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북한 코로나 실상과 對北 지원의 전제

기자 2022. 5.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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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고 자랑하던 북한이 별안간 오미크론 사태로 아비규환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 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코로나 상황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침은 옳다.

폐쇄사회 북한의 김정은식 방역 리더십 신화가 산산조각이 난 지금 윤석열 새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 새판 짜기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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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한때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고 자랑하던 북한이 별안간 오미크론 사태로 아비규환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 참사 앞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한다.

이 대동란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북한에 지난 4월은 ‘잔인한 계절’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을 닫은 지 꼭 2년 만이던 지난 1월 초 북한은 부분적인 국경 개방을 시작했다. 경제보다 정치적 이유가 우선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김일성 생일 110주년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이라는 거창한 정치행사를 목전에 두고 북한은 패닉 악몽에 빠졌다. 정치행사의 미관을 장식해 줄 수많은 생화와 선물, 열병식의 장비와 군복에 이르기까지 북·중 국경을 넘어온 중국의 물품들은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듬뿍 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 쪽은 오미크론 실태를 공개하지 말고 당분간 계속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우긴 반면, 김정은과 군부는 당장 공개하고 방역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지난 12일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가 열렸고, 그 이튿날 김정은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현장에서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2200여 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사망자는 지난 15일 기준 누적 42명으로 발표됐다.

북한이 이렇듯 코로나에 취약한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북한 주민 대부분은 영양실조 환자로 면역력이 매우 취약하다. 둘째, 검진을 비롯한 방역 인력과 장비가 절대 부족하다. 셋째, 북한의 의료보건 행정은 모두 허위 보고에 익숙하다. 4월 말이 아니라 4·15 태양절 무렵에 이미 국경도시 신의주에서 오미크론이 시작됐지만, 4·25 열병식에 집착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그 보고가 들어가지 못했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4월의 패닉은 5월의 아비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5월은 ‘모내기전투’ 기간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와 대학생은 물론 북한군 장병 대부분이 이동해 협동농장으로 진출한다. 이들의 집단생활이 불가피하지만 모내기전투를 지원하지 못 하면 북한의 1년 농사는 ‘폭망’한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 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코로나 상황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침은 옳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7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북한이 대남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다. 우리가 인도적 물품을 보내주는데 북한이 핵실험으로 답한다면, 그것은 윤 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남북관계로 첫 단추를 채우는 셈이 된다.

다음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허용하는 등 투명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 몫으로 준 것을 노동당 고위간부들이나 군부에 우선 공급한다면 인도적 지원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다.

폐쇄사회 북한의 김정은식 방역 리더십 신화가 산산조각이 난 지금 윤석열 새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 새판 짜기에 큰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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