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저널리즘, 멈추지 않고 한발 더

정은주 2022. 5.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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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 34주년]
언론 본연의 책무인 권력감시부터
불평등 해소·양성평등 의제화 앞장
한겨레의 길, 도전은 계속될 것
한겨레 사옥 설계도면을 재현한 모형.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 현대건축운동의 흐름을 살펴보는 취지로 열렸던 기획전 ‘종이와 콘크리트’에 출품됐을 때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창간 34돌을 맞아 <한겨레>가 걸어온 지난 1년을 되돌아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외면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한겨레 서포터즈 벗’을 출범시키며 지난해에 ‘신뢰 저널리즘’을 다짐했지만 한겨레의 약속은 미완성입니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감시와 실험 멈추지 않겠습니다

권력 감시는 언론의 책무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을 구성하는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에 한겨레가 힘써온 이유입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를 둘러싼 ‘부모 찬스’ 의혹 등을 한겨레가 앞장서 제기해왔습니다. 한 후보자 등은 한겨레 취재기자를 고소·고발하며 압박해왔지만 한겨레는 권력 감시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선 후보 역량을 검증하는 감시자로서 한겨레가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따져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후보자의 정책과 발언이 정확한 사실인지 확인하고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심층 취재하는 데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봅니다.

미약하나마 취재·보도 관행을 바꾸는 실험은 했습니다. 유권자 참여형 대선 정책 기획보도 ‘나의 선거, 나의 공약’을 기획하면서 시민 유권자 138명을 만났는데 대부분 실명으로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한겨레 2기 저널리즘책무위원장을 맡은 박재영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부)는 “대선 후보자가 아니라 시민을 중심으로 선거 의제를 풀어간 장점이 돋보였고 무엇보다 실명 보도에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획이 주목받는다는 건 역설적으로 한겨레가 취재보도준칙에서 ‘취재원 실명 표기’ 원칙을 세웠지만 이를 일상적 보도에서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불평등·성평등, 한발 더 들어가겠습니다

한겨레가 오랫동안 관심 기울여온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탐사보도 ‘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을 통해 드러냈습니다. 기획부동산에 위장 취업해 그들의 영업 방식과 저소득층의 피해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했지만 대안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불평등데스크를 신설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 두드러진 불평등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각 전문가와 협업하며 불평등 해소 방안을 모색하는 데 앞장서려 합니다.

성평등 사회도 한겨레가 창간 초기부터 지향해온 목표입니다. 국내 언론 처음으로 젠더데스크와 젠더팀을 만들었고 성범죄 보도 등에 적용할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연속 보도한 ‘젠더데이터, 빈칸을 채우자’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내 살인이 친족 살인으로 뭉뚱그려져 별도 데이터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사실 등 성별 분리를 하지 않은 기존 통계의 문제점을 의제화했습니다.

한겨레 뉴스 속 젠더 불균형은 여전합니다. 오피니언 내·외부 필진 구성만 보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배 이상 많습니다. 프로그램 출연자의 성비를 50 대 50으로 동등하게 맞추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영국 <비비시>(BBC)에 견주면 더욱 분발해야 할 과제가 분명합니다.

기후변화 보도, 의지를 갖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2020년 4월 ‘기후변화팀’을 꾸린 한겨레는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현장에서 세계 기후운동을 이끄는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지난 1월에는 기후변화 콘텐츠를 모아 볼 수 있는 누리집 ‘기후변화&’도 열었습니다. 기후위기 관점에서 정치·사회·경제 등 현안을 진단한 심층 기사와 칼럼, 기후변화 문제를 소개하는 영상 등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보완할 점도 적지 않습니다. 한겨레 제9기 열린편집위원회 위원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일부 (기후위기) 기사에서는 수치가 너무 많이 제공돼 전문성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열린편집위원 임자운 변호사는 “지면이나 홈페이지에서 기후위기를 부각해서 다룬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고 밝혔습니다.

신뢰 저널리즘을 향한 한겨레의 도전은 올해도 지속할 것입니다. 성과가 당장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 성찰과 혁신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은주 편집국 콘텐츠총괄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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