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우아하지 않은데.." 사진기자가 본 영화·드라마 속 사진기자 [왓칭]

오종찬 기자 2022. 5. 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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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조선일보 멀티미디어영상부 오종찬 기자
그의 앵글에 들어온 OTT는 뭘까?
#왓칭
OTT는 많고, 시간은 없다. 남들은 뭘 보고 좋아할까요. 조선일보 ‘왓칭’이 남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타인의 취향’을 연재합니다. 오종찬 조선일보 멀티미디어영상부 기자는 조선일보 주말섹션 ‘아무튼 주말’에서 ‘오종찬 기자의 Oh!컷’을, TV조선 아침뉴스 프로그램 ‘뉴스퍼레이드’에서 ‘아침에 한 장’을 연재 중입니다.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담아내고 있는 오 기자의 영화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사진을 찍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국문학을 전공한 사진기자입니다. 2006년도에 입사했으니 어느덧 17년째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네요. 돌이켜보면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단어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며 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도 지켜봤고, 집회 현장에서 물 대포도 여러 번 맞아봤어요. 올림픽과 월드컵 등 스포츠 현장도 나갑니다. 재난 현장에도 달려가고 북한에도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특별 취재팀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고, 대통령부터 노숙인까지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람들도 다양하죠. 사진을 스토리와 함께 풀어내는 걸 즐깁니다. 매주 신문 지면에 ‘오종찬 기자의 Oh!컷’ 코너를 4년째 연재하고 있습니다.

2. 사진 기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남들이 쉽게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보고 기록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가수 이효리와 인도 뭄바이 빈민가를 찾아가거나 환경 탐사 보도를 위해 남미로 날아가 아마존과 갈라파고스를 탐험할 때도 짜릿함을 느꼈죠. 무엇보다 유라시아를 횡단했을 때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뉴라시아 자전거 원정대’와 함께 독일에서 출발해서 9개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90일짜리 대장정이었어요. 매일 다른 도시를 찾아가며 다른 문화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일 새롭다는 것이 이렇게 짜릿할 줄은 몰랐어요.

인도 뭄바이 도비가트 빨래터에서 가수 이효리가 어린이들과 함께 지붕 위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 2011년 7월 5일 / 오종찬 기자

3. 언제부터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요?

대학교 때 사진동아리에서 처음 사진을 접했어요. 국문학을 전공하며 글을 잘 쓰는 것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네모난 프레임에 담긴 사진 한 장이 때로는 글보다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진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게 됐죠.

4. 요즘 특별히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다면?

범죄 스릴러 분야를 좋아해요.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책장에 30여권 꽂혀있을 정도로 추리소설을 자주 읽습니다. 회사 인근 교보문고 범죄학 코너에서 프로파일링이나 미제 사건 관련 책을 읽고 있다가 지인과 마주친 적도 많아요. 사이코패스 아니냐고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5. MBTI 성향이 어떻게 되나요?

유행에 쉽게 따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MBTI를 애써 외면해 왔는데, 질문을 받고 검사해 봤어요. ESFJ ‘사교적인 외교관’ 유형이라고 합니다. 늘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맞는 것 같기도 해요. 빌 클린턴이 대표적인 ESFJ 성향이라고 하는데, 좋아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6. OTT에 돈을 지불하고 계시나요?

오징어 게임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구독하며 OTT와 처음 만났습니다. 티빙도 구독하고 있어요. 인상 깊었던 영화들을 반복해서 보는 취미가 있는데, 티빙에서는 옛날 영화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7. 취재하면서 ‘아 이건 영화나 드라마 감이야’라고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젊은 탈북자들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을 한 적이 있어요. 최근 탈북자의 40%가 10~20대일 정도로 탈북자 중에 젊은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만나며 놀랐던 점은 북한에서 이미 한국 대중문화를 수도 없이 접했다는 거예요. 장마당에서 몰래 거래되는 USB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보면서 탈북을 꿈꾼 청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탈북 후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여성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고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해요. 한국에 가면 백마 탄 왕자 같은 남자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며 웃었어요.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공작원 정우성의 어린 딸이 GD(지드래곤)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혼나기도 하죠. 북한 신세대의 모습을 영화로 풀어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8.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사진기자나 사진작가를 현실과 비교한다면?

영화에서는 포토라인에 서 있는 범죄자 앞에 카메라 세례를 연출하기 위해 사진기자를 자주 등장시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사진기자들이 취재하는 모습과는 달라서 웃음이 나올 때가 많아요. 사진기자들은 영화 속 모습처럼 셔터를 무차별적으로 누르지는 않아요. ‘원샷원킬’이라는 말처럼 파인더를 지켜보며 늘 ‘결정적인 순간’을 노립니다. 드라마에서는 사진작가들이 간혹 주인공으로 등장하더군요. 최근 방영했던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송혜교 상대역으로 장기용이 패션 사진작가로 나왔는데, 저렇게 여유롭고 우아한 사진작가를 실제로 본 적이 있나 싶어요. 제가 만난 사진작가들은 훨씬 더 치열하게 작업을 했습니다.

9. 어떤 종류의 작품을 좋아하시는지?

직업병의 일종인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제일 먼저 영상미에 눈길이 갑니다. 한 컷에 공들이는 사진 같은 프레임이 영화에 등장하면 흥분하곤 하죠. 대학교 신입생 시절 극장에서 영화 ‘쉬리’를 봤을 때, 기존 영화들과는 다르게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은 프레임에 자리를 뜨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영상이 기억에 남는 영화는 지금도 찾아서 다시 보곤 합니다.

쉬리 (Swiri . 1998)

10. 여태껏 보신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중 ‘사진 기자가 추천하는 작품’ 3편만 꼽아주세요.

- 포인트 브레이크 (Point Break . 2015)

아름다운 대자연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구현하는 장면을 어쩜 저렇게 멋지게 촬영했나 싶을 정도로 영상미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공 촬영으로 찍은 구도가 백미죠. 스카이다이빙, 산악자전거, 윙 슈트 다이빙, 암벽 등반, 스노보딩, 서핑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매개로 한 범죄 액션 영화인데요. 사실 영화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장엄한 영상이 인상적입니다.

포인트 브레이크 (Point Break . 2015)

- 세이프 오브 워터 (The Shape of Water . 2017)

언어 장애를 가진 여성과 온몸이 비늘로 덮인 괴생명체의 교감에 대한 이야기. 이 낯설고 불편한 스토리를 감각적인 이미지와 미장센으로 동화같이 아름답게 풀어냈어요. 영상이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세이프 오브 워터 (The Shape of Water . 2017)

- 사요나라 이츠카 (Saying good-bye, oneday . 2010)

여행하며 본 영화가 뇌리에 남는 경우가 있죠. 이 작품은 유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인데, 멜로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 편인데도 기억에 남아서 여러 번 다시 찾아봤어요. ‘러브레터’의 주인공이었던 나카야마 미호가 주연을 맡아서 더 심취했던 것 같아요. 역시 아름다운 영상과 특유의 색감이 인상적인 작품이에요. 태국의 이국적인 정취도 물씬 풍겨서 여행이 그리울 때 생각나곤 합니다.

사요나라 이츠카 (Saying good-bye, oneday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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