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기기 쓰고 격파했더니.. 양손에선 진동이, 눈앞에선 파편이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2. 5. 16.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커버그의 꿈' 메타버스 캘리포니아 매장 가보니
9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벌링게임에 문을 연‘메타스토어’에서 한 방문객이 VR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벌링게임. 샌프란시스코만(灣) 바로 앞에 들어선 4동의 신축 건물 사이로 뫼비우스띠를 닮은 메타(옛 페이스북) 로고가 보였다. 메타가 이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 ‘메타스토어’다. 개장 전부터 수십 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144㎡ 면적 매장 안에는 선글라스 업체 레이밴과 협업해 출시한 사진·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선글라스, 화상통화 기기인 ‘포털’, VR(가상현실) 기기 ‘퀘스트2′가 전시돼 있었다. 매장 오른편 40㎡ 크기 반원 모양 공간은 VR 기기 체험존이었다. VR 기기를 머리에 쓰니 높은 산지 속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벌링게임에 들어선 메타스토어. /김성민 기자

호수 위에 운동복을 입은 강사가 등장해 주먹을 뻗는 법을 알려주더니 곧이어 블록이 다가왔다. 블록을 격파하니 양손의 컨트롤러에서 진동이 울리고 화면엔 파편이 튀겼다. 15분간의 VR 권투 게임 체험 후 기기를 벗었지만 어지럽지 않았다. 마틴 길라드 메타 스토어 책임자는 “이 매장의 목표는 메타버스가 실현된 미래를 엿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매장을 나설 때 우리 제품이 메타버스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벌링게임에 들어선 메타스토어. /김성민 기자

◇메타버스 엿보는 첫 오프라인 매장

메타는 지난해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현재 이름으로 바꾼 뒤 공격적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구축에 나섰다. 메타가 그리는 미래는 메타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게임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운동하며 일을 하는 모습이다. 메타스토어가 들어선 곳도 메타의 메타버스 개발 조직 ‘리얼리티 랩스’ 사무실 건물이다. 메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VR 기기 관련 많은 실험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얻는 고객 경험을 개발에 바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메타는 메타버스 구축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 구축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이것은 전에 없던 것이고 사회적 연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했다. 메타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올가을 출시할 VR 기기 신제품 ‘프로젝트 캠브리아’의 핵심 기능을 공개했다. 이 기기의 특징은 착용해도 마치 AR글래스처럼 바깥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실제 환경에 가상현실을 자연스럽게 덧입힐 수 있는 기능이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결합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타는 2024년까지 총 4종의 VR 기기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의 웹 버전도 올해 안에 선보이며 메타버스 구현을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엇갈리는 시각

테크 업계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중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가상 세계에서 지금보다 많은 일을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지난 1월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가 통합되면서 메타버스가 최우선순위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도 지난 8일 “메타버스는 진짜이고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을 겨냥해 애플·MS·구글·스냅 같은 빅테크들은 경쟁적으로 메타버스 관련 VR·AR(가상·증강현실) 기기를 개발 중이고, 세계적 완구 회사 레고도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스와 손잡고 어린이용 메타버스 구축에 나섰다.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메타버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현실과 가상을 결합한 복합 현실이 등장하겠지만 메타가 생각하는 것처럼 전면적이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메타가 매 분기 20억~30억달러(약 2조~3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밑 빠진 독’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반 스피겔 스냅 CEO는 지난달 자사의 연례 개발자 대회에서 “메타버스는 모호한 개념”이라고 꼬집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작년 12월 “우리가 메타버스 세상 속으로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며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마케팅 유행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