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 1994 해태-LG전..되찾은 '잠실구장 풍경화'

안승호 기자 2022. 5. 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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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지난 14일 잠실 KIA-LG전 경기장 주변 풍경(사진 위)과 1994년 7월 잠실 해태-LG전 매표소 앞 모습(사진 아래). 안승호 기자 경향신문DB


1990년대 잠실 해태-LG전은 흥행 보증 수표였다. 야간경기라도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한 팬들로 대낮부터 잠실야구장 주변은 북적였다. 매표소 창구를 열기도 전에 길게 늘어선 줄은 꼬리의 꼬리를 물어 잠실야구장 둘레를 반바퀴 이상 휘감고 남을 정도였다. 그 시절은, 그렇게 선수들이 야구장 출근 길에 길게 줄을 선 팬들부터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 14일 KIA-LG전이 열린 잠실구장 바깥 풍경은 새삼스러웠다. 평균 관중이 가장 많은 토요일 오후 5시 경기로 흥행 기대치가 높은 카드였지만,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야구장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낯선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관중 입장 제한이 있던 지난 2년이었다. 먹거리 매장마저 셔터를 내리고 있던 황량했던 모습과 대비하자면 지난 주말 잠실구장 주변 풍경은 과거의 사진 한장을 끌어낸듯 보였다.

거의 모든 팬들이 온라인으로 티켓 예매를 하고 야구장을 찾는 시대다. 티켓 확보를 위해 서둘러 나올 필요는 없다. 그러나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한 가운데 온라인 예매분의 실물 입장권 교환을 위해 경기장 매표소를 찾아야하는 과정은 또 필요하다. 아울러 과거에는 없던 용품 매장 앞의 새로운 줄도 생겼다.

지난 14일 잠실 KIA-LG전을 앞두고 용품점 앞에 긴 줄이 이어져 있다. 안승호 기자


지난 14일에도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의 6번 출구를 나오면 좌측으로는 입장권을 받으려는 팬들로 가득했고, 우측으로는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비롯해 응원 용품을 구입하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입장 관중은 2만 4132명. 만원 관중에 868명만이 모자랐다. LG 구단 관계자는 “사실 좌석 표(2만4000장)는 모두 팔렸다. 자유석(입석) 표만이 남았는데, 요즘에는 아예 현장 구매는 없다고 생각하시는 팬들이 많은 것 같다”며 “좌석표가 모두 팔린 것을 감안하면 만원 관중 기준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요일 오후 2시 경기로 열린 15일 잠실 KIA-LG전에도 2만3067명이 입장해 전날 못지 않게 경기장 안팎이 시끌벅적했다.

더구나 이날 두 팀의 사령탑은 1990년대 잠실 해태-LG전을 선수로 생생히 경험한 지도자들이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1994년 신인왕으로 90년 LG 황금기의 주역이었고, 김종국 KIA 감독은 1996년 해태에 입단해 타이거즈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응원 소리에 가슴 속에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며 “김도영과 정해영, 이의리 같은 우리 젊은 선수들이 이런 풍경을 보는 게 처음일텐데 앞으로 이런 무대를 자주 뛰어봐야할 것 같다.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은 “눈에 보이는 장면이 모두 감사했다”며 2경기 3홈런으로 연승을 이끈 ‘빅보이’ 이재원을 두고 “경기장의 넘치는 기운과 팬들의 에너지가 이재원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KIA 새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잠실 관중석의 응원이 정확히 양분돼있는 것을 보고 “원정 경기에서 이렇게 많은 팬들이 오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팬들이 불러주는 응원가가 입에 붙는다. 숙소에서 나 홀로 부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통의 인기구단인 두 팀은 최고의 마케팅이 성적과 경기력이라는 것을 다시 체감한 시리즈이기도 했다. LG는 최근 9경기 8승1패로 선두 SSG를 안정적으로 추격하고 있고, KIA 역시 선발진과 팀타선의 정비에 성공하며 오름세를 타고 있다, 두 구단의 팬들 모두 야구장을 찾고 싶게 하는 설레는 5월이 지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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