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폼 안 돼" 337홈런 코치의 주문, 잠실 빅보이를 깨우다[SS포커스]

윤세호 2022. 5. 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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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재원이 지난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IA와의 경기 4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KIA 선발 임기영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난 2월 스프링 캠프 기간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LG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이호준 타격코치는 캠프 기간 내내 신예 선수들을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NC에서 LG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과 마주한 것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재원(23), 송찬의, 문보경, 이영빈을 “핵심 유망주 4인방”으로 꼽으며 이들을 지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새벽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빡빡한 훈련 일정을 소화한 신예 선수들과 부지런히 연구하고 땀흘렸다.
이 코치의 타격 이론은 뚜렷하다. 몇몇 선수들의 타격폼이 바뀐 것에 대해 그는 “나는 어려운 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타격폼이 어렵고 복잡하면 슬럼프가 길어지기 쉽다. 슬럼프에 빠지면 AS가 안 된다. 간단한 폼으로,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며 “타격에 대한 데이터가 많다. 발사각도, 타구의 회전수, 타구의 속도등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이를 하나하나 계산하며 타격폼을 만들 수는 없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스윙이 이뤄지고, 손목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폼을 주문한다. 이러면 볼을 보는 시간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선구안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LG 이호준 타격코치가 2022 이천 스프링캠프 당시 훈련을 지도하며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가장 변화가 큰 타자는 외야수 이재원이었다. 지난해 이재원은 타석에서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양손을 뒤로 당긴 후 스윙했다. 그런데 캠프를 거치면서 양손을 내밀었던 동작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에 대해 이재원은 “이전 타격폼은 양의지 선배를 참고해서 만들었다. 양의지 선배가 손을 앞으로 두고 타이밍을 잡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해봤다. 결과적으로 내게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잠실 KT전 이재원의 타격 모습. 상대 투수 데스파이네가 투구 동작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이재원의 양손은 상체 앞에 위치하고 있다. 캡처 | SPOTV 중계
지도자라면 누구나 욕심을 낼 만한 선수다. 신장 192㎝ 몸무게 100㎏로 신체조건부터 뛰어나다. 이미 두 차례 퓨처스리그 홈런왕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1군에서 홈런 5개를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MLB)에서나 볼 수 있는 타구속도 시속 170, 180㎞대 홈런을 터뜨린다. 장타 잠재력만 놓고 보면 이재원을 따라올 유망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제는 타구 방향이었다. 지난해 이재원은 완벽한 타이밍에서 친 타구가 좌측 파울 라인을 넘어가곤 했다. 파울 라인 안에서 타구가 형성됐다면 최소 2루타가 될 수 있는데 허무하게 스트라이크 카운트만 올라갔다. 류지현 감독과 이호준 코치는 이 부분을 집중진단했다. 문제의 근원은 타이밍이 아닌 타격 메커닉으로 결론지었다. 이재원이 올시즌에 앞서 타격폼을 수정한 이유다.
올해 이재원 타격 모습. 지난 15일 잠실 KIA전에 이재원은 상태 투수 임기영과 승부에서 홈런 포함 안타 2개를 터뜨렸다. 이재원의 손 위치가 지난해와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캡처 | SPOTV 중계
하루 아침에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 시범경기 초반까지도 지난해와 같은 모습이 빈번했다. 완벽한 타이밍에서 친 잘 맞은 타구가 또다시 좌측 파울 라인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당시 류 감독은 “바뀐 타격폼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아직 자신도 모르게 예전 타격 메커닉이 나오고 있는데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개막 5일 후 2군으로 내려갔다. 바뀐 타격폼을 적용할 실전이 부족했다. 한 달 동안 이천에서 재정비에 임했다. 퓨처스리그에서 15경기를 소화했고 지난 6일 다시 1군에 올라왔다. 퓨처스리그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격시 오른쪽 팔꿈치 부분도 수정하면서 보다 짧고 빠르게 스윙이 이뤄지는 메커닉이 됐다.

그 결과 정규시즌 최고 열기를 자랑하는 LG·KIA 잠실 승부에서 주인공이 됐다. 이재원은 지난 주말 3연전 동안 11타수 8안타 3홈런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2.295로 펄펄 날았다. 속도 170㎞대 타구가 잠실구장 외야 펜스 위로 총알처럼 꽂혔다.

현역 시절 337홈런을 터뜨렸고 타구질에 있어서는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던 이호준 코치는 이재원의 홈런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우타거포 탄생을 예감하는 미소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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