제주라거 001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 위트 에일 출시 이후 수제 맥주 시장의 새로운 흐름이 돼버린 브랜드 협업을 이어가기보단 제품 품질에만 집중해, 제주맥주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뒀다는 판단에서다.

제주맥주는 수익성 강화를 위한 고가 맥주 출시도 예정했다. 오크통 숙성 맥주인 ‘배럴F’, 과일향 가미된 스파클링 와인 형태의 맥주 ‘프루티제’ 등을 각각 연내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제주맥주는 오크통에서 숙성한 한정판 맥주를 병당 2만원에 선보인 바 있다.

제주맥주 제품 출시 계획. /제주맥주 제공

국내 1위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097950)과 손잡고 맥주 사업을 넘어 식품 영역으로 확장도 예정했다. 지난 12일 1인 가구(싱글 이코노미)를 타깃으로 한 제품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협업 제품은 올해 하반기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제주맥주가 지역 수제 맥주 제조업체를 인수합병(M&A)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주도 내 양조장에서 생산한 맥주를 서울 등으로 옮겨 판매해야 하는 만큼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맥주는 운반비로 판촉비(26억원)보다 많은 36억원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문혁기 대표는 “M&A를 직접 추진한다기보다 M&A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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