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부터' 임수향의 대환장 막장 로코에 빠져든다!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대환장 막장 로코의 탄생이다. 임수향이 타이틀롤로 나서는 SBS 새 월화극 '우리는 오늘부터'(극본 연출 정정화)가 뒷목 잡는 기막힌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제는 막장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장르라고는 하지만 로코에서까지 이렇게 매운맛을 들이댈 줄은 몰랐다. 이 정도면 막장계의 대모들도 바짝 긴장할 만하다.
로맨틱 코미디 소동극이라고 표방하는 '우리는 오늘부터'는 29살까지 혼전순결을 지켜오던 오우리(임수향)가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의사의 착오로 인공수정 시술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혼전순결을 지켰음에도 난데없이 임신이 돼 어처구니가 없는데, 펼쳐지는 스토리는 점입가경이다. 무늬만 로코지 속을 까보면 막장이 따로 없다.
사실 '우리는 오늘부터'도 스스로 막장임을 인정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 '욕망의 가면'의 보조작가인 오우리가 메인 작가 유예리(이도연) 앞에서 "의료사고로 임신이 되면~" 하고 자신의 고민을 에둘러 말하자 유예리가 "막장에 눈을 떴구나"하고 칭찬하는 장면이 그렇다.
여기에 유예리는 출생의 비밀 소재도 빠지면 안 된다고 보탰다. 오우리 역시 출생의 비밀이 있는 캐릭터니 '우리는 오늘부터'가 막장 드라마로서 빠질 게 없다는 소리다.
오우리의 생부가 '욕망의 가면'의 남자주인공이자 '막장계의 아이돌'이라는 최성일(김수로)인데, 이외에도 등장인물들을 하나같이 우연히 연결돼 있다. 오우리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거라 생각하는 남자친구 이강재(신동욱)와의 사이에서 딱 하나 걸리는 게 첫 키스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우리가 첫 키스를 한 라파엘(성훈)이 '욕망의 가면' 협찬·제작하는 다이아몬드 코스메틱의 대표이자 냉동 정자의 주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오우리가 아기를 지우지 않고 낳기로 결심하면서 결국에는 라파엘과 해피엔딩을 할 것이라는 예상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다. 모든 상황이 너무 어이없고 기가 막힌다. 이 와중에 오우리는 한없이 착하고 순수해 그마저도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코믹터치의 연출이라 대환장 막장극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한없이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제인 더 버진'(Jane the Virgin)이라는 제목의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많이 각색해 원작의 진짜 매운맛은 많이 덜어냈다.
또한, '제인 더 버진'은 베네수엘라의 텔레노벨라가 원작이다. 중남미의 일일연속극 격인 텔레노벨라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알아주는 막장 드라마로 정평이 났다. 천륜도 없고, 개연성도 없다는 텔레노벨라를 원작으로 하는 것이니 '우리는 오늘부터'가 아무리 각색을 했어도 매운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수긍이 되기도 한다.
2회 엔딩에서는 피살 현장이 나오는 등 '우리는 오늘부터'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요소도 가지고 있다. 일단 유능한 강력계 형사인 이강재가 자신의 파트너를 죽이고 사라진 김회장에게 이를 갈고 있다. 2년만에 김회장의 움직임이 포착돼 그 뒤를 쫓는 중인데, 아무래도 라파엘의 주변에서 수상한 기운이 감돌며 궁금증이 고조된다.
2년이라는 시간도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그 이유는 오우리와 이강재가 사귄 기간이기도 하고, 라파엘이 암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느라 회사에서 사라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의료사고 임신부터 출생의 비밀, 피살 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걸 좇아가다 보면 임수향과 성훈이 11년 전에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막장 드라마 SBS '신기생뎐'의 주인공으로 함께 데뷔했던 인연이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게 된다. '우리는 오늘부터'가 과연 어떻게 두 남녀 주인공 사이에 사랑의 불꽃을 일으킬까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무엇보다 지난 2회 동안은 성훈보다는 신동욱이 더욱 매력적으로 그려져 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이 이강재에게 기울어있다.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여자친구의 뜻을 이해하고 2년간 돌부처로 산 이강재는 프로포즈 하던 찰나 오우리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상심할 틈도 없이 오우리 걱정이 먼저다. 오우리가 아기를 낳겠다고 하는데도 곁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런 순정남이 또 어디 있을까. 신동욱이 로코의 서브남으로서 최고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은 임수향에게서 나오고 있다. "말도 안돼!" 하며 헛웃음이 절로 나는 상황에도 순간순간 몰입할 수 있는 건 바로 임수향의 연기력 덕분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난감하지만 애써 참고 있는 눈빛부터 어떤 상황이라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강단 등이 오우리에게 덧입혀져 나오면서 드라마에 빠져들게 한다.
임수향이 대체불가 연기력으로 펼치는 파란만장 의료사고 임신 소동극이 K-드라마의 지평을 또 한 번 넓혀주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막장화 혹은 막장 드라마의 로코화에 국내 시청자들이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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