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밴드 '유로비전'서 우승.. "음악은 평화"

윤수정 기자 2022. 5.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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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조 '칼루시', 결승 25국 중 1위
1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유로비전 2022’에서 모국어로 쓴 곡‘스테파니아’로 우승한 우크라이나 6인조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곁에 서주셔서 감사합니다!”

14일(현지 시각) ‘유로비전 2022′에서 우승한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의 리더 올레흐 프시우크가 감격에 찬 표정으로 유로비전의 상징인 마이크 모양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 알피투어 아레나에선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렸고, 객석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사회자는 “아름다운 광경”이라며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 음악은 평화”라고 말했다.

유로비전은 매년 전 세계 2억명이 시청하는 유럽 최대 팝음악 축제다. 유럽 각국 대표팀이 1곡씩 들고 나와 토너먼트 공연을 겨루고, 심사단과 시청자 표를 합산해 유럽 최고의 곡을 뽑는다. 아바(ABBA), 셀린 디옹 등을 발굴한 대회로도 유명하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포함 유럽 25국이 결승에 진출했다.

우크라이나의 우승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올해 의미는 과거와 달랐다. 러시아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인들의 지지가 표출된 것. 유럽 시청자들은 우크라이나 팀에 몰표를 보냈다. 결승전에서 칼루시 오케스트라와 맞붙은 상대는 유로비전 대회의 재정 후원국으로서 자동 진출한 영국의 샘 라이더. 심사단 투표에선 그가 1위로 4위인 우크라이나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낸 표가 우크라이나로 몰리면서 역전이 벌어졌고, 결국 우크라이나(631점)가 영국(466점)을 큰 표 차로 이겼다.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합(EBU)도 애초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물어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대회 참가 자격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날 유럽 최고의 곡이 된 ‘스테파니아’는 리더 프시우크가 어머니에게 바친 헌정곡. 구슬픈 우크라이나 민요와 전통 피리 연주에 속사포 랩을 더했다. 특히 ‘부서진 길을 지나/항상 당신에게 갈 거야’ 등의 가사가 현재 진행형인 전쟁에 대한 애도로 읽혀 화제가 됐다. 이번 무대에선 가사를 모두 자신들의 모국어로 노래하는 칼루시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전 유럽 국가들의 TV에서 생중계됐다.

이들은 본래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칼루시에서 결성된 3인조 힙합 그룹 ‘칼루시’를 6인조 밴드로 개편해 참가했다. 전쟁 발발 이후 멤버들은 모두 징집 대상 연령이었지만 특별허가로 이탈리아에 입국했다고 한다. 밴드 리더 프리우크는 대회 직전 영국 BBC 인터뷰에서 “현재 우크라이나엔 모든 방식의 승리가 매우 소중하다”고 했다. 자신들의 유로비전 우승이 우크라이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계기라고 봤다는 것. 이들은 유로비전 공연 후 TV 중계 카메라를 향해 러시아가 공습한 자국 남부 도시 마리우폴과 제철소 아조우스탈을 언급하며 “바로 지금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이 우승함으로써 내년 유로비전 대회는 우크라이나에서 열리게 됐다. 통상 전년도 우승국이 대회 개최권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로 “우리의 용기는 세계를 감동시켰고 우리의 음악은 유럽을 정복했다”며 “자유롭고 평화롭게 재건된 마리우폴에서 참가자들과 손님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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