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도와준 12번홀 이글"..이경훈, AT&T 2연패 날다

2022. 5. 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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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한국선수 첫 쾌거
바이런 넬슨 우승 '타이틀 방어'
최종일 이글과 버디 7개 환호
'텍사스 보이' 스피스 추격 따돌려
강성훈부터..韓선수 대회 3연패
이경훈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서 2연패에 성공한 후 우승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2021년 우승 때는 아내와 뱃속 아기와, 올해는 아내와 딸 윤아와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경훈. [게티이미지]

1타 차 근소한 리드를 안고 맞은 17번홀(파3). 티샷이 그린 왼쪽 벙커 턱에 떨어졌다. 벙커 안 모래 경사에 발을 딛고 친 두번째 샷은 다행히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3.5m 파 퍼트는 쉽지 않은 거리였다. 그러나 흔들림 없이 홀컵 가운데로 공을 떨어뜨린 그는 우승을 예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갤러리 환호에 화답했다.

이경훈(31)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투어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위업을 이뤘다. 이경훈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묶어 9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두르며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 ‘텍사스 보이’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163만8000달러(약 21억원).

이로써 이경훈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PGA 투어 80번째 출전 만에 데뷔 첫 승을 올린 뒤 같은 무대서 투어 통산 2승을 수확했다.

한국 선수가 PGA 투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이경훈이 처음이다. 한국골프의 상징 ‘탱크’ 최경주도 이루지 못한 대업이다. 최경주는 2005년 10월 크라이슬러 클래식, 2006년 10월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두 대회는 서로 다른 대회로 열렸다. 또 이경훈의 우승으로 2019년 강성훈부터 한국 선수가 이 대회를 3연패하는 기록을 이었다.

이경훈은 또 샘 스니드(1958년), 잭 니클라우스(1971년), 톰 왓슨(1980년)에 이어 4번째로 AT&T 바이런 넬슨 2연패를 달성하며 전설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6년 PGA 2부 투어에 입문, 2018-2019시즌부터 정규 투어에서 뛴 이경훈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지만, 올시즌 성적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톱10 진입은 한번도 없었고 지난달 마스터스 등 3개 대회서 모두 컷탈락했다. 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의 공동 14위였다.

이경훈은 부진 탈출을 위해 퍼터와 캐디, 코치, 멘털코치까지 모두 바꾸며 심기일전한 끝에 천금같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최근 미국으로 날아와 아들의 경기를 응원하고 있는 부모님께 값진 선물을 안겼다.

이경훈은 “꿈만 같다. 너무 행복하다”며 “부모님이 계실 때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최근 그러질 못했다. 오늘 마침내 부모님과 아내, 아이 앞에서 우승하게 돼 더욱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골프가 잘 안돼서 길을 못잡고 있었다. 코치와 멘털코치는 예전에 같이 했던 분들에게 다시 돌아가고 캐디는 마스터스 후에 바꿨다. 퍼터는 작년 이맘 때 투볼 퍼터에서 일자 퍼터로 바꿨는데 올해는 다시 투볼 퍼터로 돌아갔다. 퍼터를 바꾼 효과를 봤다”고 했다.

이경훈은 “12번홀에서 이글을 한 후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코스에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하다. 신이 도와주는 것처럼 모든 게 잘 풀렸다. 2연패 욕심은 버리고 좋은 모멘텀만 만들자 생각했는데, 마음을 비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페어웨이 안착률 66.1%, 그린 적중률 76.4%로 샷도 안정적이었지만 승부처마다 퍼트가 빛을 발했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한 이경훈은 2번홀(파4)의 15m 버디퍼트로 대역전극의 서막을 열었다. 전반에만 5개의 버디를 뽑은 이경훈은 12번홀(파5) 이글로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242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 샷을 홀 1.5m에 정확히 붙였다.

기세가 오른 이경훈은 13번홀(파4)에서도 약 4.5m 버디퍼트를 넣고 2타차로 달아났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추격도 맹렬했다. 텍사스주 출신 스피스를 비롯해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잰더 쇼플리(미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이경훈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경훈은 17번홀 위기를 파세이브로 넘긴 후 18번홀(파5)서 또다시 이글 기회를 만들고 버디에 성공, 2타차 단독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뒤쫓아 오던 스피스가 18번홀서 이글에 실패하며 이경훈의 역전 우승 드라마가 완성됐다. 이경훈은 오는 19일 개막하는 PGA 챔피언십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과 2주 연속 정상에 도전한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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