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첫 주연작 '오마주' 통해 노희경 작가와 일할 용기 생겨" [인터뷰M]

김경희 2022. 5. 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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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세대 여성 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 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그린 작품 '오마주'에서 주인공으로 연기한 이정은 배우를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은희'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정은은 러플이 귀여운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러블리한 의상이라는 칭찬에 그녀는 "이 옷을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입으려 했는데 '은희'에게 너무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못 입었다"며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오마주'는 이정은이 시나리오를 받고 20분 만에 전화해서 하겠다고 결정했다는 영화였다. 그는 "쑥 한 번에 읽혔고 영화 속 주인공이자 영화감독이라는 '지완'이 멀지 않게 느껴지더라. 해볼 수 있겠다 생각 들었고 도대체 어떤 감독이길래 이런 시나리오를 썼는지, 어떤 결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특히 실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너무 궁금했다"라며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신수원 감독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글에 반해 신수원 감독을 처음 대면했지만 의외로 첫인상이 차가워 '괜히 주연하겠다고 덥석 잡았다가 시달리는 거 아닐까' 걱정했다는 이정은은 "키도 작고 딴딴한 인물이어서 차가운 줄 알았는데 너무너무 소녀 같고 마음이 뜨뜻한 분이었다. 이 작품을 하고 난 뒤 신수원 감독이 다음에 의미 있고 경제적으로도 유익한 영화를 꼭 찍게 해달라는 소원이 생겼다."라며 함께 작업해 본 소감을 밝혔다. 또한 "영화제에서만 유명한 감독처럼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정말 재미있는 글을 많이 쓰시고 열정이 있으신 분이시다. 앞으로 더 좋은 글과 작품이 나오실 것. 양화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거리시고 다른 이야기에는 별다른 관심을 안 보이시는, 영화에 아주 열정적인 분."이라며 신수원 감독을 이야기했다.

1962년과 2022년을 잇는 아트 판타지 버스터로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위트 있고 판타스틱 한 여정을 담은 이 영화는 신수원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한국 영화 1세대 여성 감독인 홍은원 감독의 영화 '여판사'의 내용을 영화 속에 담아내는 특별한 시도를 했다. 영화 속에서 영화감독 '지완'을 연기한 이정은은 묘하게 신수원 감독과 외형적으로나 분위기적으로 닮은 꼴을 보여주었다. 의도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정은은 "의상 감독과 분장 감독들이 신수원 감독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신 것 같다. 신 감독은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20%밖에 안 들어갔기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지만 본인과 너무 비슷해져서 나중에는 자신의 안경까지 벗어서 빌려주셨고, 작품 속에서 신 감독의 안경을 쓰고 연기를 했다"라며 캐릭터의 외형적인 모습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야기했다.

신수원 감독과 작업을 하며 많은 용기를 얻었다는 이정은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 안에 제가 나오는데 지루함을 못 느끼게 어떻게 연기를 보여드려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신 감독이 굉장히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저는 제가 가만히 있는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낯선데 감독님은 그런 가만히 있는 얼굴에서 오는 느낌이 좋다고 해주시더라. 그동안은 촐싹거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는데 왜 그 시간을 견디지 못했나 싶더라. 어떤 장면을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표정의 다양함보다 진중함도 배우고, 제가 평소 갖고 있었지만 몰랐던 버릇들도 적나라하게 모니터를 보며 알게 되었다. '오마주'를 통해 이런 걸 배우고 나서야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해보겠다는 용기가 생기더라. 노희경 작가가 워낙 글을 촘촘하게 쓰셔서 완결성 있게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자신감을 준게 '오마주'였다"라며 신수원 감독과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표정 연기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했음을 알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첫 단독 주연작을 선보이는 이정은은 "사실 찍는 동안에는 따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제가 직접 작품을 소개하다보니 요즘은 주연작이라는 것에 대해 하중을 느낀다. 좋은 영향을 미치는 영화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라며 공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며 "촬영하는 22회차 동안 모든 회차에 등장했다. 너무 바쁘고 쉴 틈이 없더라. 김태리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을 할 때 3박 4일 밤을 새우며 촬영하면서도 괜찮다고 웃었었는데 영화는 더하더라. 촬영이 끝난 다음에도 내일 찍을 것에 대해 상의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잠을 못 잘 때가 너무 많았다. 주인공들은 정말 바빴구나 싶더라.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작업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며 주연으로서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작업했던 시간을 평가했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게 제가 주연이어서는 아니었다. 영화감독이라는 특정 직업이 멋있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보편성 때문에 선택했다. 제 나이 또래의 전문직 여성, 가족과 소통하지 못하고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면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이 영화를 하기 전에는 여성 감독님들이 몇 년에 어떻게 활동했는지 몰랐는데 아이를 들춰엎고서라도 영화를 하고 싶은 이유가 뭘까 궁금하더라. 저만하더라도 집안일이 얽혀 있으면 다른 일을 할 엄두가 안 날 텐데 얼마나 강렬하면 그러는 걸까 싶더라."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여성 영화인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는 기회도 생겼음을 이야기했다.

이정은은 "가장 좋을 때 불안도 같이 오는 거 같다. 지금까지 선배님들을 많이 뵀는데 이제 현장에서 선배들, 특히 여성 연기자들이 활동하는 게 많이 안 보인다. 그게 제 일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 누가 되건 계속 자리를 만들어야 능동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데 젊은이 위주로 치중되는 게 많다 보니 저에게도 곧 다가올 문제라고 생각은 된다."라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영화 속 대사에도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말도 나오는데 저는 그게 1등을 하라는 게 아니라 완결성을 가지라는 말 같더라. 여성을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다. 매일매일이 고비고 떨리고 흥분되는데 저도 그런 말에 힘을 얻어 오늘도 잘 가보자는 이야기를 아침마다 하게 되는 거 아닐까"라며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보호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의지하거나 도와주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데 그 속에서 각별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지 많이 봐주고 서로 힘이 되어줘야 한다. 여성의 영화도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세 자매' 같은 영화도 지난해에 너무 좋았다. 후배 여성 배우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며 특히나 이 작품을 통해 여성 문화 예술인으로의 책임감도 많이 느끼게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이정은은 영화 '오마주'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욕심내도 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작품"이라고 이야기 헀다. 그동안은 보기보다 소심하고 쭈뼛거리는 게 있었다는 이정은은 "좀 더 당당해도 되겠다 싶고, 후배들에게도 하고 싶을 때 하라고 권하게 되더라"라며 작품을 통해 얻은 용기와 자신감을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는 마음까지 생겼음을 밝혔다.

"한 번에 두 가지 영화를 볼 수 있고 대단한 영웅은 안 나오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있으니 보편적인 정서를 같이 나눌 수 있고, 우리의 영화 역사 속에서 이런 분이 있었다는 시간 여행도 할 수 있는 영화. 극장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는데 편하게 극장에서 보실 수 있을 것.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의 향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야무지게 '오마주'를 소개한 이정은은 6월에 몇 년 만에 잠시 휴가를 가진 뒤 7월부터 OTT 작품의 촬영으로 다시 시청자들에게 돌아올 것임을 예고했다.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 세상의 모든 예술인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가 될 아트판타지버스터 영화 ‘오마주’는 5월 26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준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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