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초청받은 '삼성 레전드' 배대웅과 정현발 [김수인의 직격 야구]

김수인 2022. 5. 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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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1월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과 kt전을 관전하고 있다.

소문으로만 듣던 윤석열 대통령의 '야구 사랑'이 확인돼 야구인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제24대 대통령 취임식에 허구연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와 이종훈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초청받지 못했다.

하지만 윤대통령과 약 50년 개인적 인연이 있는 배대웅 전 삼성라이온즈 코치(현 삼일개발 대표)와 정현발 전 재능대학 감독이 특별초청돼 눈길을 끈 것.

많은 야구인중에 왜 배대웅, 정현발 두 사람만 초청됐을까. 사연은 이렇다. 윤대통령은 어려서부터 야구를 즐겼는데 시간은 1971년 서울 대광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12월 개교한 대광초는 이제까지 야구부를 창단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윤대통령은 야구팬이 됐을까. 그 배경에는 이봉모 전 국회의원(1930~2016)이 있다.

이봉모 씨는 윤대통령 외할머니의 친동생(6녀 1남)으로 외가쪽 할아버지뻘이다. 그는 강릉상고,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고려대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아 한양대 교수가 됐다.

한양대 사무처장, 총장 비서실장을 지내며 학교 최고 실세로 군림했고 운동을 좋아해 체육부서 총책임을 맡기도 했다. 이씨의 집은 한양대 앞에 있었는데 인근에 야구부 합숙소가 자리했다. 손자뻘인 윤대통령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1971년 어느 날 윤대통령을 야구부 숙소로 불러 선수들에게 인사시켰다. 윤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야구에 빠져들게 된 계기였던 것.

1971년 말 한양대는 학교 위상을 높이는 차원에서 운동부서에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체육계를 이끌어온 고려대, 연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터닝 포인트다.

스포츠 중 특히 야구를 좋아한 이씨는 경북고 출신 야구선수 스카우트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북고는 고교야구 사상 최초로 1971년 열린 전국대회에서 모두 우승, 5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씨는 당시 '황금 멤버'였던 남우식(투수), 정현발(외야수), 천보성(내야수), 손상대(포수)를 데려와 '한양대 야구부 전성기'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고검 검사시절인 2014년 어느날, 수성구 지산동 한 식당에서 가진 모임. 왼쪽부터 윤대통령, 천보성 전 LG 감독, 배대웅 전 삼성 라이온즈 코치, 차순도 메디시티 대구협의회장. 사진=배대웅 제공

윤 대통령의 한양대 야구부 숙소 출입은 1973년 대광중에 들어가서도 이어졌다. 이때 남우식, 정현발로부터 사인을 받는 등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사실 남우식 등은 숙소에 놀러온 윤대통령을 보고 '야구를 좋아하는 꼬맹이' 정도로 여겼으나 윤대통령은 이들을 잊지 않았다.

윤대통령이 2014년 1월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에 따른 좌천성 인사로 대구고검에 발령받았을 때 가장 먼저 찾은 이들이 바로 '경북고-한양대 멤버'였다. 윤대통령은 이 멤버들과 경북고 동기인 차순도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을 통해 식사 자리를 마련해 4인 회동이 성사됐다(배대웅은 경북고 졸업 후 실업팀 기업은행에 입단). 남우식과 정현발은 서울에 거주하는 바람에 합류하지 못했고 대구에 살던 배대웅, 천보성 두사람이 참석했다. 정현발의 불참 이유가 재미있다.

"당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고교 동기인데, 장관보다 한참 아래인 고검의 검사가 보고 싶다고 해 대구까지 내려갈 수 없었다. 사실 어릴 때 숙소에 놀러왔을 때도 누구인지 잘 몰랐다. 지금이야 윤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게 엄청 후회되지만(웃음)."

배대웅의 사연은 더 짠하다. 배대웅은 윤대통령(당시 검사)과의 식사 자리에서 술 한잔한 김에 농담으로 "혼기가 찬 딸이 결혼하게 되면 주례를 부탁한다"고 했는데 윤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딸이 미국에서 결혼하는 바람에 약속이 성사되지 못했다. 배대웅은 "만약 한국에서 식을 올렸더라면 (미래)대통령이 주례를 서는 영광을 누리는 거였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017년 5월 22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윤대통령은 7월 24일 서울 멤버들과 저녁 자리를 함께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맡고 두달만에 진행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하필 그날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윤대통령의 '야구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들은 또 있다. 지난해 9월 5일 충암고가 제7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사흘 뒤 바로 충암고 야구부 훈련장을 찾았다. 대접전을 벌이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기간임에도 틈을 내 후배 선수들과 러닝을 하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날 야구부 주장이 "내년 저희가 좋은 성적을 내면 청와대로 초대해줄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물론입니다"라고 흔쾌히 답했다.

윤 대통령의 '프로야구 사랑'도 확인해보자. 지난해 11월 10일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윤대통령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보도를 보고 필자는 "프로야구의 한 해 하이라이트인 한국시리즈를 윤 후보가 관람하면 화제도 되고 야구 흥행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선거캠프 참모로 있는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11월 14일 고척돔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데 윤후보가 관전하면 야구장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을까." 바로 답이 없어 잊고 있었는데, 당일 아침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윤 후보가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한다는 얘기와 함께 일정표를 카톡으로 보내줬다. 한국시리즈 관람은 젊은 층을 사로잡으려는 선거운동의 일환이었지만, 당사자가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선뜻 잡기 힘든 일정이었을 것이다.

야구 사랑이 대단한 윤대통령이 조만간 국정 운영의 안정을 찾으면 여러 야구인을 대통령 관저로 초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경북고-한양대 멤버'를 비롯해 충암고 선수들이 먼저 떠오른다. 나아가 미국처럼 올해 11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이 대통령 관저로 초대받는 정겨운 장면도 눈앞에 그려진다(대통령의 핸드폰에 배대웅, 정현발 두사람의 번호가 저장된 덕분에 특별 초청됐으며 남우식, 천보성은 번호 저장이 안돼 초청이 무산됐음). 본지 객원기자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가 2021년 11월 14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관람을 한다고 대선 캠프 일정팀에서 필자에게 보내준 일정표.
배대웅 전 삼성 라이온즈 코치의 취임식 초청장
정현발 전 재능대 야구감독의 취임식 초청장 

 

스포츠한국 김수인 si8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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