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로나 사망 42명..백신 전무, 보건·영양상태 열악해 최악 위기

서동준 기자 2022. 5. 1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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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주민들이 농사일하고 있다. 북한의 봉쇄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농업 생산량에도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신규 발열자가 하루새 30만명 가까이 발생하고 15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말부터 누적 발열자는 82만620여명, 누적 사망자는 42명에 이른다. 북한의 매우 낮은 백신 접종률, 낙후된 보건체계, 열악한 건강상태가 코로나19와 맞물려 최악의 사망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주 초에 북한에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논의할 실무접촉을 제안할 방침이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에 29만6180여명의 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15명이 사망했다고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말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북한의 누적 발열자는 82만 620여명이며 이 가운데 49만6030여명이 완쾌됐고, 32만4천55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누적 사망자 수는 42명이다. 2020년 말 기준 북한 인구 2537만명 중 3.2%가 발열 증상을 보인 셈이다.

북한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년 3개월에 걸쳐 굳건히 지켜온 우리의 비상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 발생했다”며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020년 3월 200명 가까운 북한 군인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거나, 지난해 3월 함경북도에서 100명의 사망자와 1만3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등의 북한 내부 소식이 밖으로 전해지기도 했으나 당국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북한은 이번 코로나19 감염자의 검체에 대해 유전자 분석한 결과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알려진 BA.2 변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 델타 변이보다 중증화율은 낮지만 전파력이 두 배 이상 높다. 

북한은 즉시 강력한 봉쇄 전략을 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전국의 모든 도·시·군에서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생산·거주단위별 격폐 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중요하다”며 “주동적으로 지역들을 봉쇄하고 유열자(발열자)들을 격리 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해 전파 공간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당부했다.

또 김 위원장은 14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에서 “우리의 방역 부문이 다른 나라 선진국들의 방역 정책과 방역 성과와 경험들을 잘 연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현 북한 상황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는 지난달 12일 북한에 배정된 코로나19 백신이 없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에도 백신을 평등하게 공급하기 위해 설립돼 현재 165개국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코백스 퍼실리티가 공급하는 백신을 한 차례도 수령하지 않고 특별히 거부한다는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최근에도 한국, 중국이 백신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북한이 이를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통일부는 15일 “북한 내 코로나 확산 상황 및 신속한 대응 필요성 등을 감안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북측에 관련 제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6일쯤 취임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초에 실무 접촉을 제안하는 전통문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발열자를 관리할 의료시스템의 낙후도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가 2019년 전염병 예방, 검사, 대응 능력에 대한 국가보건의료체계 조사 결과 북한은 195개국 중 193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특히 실시간 감시와 보고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북한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한 국가는 적도 기니와 소말리아다.

북한 주민의 건강상태도 매우 열악하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와 유엔아동기구는 지난해 12월 '2021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식량안보와 영양' 공동보고서를 통해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이 영양결핍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38개국 가운데 가장 많다. 영유아, 임산부, 고령자, 기저질환자의 영양 상태가 빈약할 경우 코로나19 감염 시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봉쇄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도 전망되고 있다. 봉쇄 조치는 코로나19 초기 유행을 막는 가장 강한 조치이기는 하나 산업·경제적 활동이 중단되며 매우 큰 경제적 손실을 일으킨다. 북한이 모범 국가로 꼽은 중국도 올해 초부터 선전, 광정우,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상당한 재정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은행 노무라는 중국의 봉쇄 조치로 45개 도시 3억7300만명의 발이 묶였으며 이를 연간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하면 7조2000억달러(약 9244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달 10일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식량 배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5월 모내기 작업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향후 수확량이 감소하는 등 더 큰 피해가 닥쳐올 가능성도 다분하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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