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뷰] 한 고비 넘긴 쌍용차, 안전하게 달릴 수 있을까?

2022. 5. 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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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이 기사는 05월 16일 01: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재매각에 돌입한 쌍용자동차가 1단계를 넘어섰습니다. 비공개 입찰을 통해 회생 인수합병(M&A)의 우선매수권자(호스)를 KG그룹 컨소시엄으로 선정한 건데요, 그 배경은 무엇이고 앞으로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왜 경쟁사였던 광림 컨소시엄은 ‘입찰 담합’이라고 주장하는지 들여다봤습니다. 롯데그룹의 글로벌 제약사 공장 인수, 역전할머니맥주의 성공 스토리 등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 "한 번 깨진 딜, 핵심은 자금력"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13일 쌍용차의 우선 매수권자로 KG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한 배경은 확실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KG그룹은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자금력 면에서 후보들 중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죠. 쌍용차 딜이 한 번 깨진 뒤 다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확실하게 딜을 완료할 수 있는 후보, 자금력이 입증된 후보를 우선 매수권자로 선정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뜻을 같이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쌍용차를 인수하는 데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수자가 갚아야 할 쌍용차의 부채는 일반 회생채권 5470억원과 공익채권 3900억원 등 부채만 약 9370억원에 달합니다. 부채와 운영자금을 고려하면 최소 1조원에서 대략 1조5000억원까지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쌍용차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너무 적은 인수금액을 적어낸 데다 회생채권 변제율도 낮았기 때문에 이번엔 쌍용차 측이 확실한 자금력을 최우선으로 한 것으로 안다"며 "빠르게 딜이 진행되기 위해선 돈을 빌리기보단 당장 손에 들고 있는 현금이 충분한지가 가장 중요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G그룹의 자금력을 살펴보자면, KG그룹의 지주사인 KG케미칼이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3636억원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계열사인 KG ETS가 매각한 폐기물사업부의 매각대금 5000억원가량이 올해 하반기에 입금될 예정이기도 하죠. 이것만 합쳐도 약 863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셈입니다. 또 캑터스PE, 파빌리온PE 등 재무적투자자(FI)까지 합세를 했으니 서울회생법원과 쌍용차 입장에선 이보다 더 확실한 후보는 없다고 판단할 만 했을 겁니다.

앞서 딜리뷰에서도 다루긴 했지만, IB업계에선 "과연 1조원을 훌쩍 넘는 돈을 쏟아부을 만큼 쌍용차가 매력적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쌍용차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1조9435억원에 달하는데다 매출도 줄고 있고 영업손실도 4493억원을 내는 등 영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보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쌍용차의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이 지난해 평가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약 9800억원 수준. 존속가치(6200억원)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자칫 '승자의 저주'를 맛볼 수도 있을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아직 KG그룹 컨소시엄이 인수자가 된 건 아닙니다.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딜은 우선 매수권자(호스) 선정 이후 내달께 공개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우협의 조건이 호스보다 좋을 경우 호스가 그 조건을 수용해서 본계약을 맺을지 우선 결정권을 갖게 되고, 호스의 조건이 우협보다 좋다면 호스가 본계약을 맺게 됩니다. KG그룹이 유리한 상황인 겁니다. 하지만 광림 컨소시엄이 "끝까지 완주할 것"이란 의사를 밝힌 만큼 공개입찰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 건 맞습니다. 만약 광림 컨소시엄이 KH그룹을 앞세워 공개입찰에서 아주 높은 금액을 적어낸다면, 그리고 그 조건을 KG그룹 컨소시엄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광림에 기회가 갈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만. 그래서 "누가 최적의 가격으로 인수하는지가 관건"이라거나 "광림이 욕심을 부리는 순간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아, 그리고 KH그룹이 파빌리온PE가 KG그룹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을 놓고 "입찰 담합"이라고 주장하면서 시끄러운 상황인데요, 인수합병(M&A)업계에선 "인수 후보자들이 막판에 손을 잡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그건 담합과 거리가 멀다"며 이슈제기 자체를 일축하는 분위기입니다. 혹시나 해서 "과거 대법원 판례도 있다"는 KH그룹의 주장에 대해 자세히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업데이트되는 내용이 있으면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2. 신동빈의 '바이오 첫 삽'은 미국 공장 인수

