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의 뒤에서, 팬매니저의 세계[창간기획X덕의세계②]

김원희 기자 2022. 5. 1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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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전경. 사진 제공 빅히트 뮤직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됐다. 한국만의 독보적 시스템과 매력을 갖춘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 가요사는 물론 세계 가요사에도 굵직한 선을 긋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국내의 많은 가수들이 국경을 넘어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열기의 중심에는 일명 ‘덕’이 있다. K팝 아티스트의 팬덤과 그 문화를 일컫는 ‘덕’과 ‘덕질’은 세계 시장이 K팝과 함께 주목하는 ‘팬더스트리(팬과 인더스트리의 합성어)’다. 팬덤 없이는 스타도 없는 법. 스포츠경향이 창간 기획으로 ‘늦덕’에 밤 새는 줄 모르는 40대 여성기자의 ‘덕질일기’와 덕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자 팬 마케팅 매니저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통해 ‘덕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팬더스트리’의 중심, 팬매니저를 만나다

K팝의 글로벌 열기를 이끄는 주역 ‘덕’들의 뒤에는 팬 마케팅 매니저(이하 팬매니저)가 있다. 팬들사이 일명 ‘팬매’라고 불리는 이들은 스타와 팬덤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K팝 시장과 팬덤의 활동 영역이 놀랄만큼 넓어진 가운데 아티스트와 팬덤을 잇는 다양한 업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K팝 세계에 없어선 안 될 ‘능력자’다.

팬매니저의 세부적인 업무는 소속된 기획사마다 다르지만, 팬덤 활동의 기본이 되는 현장 관리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담당 아티스트의 홍보와 이벤트 기획 등 그야말로 팬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때문에 마케팅이 중요한 앨범 발매 전은 물론, 아티스트도 팬도 한창 활동해야하는 앨범 발매 후까지 사실상 담당 아티스트 만큼이나 바쁜 1년을 보내야한다.

이렇듯 중심에 서있지만, 대중에 노출이 많지 않은 만큼 베일에 쌓인 직업이기도 하다. 이에 “덕을 업으로 삼았다”는 현직 팬매니저 ‘반짝씨’(가명) 과장을 만났다. 20대 후반까지 비엔터 업계에서 근무했던 그는 업무에 흥미도가 높지 않아 ‘평생 직업’을 찾아 전직을 결심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덕질’을 업으로 삼기 위해 새롭게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한다”는 ‘반짝씨’가 팬매니저로 일해온 것도 벌써 8년째.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에도 여전히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그는 “많은 사람이 팬마케팅 업무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꿈나무들을 위한 실전 ‘꿀팁’을 공유했다.

■현직 팬매니저가 말하는 ‘프로의 길’

#팬마케팅을 쉽게 보는 기획사는 피해라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의 스케줄을 따르다 보니 늘 바쁘게 흘러가지만 여전히 즐겁고 재미있어요. 30년 전엔 이런 직업이 없었잖아요?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K팝 산업이 커졌지만 아직까지 팬마케팅의 중요성을 체감 못하는 회사들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 의욕 좋게 팬매니저에 도전했다가도 회사의 못마땅한 대우에 금세 그만두기도 하죠. 팬마케팅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회사인지가 중요해요. 구인 공고의 업무내용이나 우대사항에 팬마케팅과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이 언급되진 않았는지, 공고에 없던 업무를 면접에서 언급하진 않는지 조심해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면접을 보면 그 내용을 메모해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부서가 명확히 나눠져있지 않다면 팬마케팅 외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기도 하는데, 다양한 업무를 접해볼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팬매니저로 자리잡기엔 어려울 수 있거든요.”


#팬들의 마음을 얻어라

“음방, 콘서트, 팬미팅, 팬사인회 등 현장에서 마주하는 순간이 많다 보니 팬들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저 역시 ‘덕’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하나라도 더 해줄 게 없는지 찾아내려고 해요. 음방 사전녹화가 진행될 때 팬덤마다 정해진 인원수만 들어갈 수 있는데, 혹시 한 자리라도 더 나지 않을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기다려 본다거나 혹은 현장 가드들과 원만한 조율을 이끌어낸다던가 하는 사소하지만 팬들에겐 간절한 것들이요. 합동 콘서트에서 각 팬덤이 들어가는 순서를 정할 때는 가위바위보를 잘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웃음) 다만 팬들과 사적인 친분을 쌓는 것은 경계해야 해요. 특정 팬에 특혜를 주게 되거나 혹은 그런 오해를 살 수 있거든요.”

#아티스트와 소통하라

“기획사에 따라 팬 마케팅 분야가 세분화 된 곳도 있지만 팬 마케팅 담당자가 전반적인 마케팅 업무를 해야하는 경우도 많아요. 현장 업무도 중요하지만, SNS를 통해 ‘덕질’ 기운을 끌어올려주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려면 저 역시 담당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높아야해요. 단순 홍보든 이벤트든,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강점을 파악해서 진심으로 기획해야 결과도 좋더라고요.”

#팬마케팅은 체력전

“아티스트가 활동을 시작하면 현장 업무를 함께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에요. 엔터 일이 쉽지 않은 것을 예상하고 입사해도 상상 이상일 때가 많아서 굳은 결심을 필요로 하고 또 체력을 갖추는 것을 중요 요건으로 꼽고 싶어요. 전 운이 좋게도 좋은 아티스트와 좋은 직원들을 만나서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받고 새로운 목표를 갖고 도전을 하며 장기적으로 일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생각해요. 현재 업계에 저처럼 오랜 시간 일을 해온 팬매니저가 많지 않은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팬매니저로서 기획사의 임원이 될 정도로 오래 일하는 게 제 꿈이에요.(웃음) 직업적인 전문성을 대중적으로 인정 받고 애정과 열정으로 뛰어든 많은 이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저 또한 열심히 노력하려고요.”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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