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가 스포츠경향에게[창간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2. 5. 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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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한예리,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예리가 열일곱번째 생일을 맞은 ‘스포츠경향’에 먼저 말을 걸어왔다.

“‘스포츠경향’이 2005년 처음 발행됐다고요? 제가 대학교 3학년 때니까, ‘영화’의 ‘영’자도 모를 때였네요. 하하. 당시엔 무용인으로서 죽을 때까지 살 줄 알았는데, 인생 장담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느끼네요. 2005년의 한예리를 다시 만난다면 ‘호기심이 가면 그냥 움직여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뭐든 가볍게 쳐냈으면 좋겠다는 말도요.”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전세계 사랑을 듬뿍 받은 그는 최근 취재진과 만나 ‘스포츠경향 십칠주년’이란 키워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글자씩 딴 아홉가지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1. 포츠 경향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해준다면요?

“오래 사랑받는다는 건 진짜 중요한 일 같아요. 많은 독자가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스포츠경향’을 본다는 것 자체가 매체의 힘이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2. 스트 한예리를 꿈꾸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도 ‘포스트 XXX’를 꿈꾸고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아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절대 누구와 비교하지 말고, 누가 갔던 길을 답습하지도 않고요. 나만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가는 게 더 중요하죠. 저도 연기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던 것 같아요. 제가 누군줄 알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야 타인을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전 어떤 사람이냐고요? 요새 깨달은 건, 전 참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하하. 워크홀릭인 줄 알았는데, 좀 쉬면서 사정없이 절 내려놓고 살다보니 ‘나도 죄책감 없이 놀 수 있구나’라는 걸 발견했죠. 예전엔 조금이라도 쉬면 대중에게 멀어질 수 있고 잊혀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쉬는 게 더 행복해졌어요. 일이 없어도 불안해하지 않는 제가 참 좋아요.”

3. ‘르르’(물건이 빠르게 미끄러져 내리는 모양) 빠져든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요?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제가 몸이 아프기도 했고, 많은 사람의 슬픈 소식도 있어서 그런지 ‘난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더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당장 어떻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은 체감하게 됐고요. 충실하게 하루를 보내게 됐고, 제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했어요. 일순위는 ‘나 자신’이고요, 그 다음은 가족입니다.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고요. 건강을 잘 지켜야지만 뭐든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4. ‘험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그럼요. 무용할 때 한 동작을 마스터하기 위해 들여야만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있어요. 100시간이면 100시간, 1000시간이면 1000시간, 공을 들인 것들은 몸에서 자리자아서 절대로 절 배신하지 않죠. 그렇게 생긴 끈기와 인내, 성실함은 다른 분야에서 뭘 하든 제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감사하고요.”

5. 기에 비유한다면, 한예리는 무슨 향일까요?

“우와. 저란 사람은 진짜 무슨 향일까요? 개인적으로 진한 향보다는 은은한 향을 좋아하거든요. 어떤 향기가 두드러지게 나는 것보다 체취, 그 사람의 냄새를 좋아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항상 어딘가에서 향기가 나는 느낌, 그리고 그게 익숙하고 불편하지 않는, 제가 좋아하는 향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연스러운 향기라고나 할까요. 비온 다음날 아침 풀잎 향기나 비오기 전 올라오는 흙냄새처럼요.”


6. 년 뒤 한예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자유롭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자유로우니 지금처럼만 잘 살길 바라고요. 아마 그땐 조금 더 책임감이 더 많아져야겠죠? 더 철들어야 할 것 같고요. 그래서 걱정이 되기도 해요. 철들지 않고 즐겁고 재밌게 살았으면 하거든요. 확실히 29살보다 39살인 지금 마음으로는 더 편하긴 한데, 49살이 되면 신체적으로 포기해야하는 부분도 생기지 않을까 고민도 되네요. 하하.”

7. 전팔기로 성공해본 적이 있나요?

“등산이요! 산에 오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정상을 보지 않고 땅을 보면서 걷는 편인데, 이렇게 한발 한발 디디는 것처럼 하루를 잘 디디고 가면 언젠가는 정상에 오르겠지. 또 잘 내려오면 온전하게 땅에 서 있겠지. 이렇게요. 매일을 칠전팔기처럼 살고 있어요.”

8. 변에서 보는 한예리는 어떤 사람이래요?

“굉장히 헐렁한 사람이요. 하하. 절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많이 까다롭고 차분할 거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절 알게 되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 얼마 전에도 굉장히 좋아하는 조각케이크를 사서 행복해했는데, 버스에 그대로 두고 내렸다니까요. 보시하듯 예쁘게 두고 내렸죠. 이런 것만 봐도 굉장히 헐렁하죠?”

9. (연)말에 꼭 이뤄지길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다들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코로나19로 힘들어했으니까, 이번 연말은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였으면 좋겠고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많이 먹고 얘기했으면 더 신나겠죠. 물론 마스크를 편하게 벗지 못하더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아이들도 산타할아버지를 만나서 뛰어놀고, 독박육아로 스트레스 받는 엄마들도 인생의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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