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12] 선생님께 사랑을

강헌 음악평론가 2022. 5. 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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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 ‘To Sir with Love’(1967)
Lulu ‘To Sir with Love’

1960년대 말 아침에 등교할 때마다 어머니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시곤 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처럼 선생님은 임금, 아버지와 지위가 같았다. 율곡 이이는 ‘학교모범(學校模範)’에서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를 봐서는 안 되고, 스승 앞에선 개를 꾸짖어도 안 되며, 웃는 일이 있더라도 치아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우리나라에서 스승의 날이 5월 15일이 된 것은 1965년 세종대왕 탄생일을 스승을 기리는 감사의 날로 정했기 때문이다. 대만도 공자의 탄신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봉건시대 스승의 권위는 이처럼 절대적이었지만 근대로 가면서 그 권위는 점차 축소되었다. 이제는 교권 몰락을 운운하는 장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스승과 제자의 상하 관계가 눈높이 인권의 수평 관계로 진화했음을 말한다.

스승의 날 주간이면 50년이 넘도록 단골 레퍼토리로 나오는 영화와 노래가 있다. 1967년에 만든 영국 영화 ‘To Sir with Love’와 이 영화의 등장인물이기도 한 룰루가 부른 동명 영화 주제가다. 한국에선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라는 제목으로 상영했는데 이 소품 같은 영화의 주제가는 전 세계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선 이선희가 ‘아름다운 그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부르기도 했다.

이 영화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움켜쥔 명배우 시드니 포이티어가 가난하고 거친 이스트엔드 지역의 교사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학교 이야기다. 통신 기사인 주인공은 본업으로 직장을 얻기 전까지 임시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지만, 무너진 교육 현장에서 진심으로 아이들과 소통했다. 이는 사제 간 감동적 교감으로 바뀌어간다.

주제가는 이렇게 화답한다. “수다 떨며 손톱 깨물던 여학생 시절은 가버렸네요/ 하지만 내 마음속엔 그 순간들이 계속 남아있겠죠…/ 당신이 하늘을 원하면 편지를 쓰겠어요/ 수천 피트 높이 상공에 ‘선생님께 사랑을’이라고(Those schoolgirl days of telling tales and biting nails are gone/ But in my mind I know they will still live on and on…/ If you wanted the sky I’d write across the sky in letters/ that would soar a thousand feet high ‘To Sir, With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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