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왜 모두 인플레를 말하나?.."공포는 현실이 됐다"

김정우 기자 2022. 5. 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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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인플레로 통한다

최근 경제 상황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인플레이션'입니다. 쉽게 말해,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주요 증시가 폭락해도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도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흔들려도 기름값이 올라도 모든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인플레이션을 말하는 이유는 뭘까요?
투자자의 관점이 아닌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선 비교적 쉽게 답할 수 있습니다. 먹고살기가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4.8%로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물가가 5% 가까이 올랐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수치만 보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왜 다들 호들갑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우려에 비해 5%란 수치가 턱없이 작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평균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평균치…'체감 물가'는 더 올랐다

사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체감물가와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458개 품목의 평균을 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구입비나 한방진료비, 골프장 이용료, 호텔 숙박료 등 '당장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품목'까지 포함된 겁니다.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와 동떨어진 품목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품목별로 뜯어보면 '이렇게나 올랐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달걀과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포함한 축산물 품목 가격이 7.1% 올랐습니다. 휘발유, 경유, 등유는 각각 28.5%, 42.4%, 55.4% 급등했습니다. 주거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 품목이 2.8%, 공동주택관리비는 4.7% , 전기료는 11%나 올랐죠. 평균치에 상관없이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부 품목의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물가 상승률은 '4.8%'보다 높을 수 있는 겁니다.
 

임금 인상 요구↑…'도미노 현상' 우려

이렇게 오른 물가를 감당하려면 소득이 늘어야겠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협약임금 인상률은 3.6%로 그 전년도의 3.0%보다 조금 올랐습니다. 하지만, 물가 인상분보단 여전히 낮은 탓에 '임금이 더 올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교섭 과정에서 노사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고 있단 보도가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임금이 오른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따라 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손에 쥐는 물건,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물건 가격엔 인건비가 반영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른다면, 운영자 입장에선 그 제품 가격을 올려 손실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하겠죠. 이런 현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임금, 물가가 서로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물가 관리는 모두의 과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무려 8.3%입니다. 앞선 설명을 이해했다면, 이게 얼마나 오른 건 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자칫 서민들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죠. 미국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이 연일 '물가'을 쏟아내는 게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이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유동성은 '돈'을 말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습니다. 코로나 관련 각종 지원금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여기에 은행권이 '제로 금리'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너도나도 투자에 나서면서 '개미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현상도 생겼습니다. 시계나 가방 같은 명품이나 그림 등을 사모으는 '아트테크', 가상화폐 투자 광풍 등 지난해 '투자' 관련 이슈가 끊임없이 이어졌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돈이 흔해지고 그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이제 유동성, 돈을 회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가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을 언급하며 "금리 올릴 거니까 얼른 빚 갚아라" 이렇게 압박하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곧 연이자 7%대 주택담보대출상품이 나올 거란 전망까지 있으니 말이죠.
 

인플레이션의 끝은?

사실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정해진 목표치대로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중국의 상하이 봉쇄 등 갑작스러운 악재가 언제든 쏟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2의 팬데믹이 올 수도 있겠죠.

시장에선 이르면 올해 말쯤 인플레이션 현상이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이미 6~7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진통은 있겠지만, 지금이 바로 '최고점'이라는 겁니다. 모두가 어려운 이때 이른바 '어둠의 터널'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길 기대합니다.
 

김정우 기자fact8@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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