롯데그룹이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키로 했습니다. 김채연 이지현 기자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동부 시러큐스 지역에 있는 BMS 공장의 장비와 전문가, 운영권 등을 모두 인수하는 영업 양수도 계약을 맺기로 한 건데요, 인수 금액은 약 2000억원이라고 합니다.

이번 딜이 의미있는 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사장단 회의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첫 행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장은 BMS의 생산시설 중 유일하게 상업용 생물학적 제제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데요, 암 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면역관문억제제, 류머티즘질환 등을 치료하는 항체치료제 등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롯데그룹이 공장을 확보하게 되면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의약품품질관리인증(cGMP) 등 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바이오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진출하려는 롯데그룹의 야심찬 전략이 어떻게 가시화될지, 그룹의 실적 개선에는 언제부터 기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3. 30대 창업주, 6년 만에 1000억 벌다

'할맥'(할머니맥주)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유명한 맥주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전할머니맥주'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스톤파트너스에 1000억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역전에프앤씨를 설립한 소종근 대표는 창업 6년 만에 1000억원을 손에 쥐게 돼 '30대 성공 스토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사실 맥주를 파는 곳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냐 싶지만, 전북 익산역 앞에서 OB베어엘베강이라는 이름으로 1982년부터 운영했던 게 역전할머니맥주의 모태라고 합니다. 40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진 것이죠. 소 대표가 2016년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사들인 뒤부턴 저온숙성맥주를 장기로 내세웠고, 이른바 '얼음맥주'로 젊은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고 합니다. 가격도 500cc를 3000원에 파는 등 저렴한 편에 속했고 가맹점을 2016년 5개에서 올해 4월 기준 800개까지 빠르게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합니다.

모든 창업주들이 다 돈을 버는 건 아니죠. 또 스타트업을 성공한 기업으로 키워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정보기술(IT)이나 인공지능(AI) 같은 떠오르는 기술 관련 기업이 아닌, 맥주 프랜차이즈로 돈을 벌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습니다.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이 회사를 인수한 이유로는 코로나 시국에도 실적이 크게 늘어나는 등 저력을 보유한 점, 젊은층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점 등이 꼽힙니다.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더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소 대표처럼 젊은 창업주들의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4. 역시 AI가 '대세'리벨리온 570억원 추가 투자받나

국내 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이 5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금을 유치할 예정입니다. 역시 AI가 최근 가장 핫한 투자처인 것 같습니다. 이 회사는 설립 1년8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으면서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번 투자는 KDB산업은행 스케일업금융실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국내 벤처캐피털(VC) IMM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번주 중 산은의 투자 검토가 끝나면 금액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리벨리온이 지난해 7월 145억원 규모의 프리A 시리즈 투자를 유치한 지 1년도 안 돼 수백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게 된 비결은 확실한 기술력 덕분이라고 합니다. 리벨리온의 창업자는 인텔, 삼성, 스페이스X에서 반도체 전문성을 쌓은 박성현 대표로, 다른 구성원들도 IBM, ARM, 인텔 등 유명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들이라고 합니다. 요즘 기업공개(IPO) 시장이 주춤하고 주식시장도 우울한 것과 비교하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는 여전히 '핫'한 것 같습니다. 물론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부정적 환경이 언제 M&A 시장에 직격타를 때릴지 불안한 건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시장에 돈은 넘쳐나고 매력적 투자처엔 항상 투자자들이 붐비기 마련입니다. M&A에 관한 제보는 언제든 환영합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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