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대북지원 거듭강조..'코로나지원' 실무접촉 나서나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누적 120만명을 돌파하며 위기에 처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거듭 표명해 이를 계기로 남북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지원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사흘 만에 재차 북한을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통일부가 이번 주 초에 북한에 코로나19 지원 의사를 담은 대북 전통문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지원 의지를 거듭 밝힘에 따라 북한도 호응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된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정치, 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 왔다"며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 13일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을 밝힌 것과 연장선이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의사를 밝힌 경로가 서면 브리핑, 취재진 질의 등이었다면 이날은 국회 시정연설 자리였던 까닭에 북한 지원 의사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담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가능성을 언제든 열어놓겠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의 무력 시위와 인도적 지원 문제는 별개로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정부 방침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통일부 주축으로 실무접촉 제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통일부는 대북 지원 방식과 전달 채널 등을 검토해왔다. 이날 취임하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대북 지원 전통문 등의 업무를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이라는 단서 조건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3일 대북 지원 의사를 확인하면서도 "우리가 먼저 발표하고 결정할 수는 없으니 북한이 받을 준비가 돼 우리 측에 지원 요청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남측에 코로나19 지원을 요청하면 지원에 나설 생각이 있다는 취지로, 지원 의사를 먼저 제안했던 문재인 정부의 접근 방식과 차별화되는 부분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 15일 통일부가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 및 신속한 대응 필요성 등을 감안해, 방역 노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북측에 관련한 제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여기에 더해 이날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로 정치·군사 상황과 무관한 인도적 지원 의사를 재확인함에 따라 이와 같은 '선 제안'은 이른 시일 내 실행될 전망이다.
다만 남측이 먼저 제안한 이후에도 북한이 이에 호응해 구체적인 의료 물자 소요 등을 공개하고 이를 전달받을 경로 등 구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실제 접촉과 지원까지 이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은 코로나19 상황을 공개하기 시작한 뒤에도 외부 조력을 원한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은 상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4일 "현 상황이 지역 간 통제 불능한 전파가 아니라"면서 봉쇄 지역 내에서 전파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니 코로나19를 최단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태도로 미뤄 남측 제안을 북한이 당장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에서 지난달 말 이후 누적 사망자가 50명에 달했고, 누적 의심 환자는 120만명을 돌파하는 등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중국 측에 손을 내밀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남측의 '선의'를 뿌리치지 않고 호응해온다면 '코로나 지원'을 매개로 전면 중단된 남북 접촉도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시찰하며 대응 업무를 직접 챙기는 상황에서 남측의 도움을 받게 되면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의 체면을 구길 수도 있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설령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북측 의도를 정교하게 파악해 코로나19를 계기로 마련된 '접촉 불씨'를 살려 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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