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포스트 코로나:코비드19 이후 세계(하)

김현민 2022. 5. 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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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발자국 네트워크 보고서에 따르면 쇠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 물 1만5400ℓ를 소비하고, 돼지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 물 6000ℓ를 소비해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2021년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에 따르면 줄어들고 있지만 사육 소는 10억마리 이상, 사육 돼지는 8억5000만마리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인류는 인간의 시간에서 자연(지구)의 시간을 척도로 살게 될 공산이 높아졌다. 지구온난화, 지구 생물의 생태계와 서식지 파괴로 인한 공간의 중첩으로 야기된 파국적인 결과이다. 어쩌면 이미 지구, 우주와 합의하면서 인간의 삶을 모색했어야 했다.

인본주의에서 시작된 인간 중심적 사고가 이제는 더 이상의 가치를 잃어 가고, 인류는 전 지구적인 시스템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점에 직면해 있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구적 관점의 시스템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처럼 인간만이 지구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르짖어야 한다. 작고 작은 꿀벌만 없어져도 우리 인류는 절멸에 가까운 재앙을 맞을 수 있으며, 시베리아 영구 동토의 바이러스·박테리아의 출현으로 인류가 너무도 쉽게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은 이미 예측이 아니라 사실이다.

메가트렌드를 바꾼 팬데믹, 플랫폼이 바뀌고 있다.

인류가 등장한 시기를 현재까지 아무리 길게 잡아도 700만년 남짓하고, 호모사피엔스 출현 시기는 35만년 전후로 지구의 시간으로 보면 아주 짧은 시기에 출현했다. 이제는 지구상의 지배종이 됐다.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파국을 맞게 될 공산이 높다. 우리 인류는 항상 특별해지려고 한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특별한 것은 없다. 생물학적으로 보편적이고 관념적으로 특별한 것이 인간이다.

지난 세기 이후 메가트렌드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요약해 보면 도시화, 문명화, 공업화 등으로 이어졌다.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인구 증가와 함께 신흥국이 도시화하면서 전 세계 경제활동과 경제 역동성의 중심지가 중국과 같은 신흥국 및 신흥국의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기술의 경제적 영향력도 가속화하고, 그 범위와 규모도 커지고 있다. 또한 인구의 비약적 증가로 인한 경제 발전은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가로 이어지며 기술 발전의 기폭제가 돼 왔다.

중국의 개방 이후 값싼 노동력은 세계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했지만 2040년께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양로원으로 변할 것이고, 세계 치매 환자보다 중국 치매 환자가 더 많아질 것이다. 비교적 확실한 미래는 통계 지표로 알 수 있는 것으로 인구증가율·사망률과 같은 거시지표며, 은퇴 예정 인구가 생산가능 인구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글로벌 커넥션 확대로 인해 교역과 자본, 사람, 정보의 이동을 통해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됐다. 카오스 이론처럼 남반구에서 나비가 펄럭이면 이제 우리나라에 태풍이 불 수 있다는 사실도 너무나 잘 알게 됐다. 지구 전역을 잇는 글로벌 커넥션 결과물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물리적으로 고립되지만 모두가 연결이 가능한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에서의 신자본, 신인격체, 초월적 정보, 인공지능(AI)의 출현을 공식화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인류는 가까운 미래에 가상공간에서의 나(본인)를 대체 가능한 인격체로 내세우고, 하나가 아닌 여러 명의 가상 인격체가 만드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육체는 사망해도 가상의 인격체는 살아남게 될 것이고, 경제적·법률적으로 대체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새것은 항상 옛것이 되고, 새것이 현재를 대체해 나간다. 인간은 충분히 경험한 것, 고루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새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관념적·실행적 새것이 필요한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나이와 출신을 묻지 않는 문화, 은퇴 시점을 사회가 모두 나서서 정해 주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미래 변동을 예측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를 상시로 운영하게 되고, 비정칙이 일상적인 사회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미래 변동을 법률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 유연한 미래를 유연하지 않은 것(법률, 사회적 통념, 악습)으로 강제하면 갇히게 되고, 한 걸음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지구를 무언가로 꽉 채울 것이 아니라 재난이나 예측 불가능한 것들로부터 대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연 그대로 놔둬야 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전(BC; Before Corona)과 후(AC; After Corona)로 규정될 것이다”라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처럼 어느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인재상이 요구되고 있다. 대학 또한 4년제 8학기에서 2~3년제 8학기, 인터넷 강의로의 대체가 요구될 것이다. 교수들은 새로운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지식은 더 이상 고학력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터 패러다임도 변동하고 있다. 그동안 합의를 미뤄 온 재택근무, 온라인 협업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정량 평가가 근본적으로 이뤄져 평가는 AI가 하게 될 것이다. 협업하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종교의 비대면 예배는 이제 일상이 됐고,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디지털 교회·사찰·사원이 속속 세워질 것이고, 종교인들은 디지털 종교 세계 안에서 새로운 경쟁 시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이 리딩하던 리더의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경제·기술·문화 측면에서는 국경이 없어진 지 오래며, 실리콘밸리는 가상공간 안에서 재탄생될 것이다. 결국 우리 관심의 초점은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사회, 지속 가능한 문명,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 것인가의 시스템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상대 아이엠헬스케어 대표이사 eric.sddlee@gmail.com

<필자소개>

이상대 대표는 독일 드레스덴공대 대학원에서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박사를 받았다. 삼성전기 책임연구원, 아이엠 사업기획 이사, 강원대 융합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아이엠헬스케어 대표로 있다. 2014년 식약처장 표창, 2015년 한국바이오협회상과 국무총리 표창장, 2017년 창업진흥원장상, 2019년 식품위생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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