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방역' 추켜세우며 손 내민 북한..한국 민간단체 지원은 거부
[경향신문]
북한과 중국 간의 코로나19 방역 지원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실을 공개하고 ‘최대 비상방역체계’ 전환을 선언한 북한이 인접한 우호협력 국가인 중국에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국 민간단체가 제안한 방역 물품 지원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대북소식통은 16일 중국에 대한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지원 요청과 관련해 “(북·중) 양측이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북한이 요청한 방역 지원 내용이나 양측의 협의 진행 상황은 파악하기 어려운 단계다. 현재 북한의 감염 확산 상황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검사 장비와 의약품 등 시급한 방역 물품에 대한 우선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이미 지난 주말 북한에 의료진을 파견했다는 보도도 나오지만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한국 민간단체의 방역 물품 지원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공개된 후 대북 지원 사업을 하는 한국 민간단체가 북측에 비공개로 방역 물품과 치료제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며 “하지만 북측에서 이에 대한 거절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정부 공식 지원을 포함해 남측의 모든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에 가장 먼저 방역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나 지리적 인접성, 화물열차 같은 운송 수단의 편의성 등을 감안할 때 가장 현실적이고 신속한 외부 지원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중국 당과 인민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앞서 중국 외교부도 이미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며 “동지이자 이웃, 친구로서 중국은 언제든 북한이 코로나19에 맞서도록 전력으로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지원 요청과 방역 물자 지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정보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 없다”면서 “중국은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상호 지원과 협력을 강화해 방역전에서 함께 승리하기를 원한다”고만 답했다. 이어 “중국과 북한은 위기 때 서로 돕는 훌륭한 전통이 있으며 방역은 전 인류가 당명한 공동 과제”라고 부연했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한국학 교수인 오웬 밀러 교수는 BBC에 “북한은 중국의 도움을 간절이 원하고 있으며 중국도 북한의 안정을 바라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것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이 다른 외부의 도움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통일부는 이날 중국에 대한 북한의 방역 지원 요청과 관련해 “확인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비춰볼 때 “중국과 방역 협력이 진행되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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