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극단 홍시의 '흥미진진' 연극
[경향신문]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지역 극단인 ‘홍시’가 이달 19~21일 관저문예회관과 26일~6월4일 소극장 ‘마당’의 무대에 연이어 올리는 연극의 제목이 바로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이다.
이 작품은 6.25 한국전쟁 당시 갑자기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는 1950년 6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이틀 뒤인 이날 이승만 대통령은 대전으로 급하게 피난을 내려온다. 대통령이 대전으로 오면서 대흥동에 있는 충남도지사 관사는 예정에 없는 대통령의 숙소가 됐고, 대전은 갑자기 임시수도의 역할을 맡게 된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충남도지사 관사의 관리를 맡고 있는 중년의 남자 관리인은 부엌에 있는 계란을 발견하고, 관사 살림을 맡고 있는 중년의 여자 관리인이 자신을 챙겨주는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오랜만에 계란을 발견한 남자 관리인이 이를 먹으려는 순간 젊은 군인 하나가 들어온다. 급한 명령을 받고 관사 경비를 맡게 된 젊은 군인은 대통령이 충남도지사 관사로 피난 온다는 사실을 남자관리인에게 알린다. 남자는 이 젊은 군인을 격려하기 위해 계란을 함께 먹자고 한다. 이 때 여자 관리인이 부엌으로 들어온다.
이 여자 관리인은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계란찌개를 만들기 위해 어렵게 구한 계란을 남자 관리인과 젊은 군인이 먹은 것에 화를 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연극의 희곡을 쓴 작가 겸 시인 정덕재씨(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는 “대통령은 대전에 머문 닷새 동안 여러 끼니의 밥을 먹었고 누군가는 밥을 해주었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피난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남아 있지만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대통령에게 밥을 해준 사람과 관사를 관리한 사람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 때에도 아무 말 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의 승패보다는 일상적 삶의 온전함이었을 것”이라면서 “전쟁이 삶의 질서를 크게 바꿔놓기는 해도 삶으로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 작품을 썼다”고 말했다.
극단 ‘홍시’는 2013년 창단 이후 지역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이고 지역 작가를 발굴하는 창작극 작업에 힘을 쏟는 극단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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