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장점을 잃었던 류현진, 다시 되찾고 귀환했다[이재호의 스탯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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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맨드(Command).'
가히 '커맨드하면 류현진'이었다.
잘 던졌다, 못 던졌다는 표현이 아닌 '커맨드'를 단어를 쓰며 류현진의 부진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커맨드가 잡힌 류현진은 달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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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커맨드(Command).'
국내에서는 '제구', '컨트롤'과 같은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되지만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커맨드는 분명 제구-컨트롤과는 다른 용어인 것을 알고 있다.
커맨드에 대해 굳이 해석하자면 '원하는 스트라이크존 안쪽과 바깥쪽 위치에 그 구종의 정확한 궤적과 속도로 흔들리지 않고 던지면서, 스트라이크를 원할 때는 스트라이크를, 상대 스윙을 유도한다면 이 역시 유도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커맨드가 좋다', '커맨드가 일정하다'는 말은 단순히 '공이 좋다', '공이 빠르다', '묵직하다'는 칭찬을 넘어 고차원의 칭찬이다.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늘 '커맨드가 좋은' 투수였다. 류현진이 평균 90마일도 되지 않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은 중요치 않다. 투구의 목적은 타자가 치게 하지 못하는 것이지 빠르게 던지는데 의의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가히 커맨드로 90마일도 되지 않는 공으로 메이저리그 최고투수상인 사이영상 투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가히 '커맨드하면 류현진'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17일(이하 한국시간) 류현진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4이닝 5실점으로 매우 부진하자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류현진은 또다시 커맨드가 흔들렸다. 너무 많은 공이 가운데로 몰렸고 대가를 치러야 했다.류현진은 커맨드가 될 때 정말 좋은 투수지만 지금은 그게 되지 않는다."
잘 던졌다, 못 던졌다는 표현이 아닌 '커맨드'를 단어를 쓰며 류현진의 부진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류현진의 투구 탄착점을 보면 스트라이크존을 완전히 벗어나는 공이 매우 많았다(그림1).
이렇게 누가봐도 볼인 공이 양쪽 바깥과 밑으로 오다보니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와 명확하게 구분이 돼 방망이를 내지 않았다. 이런 공이 쌓이면서 볼카운트가 불리해지자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나왔고 장타와 실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패스트볼 구속도 팔뚝부상이 있었기에 매우 느렸다(4월 17일 속구 평균 88.7마일, 5월 15일 속구 평균 90.3마일).
원하는 곳에 원하는 궤적과 속도로 넣지 못했고 상대 스윙 유도도 실패한 커맨드의 부재로 류현진은 4이닝 5실점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그리고 28일간의 절치부심 끝에 류현진이 돌아왔다.
15일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 원정경기. 류현진은 1회말 시작부터 선두타자 얀디 디아즈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며 불안했다. 홈런을 맞은 직후가 투수들에겐 가장 위험한 순간. 하지만 류현진은 후속타자를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치는 공으로 뜬공을 유도했다(그림2).
4회에도 선두타자 안타를 허용한 후 뜬공에 이어 단타를 내주며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 우타자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체인지업을 던졌고 이를 친 타자 덕에 병살타로 위기에서 탈출했다(그림 3). 위기 상황에서 딱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절묘한 공들로 위기에서 탈출해낸 것이다.
결국 이날 류현진의 투구 탄착군을 보면 물론 심하게 볼로 빠져나간 공이 없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걸치게 투구해냈다(그림4). 특히 9번 브렛 필립스를 제외하곤 모두 우타자(스위치 타자 포함)를 내며 좌투수 류현진을 견제한 탬파베이 타선에 우타자가 가장 치기 힘든 바깥쪽 낮은공을 체인지업으로 수없이 정확히 던져내며 많은 땅볼과 헛스윙을 만들어냈다.
물론 고작 한 경기다. 계속해서 이렇게 커맨드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뛰어난 커맨드를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건 커맨드가 잡힌 류현진은 달랐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 후 찰리 몬토요 감독의 말이다.
"류현진은 오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해냈고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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