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대사님] "CPTPP와 RCEP은 보완관계..개방으로 파이 키운다"

이용성 국제부장 입력 2022. 5. 16. 06:02 수정 2022. 5. 19. 19: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RCEP, 역내 무역·투자 단일 규칙 제공 의미 커"
"차원 높은 CPTPP, RCEP와 접근법 달라"
"개방 통해 파이의 크기를 키울 수 있어"
"비판적 사고에 초점 맞추는 뉴질랜드 교육, 韓 교육과 달라"

뉴질랜드의 국토 면적은 27만㎢로 한반도 전체 면적(22만㎢)보다 조금 더 크다. 하지만 인구는 약 490만 명으로 대한민국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그런데 청정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남반구의 선진국(뉴질랜드의 1인당 GDP는 약 4만2000달러로 영국, 프랑스 보다 많다) 정도로 여겨졌던 뉴질랜드가 전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그 배경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양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CPTPP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알셉)가 자리잡고 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대사관저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태경기자

우리 정부가 가입을 추진 중인 CPTPP는 아·태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초대형 다자간 FTA다.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멕시코 등 나머지 국가가 2018년 12월 출범시켰다. 이후 영국·중국·대만 등도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CPTPP는 인구 규모로는 전 세계 인구의 6.6%에 해당하는 5억 여명의 거대 시장이다. 역내 무역 규모는 2019년 기준 세계 무역의 15.2%(5조7000억 달러)를 차지한다. 특히 회원국들이 한국의 수출과 수입의 23.2%, 24.8%를 각각 차지하는 등 한국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지난 1월1일 공식 발효한 RCEP에는 한·중·일 3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등 모두 15개 나라가 참여한다. 15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회원국간 무역 규모의 비중도 비슷하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가량을 포괄하는 대규모 협정으로, 인구면에선 CPTPP를 능가한다. 뉴질랜드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 호주와 더불어 두 기구에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CPTPP와 RCEP을 ‘경쟁’ 관계로 보는 경우도 많다. RCEP 창설에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 데 비해 CPTPP는 미국 중심이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전신으로 하기 때문이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그러나 두 기구가 상호 ‘보완’ 관계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CPTPP 가입에 대해서는 “주요 경제국인 한국이 관심 갖는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CPTPP가 추구하는 높은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대학원에서 역사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 외교통상부 소속으로 일본 과 벨기에의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이후 세계 최대 유제품 수출업체인 뉴질랜드 기업 폰테라(Fonterra)로 이직해 18년을 근무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폰테라에서는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 벨기에 브뤼셀 등에서 고위 임원으로 근무했다. 불어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중국어도 일상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한국 대사로는 2018년 3월 부임했다. 터너 대사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에 있는 대사관저에서 인터뷰했다.

-경력이 독특하다. 외교관으로 출발해 민간기업에서 18년을 근무하고 다시 외교가로 돌아왔다.

“뉴질랜드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이 성공에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례로 외교부에서 근무하다가 다른 정부 조직이나 기업에서 경력을 쌓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주재 뉴질랜드 대사로 일한 동료도 뉴질랜드 기업의 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동북아와 인연이 깊은 것 같다. 폰테라 시절 일본, 중국을 오가며 해외지사 업무를 맡았고, 한국에서는 대사로 왔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일본 경제가 정점에 달했던 1998년 일본에서 근무했고, 중국이 올림픽(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과 엑스포(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을 개최하며 경제가 크게 도약하던 시기에 중국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한류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된 ‘한국의 시대’에 한국에 와 있다. 원래 동북아시아를 좋아하기도 했다.”

-뉴질랜드는 CPTPP와 RCEP에 모두 가입했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둘을 경쟁 관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경쟁이 아닌 보완 관계로 본다. 전 세계 인구의 30%,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가까이를 커버하는 RCEP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뉴질랜드 수출의 절반 이상은 RCEP 회원국으로 향한다. RCEP은 역내 국가 간 원산지 인정 기준을 통일하는 등 회원국 모두에 적용되는 무역과 투자 관련 단일 규칙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부 조달, 경쟁 관련 정책, 디지털 무역 등도 커버한다. 뉴질랜드와 한국을 포함해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회복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RCEP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CPTPP와 RCEP 참여 현황. /조선DB

-CPTPP는 어떤가.

“CPTPP는 RCEP보다 좀 더 차원이 높다. 그래서 접근법도 다르다. CPTPP는 2005년 6월에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체제로 출범했다. 당시 이들 4개국이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소위 ‘P4′라는 이름의 통상협정을 발효시켰다. 소수 국가들이 고품질의 무역협정을 만드는 게 당시 목표였다. 그런데 이후 큰 나라들이 합류하고나 발을 걸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졌고, 더 중요해졌다.”

