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힘'으로 극복한 전진우의 4년
[스포츠경향]
“저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간절했어요. 골이 들어가자마자 머리가 하얘지고, 이게 실제로 이뤄진 일인가 혼자 생각했어요.”
지난 14일, 성남FC와의 2022 K리그1 12라운드 홈경기를 수원 삼성의 1-0 승리로 이끈 ‘극장골’의 주역 전진우(23)는 경기가 끝난 뒤 수훈선수로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은 전진우의 이번 시즌 리그 첫 선발 경기였다. 전진우는 이날 전반에만 두 번의 유효슈팅을 했지만 모두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다.
후반 36분 전진우가 다리 근육 경련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는 “처음에 쥐가 났는데, 한 번 쥐가 나니까 종아리 앞, 허벅지, 내전근까지 쥐가 다 나서 한 발짝 걸을 때마다 근육이 팍팍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수원은 교체카드 5장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전진우는 다리를 부여잡고 괴로운 표정으로 사혈침을 놓아달라 다급하게 손짓했다.
계속 경련이 일어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고, 경기 종료 3분 전 전진우가 강현묵의 패스를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기적적인 극장골을 터트렸다. 골을 넣은 전진우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2018년 4월 경남FC전에서의 득점 이후 정확히 4년 만의 골이었다.
유스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청소년 축구 스타’ 전진우의 현재 모습은 대중에게 새롭다. 그는 올해 이름을 전세진에서 전진우로 바꾸며 스스로 낯설어지기를 택했다. 전진우는 개인 SNS를 통해 “최근 2년 동안 부상으로 많이 힘들었고 아쉬움이 많았어서 큰 결심을 하고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개명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수원 삼성 U-15(매탄중), U-18(매탄고)을 거쳐 2018년 수원 삼성에 입단한 전진우는 2019년 20세의 나이에 이른 입대를 택했다. 상주 상무(현재 김천 상무)에서의 군복무를 마치고 2021년 수원 삼성에 복귀했으나 크고 작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전진우는 상무 복무 중이던 2020년 교통사고를 당해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제대 후 지난해 9월 광주FC와의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7분 만에 상대팀 이으뜸과 충돌해 허벅지 안쪽이 찢어지는 타박상을 입었고, 곧바로 교체아웃됐다.
지난 시즌 전진우는 9경기 출전, 0득점에 그쳤다. 경기보다는 재활에 집중해야 했다. 전진우는 “옛날에 많은 기대를 받아왔고, 나도 좋은 미래를 꿈꿨었다. 그런데 큰 부상으로 오래 쉬면서, 주변에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좋은 모습으로 경기를 뛰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처음에는 축구를 보는 것조차 싫었는데, 결국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축구더라”라고 ‘슬럼프’ 당시의 소회를 털어놨다.
긴 공백 끝에 다시 그라운드 위에 선 전진우는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했다.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은 14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진우는 연습경기 때도 쥐가 난 걸 참고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선수였다면 교체를 해 달라고 했을 텐데, 그만큼 간절하다는 걸 나한테 보여줬다. 경기 전에도 따로 미팅을 했을 때 나한테 간절하다고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전진우는 “(FA컵 김천 상무전) 첫 경기를 뛰고 그 이후 두 경기를 못 뛴 상황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연습경기라고 생각했다. 죽을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뛰었다. 감독님이 그걸 좋게 봐주시고, 떨어진 자신감을 많이 올려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뷔골을 넣었을 때보다 짜릿했다”는 전진우에 대해 이병근 감독은 “진우가 자신감을 찾아서 자기 퍼포먼스가 나오면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믿어줘야지.”라며 웃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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