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이어 LNG 확보 비상… 탄산 없어 용접 못하는 사태도 온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2. 5.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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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한민국]

모든 것이 오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 이후 취약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곡물, 비료, 식용유 등의 가격이 치솟은지 오래이며 에너지 가격은 내려올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202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공급 부족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를 겪었으며, 최근에는 탄산 부족으로 인해 조선소에서 용접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강원도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소 모습./블룸버그

자동차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문 후 1년 넘게 대기해야 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으며,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EU(유럽연합)는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를 3분의 1로 낮추기 위해 중동, 아프리카 및 미국으로부터의 LNG(액화천연가스) 도입 확대 등을 담은 계획(REPowerEU)을 발표했다. 독일은 카타르와 LNG 도입을 위한 장기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대량의 LNG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및 전력요금 상승 부담은 물론,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비용만 지불하면 필요한 것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거의 모든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안정적인 자원의 확보, 그리고 공급망의 유지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 경제안보는 자국이 보유한 기술 보호 및 불법 이전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으며, 주요 경제 인프라에 대한 해킹 등 전자적 침해 활동 방지도 점차 경제안보의 대상으로 포함되는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공급망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리스크 평가 및 대응이 경제안보의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다국적기업의 해외 진출로 시작된 국제적 공급망 형성은 1990년대 냉전 종식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혁명을 맞이하면서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경제학자 리카도의 상대(비교)우위론에 입각하여 최적화된 역할을 담당하면서 경제를 발전시켰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저렴한 물건을 쏟아내었고 많은 국가는 중국에 원자재를 판매하고, 중국산 물건을 수입하면서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과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 역시 중국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진출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점차 제조업 고도화와 첨단기술 분야에 진출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점차 높여왔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의 많은 분야에서 과도할 정도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미래 첨단기술은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절대적으로 우위를 지켜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와 중국제조 2025 등 공격적인 지원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은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각종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반도체, 이차전지, 의약품, 핵심 광물 및 소재 등 4개 분야에 대해 공급망 상황을 100일 이내에 검토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분석 결과 이들 핵심 분야 모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공급망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와 대만의 반도체 업체에 미국 내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망에 대한 접근과 대응은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대처하는 사후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과 관련된 국제적 공급망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어느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아직까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공급망에 대한 분석과 관리를 어디에서 담당해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탈탄소와 에너지 전환 추진은 니켈과 구리 등 광물자원에 대한 수요 확대로 연결되지만, 자원에 대한 안정적 확보 방안은 과거 자원외교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으로 인해 누구도 손대기 싫어하는 과제가 되었다. 우리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니켈과 구리 등에 대해서도 자원 확보와 자국 내 가공 비중 확대를 통해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공급망 관리는 단순히 물자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차원을 넘어서 국제 관계와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통합적 영역이다. 넓은 시야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해야 하지만 우리의 경우 여전히 부처 간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으며,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들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산업부와 무역협회, 코트라 등이 중심이 되어 무역협회 산하에 글로벌 공급망센터를 출범시키고 관련 정보 수집 및 공급망 조기 경보시스템 운용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공급망 관리는 우리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국가들의 정책 흐름에 대한 이해와 분석 역시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지역의 정세 변화와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반도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시야를 경제력에 걸맞게 세계로 확대하고, 필요한 투자와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30년간 지속되던 세계화의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냉전 시기 우리는 국제 정세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북방 외교와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섬으로써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변화에 맞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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