CPTPP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추구하는 21세기형 자유무역협정이며, 무역 규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협정이다. 30개에 이르는 챕터에는 디지털 무역, 정부조달, 국영기업, 노동, 환경, 규제 일관성,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 등 최신 무역 규범이 포함돼 있다. CPTPP는 범위의 포괄성과 내용의 깊이 측면에서 다른 FTA와 구별된다. 관세 인하의 경우 품목 수 기준으로 99.9%에 달해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달성했다.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이자 여행의 관문인 오클랜드의 야경. /트위터 캡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되어버린 시대에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교역에 있어 우리 정부의 슬로건은 ‘모두를 위한 무역(Trade for all)’이다.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열린 시장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무역으로) 일부 지역사회에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고 혜택 분배 과정에서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장 개방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고, 파이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뉴질랜드는 중국과 대만, 홍콩과 각각 FTA를 맺은 매우 드문 국가들 중 하나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자주의를 강력히 지지한다.”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의 입장은?

“뉴질랜드는 CPTPP의 이사국(부의장국이자 기탁국)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가입에 따른 메리트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 한국은 주요 경제국이다. 하지만 영국과 중국을 포함해 가입에 관심을 표하는 나라들이 여럿 있다. CPTPP가 추구하는 높은 기준을 충족하는 한 어떤 나라의 가입도 환영한다.”

-교역과 투자 파트너로서 뉴질랜드와 한국의 관계를 어떻게 보나.

“한국과 뉴질랜드는 이미 좋은 파트너다. 한국은 뉴질랜드의 다섯 번째 수출 시장이다. 그런데 한국은 뉴질랜드 투자국 순위에서 21위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두 나라의 협력 관계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국산 제품은 뉴질랜드에서 평가가 매우 좋다. 현대차는 뉴질랜드 신차 판매 1위다. 삼성과 LG, SK도 매우 잘 알려져 있고, 드라마와 K팝, K카툰, 게임에 이르기까지한류 소프트파워도 강해졌다. 젊은 뉴질랜드인 사이에서 한국은 점점 ‘쿨한 나라’로 비춰지고 있다. 양국이 강한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할 좋은 기회다.”

-한국 기업이 뉴질랜드에 투자한다면 어떤 분야가 유망할까.

“건설이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유망해 보인다. 한국은 자본력과 기술력도 있고, 규모가 큰 자국 시장과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큰 기업이 많진 않지만, 창의적인 작은 회사들이 많다. 지난 몇 년 동안 뉴질랜드와 한국의 기업과 투자자들을 연결해주는 작업을 해왔는데 결과가 좋았다.”

-뉴질랜드는 ‘미래 지향적 교육’을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는 교육 선진국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교육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나.

“뉴질랜드의 교육은 지식의 전달 보다 비판적인 사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한국의 교육과 다르다. 뉴질랜드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수 있도록,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가르친다.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은 많이 강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면서 각자 생각하고 의견을 표현하도록,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이끈다.”

뉴질랜드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이코노미스트 산하 싱크탱크 EIU가 2019년 3월 발표한 ‘미래를 위한 교육지수’에서 영어권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뉴질랜드 와인 재배지역의 가을 풍경. /트위터 캡처

-지난 1년간 한국에서 뉴질랜드 와인 판매가 132%나 증가했다. 주요 와인 수출국 중 판매 증가율 1위다. 한국에서 먼저 알려진 호주 와인과 뉴질랜드 와인은 어떤 차이가 있나.

“뉴질랜드와 호주는 기후가 매우 다르다. 호주는 더운 기후에서 잘 자라는 포도를 생산한다. ‘쉬라즈’나 ‘카베르네 소비뇽’ 처럼 묵직한 레드와인이 전형이다. 뉴질랜드는 호주와 달리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포도로 와인을 재배한다. 특정한 기후와 토양이 합쳐져서 매우 독특한 와인 맛을 만들어 내는데, 특히 ‘소비뇽 블랑(화이트와인)’으로 유명하다. 레드 와인 중에는 프랑스의 ‘버건디’ 와인과 비슷하지만 좀더 가벼운 ‘피노누아’도 많이 생산한다 역시 서늘한 기후에 맞는 품종이다.”

-뉴질랜드 와인과 어떤 음식이 잘 어울릴까.

“너무 매운 음식만 아니라면, 소비뇽 블랑과 ‘피노 그리’ 등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은 묵직한 레드와인 보다 비빔밥이나 해산물이 들어간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린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