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넘어 관습 비판한 차상찬 역사의식 주목해야"

김진형 2022. 5. 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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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 차상찬 학술대회
심경호 고려대 교수 청오만록 분석
조선문화의 기본조사 새 관점 제시어린이·여성 주목한 사람 중심 서술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청오 차상찬 학술대회가 최근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렸다. 오른쪽 사진은 차상찬이 쓴 ‘청오만록’.



춘천 출신 청오 차상찬 선생이 일제강점기 시대에 가졌던 관습 비판의식과 인물 중심의 개혁적 역사인식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지난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2 청오 차상찬 학술대회에서는 국문학, 사학, 인류학, 문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청오의 삶과 사상을 심층 분석했다. 참석 학자들은 청오 선생이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식민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공감했다.

심경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기조발제 ‘청오만록 제1권의 각가문집초록에 대하여’를 통해 차상찬의 친필 원고에 관습 비판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고 평가했다. 심 교수는 “청오만록은 체계적 저술이 아니지만 친필원고로서 그 자체에 가치가 있고, 차상찬이 추구한 문체 미학의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과거를 회고하거나 과거 인물을 칭송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현 상황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의 의식세계를 살펴볼 중요한 단서”라고 분석했다.

차상찬이 주도한 ‘조선문화의 기본조사’에 대한 인류학적 관점의 폭넓은 분석도 나왔다. 김세건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탈식민지성 시대에 조선문화의 기본조사 다시읽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일본은 식민지화 과정에서 한국 역사를 왜곡하거나 저급한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식민지 근대화론이 해방후에도 제대로 청산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상찬 선생은 논농사와 미개간지 개발에서 강원도의 미래를 찾았는데, 일제강점기 수리농업이 발전했던 곳이 철원과 횡성 문막으로 식민지 착취가 가장 심했던 곳이기도 하다. 차상찬 선생은 이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도 했다”고 말했다.

청오 차상찬의 역사인식은 조선시대 혼란상과 반란사 중심 서술로 대표된다. 조형열 동아대 교수는 ‘천도교인 차상찬의 역사인식-별건곤 기사 분석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 “차상찬은 역사를 고정된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통치권력을 수호하는 체제옹호적 역사인식보다는 임경업 등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하는 사람들을 조명했다”고 강조했다.

엄태웅 고려대 교수는 차상찬의 두 번째 저작물인 ‘해동염사’를 고찰, 역사 속 다양한 여성 인물에 관심을 보였던 면모를 풀어냈다. 엄 교수는 “해동염사의 특징은 여성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에 주목하되 여성 역사를 세분화하고 다채로운 인물까지 소개했다는 점”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차상찬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사람에 주목한 것 같다. 소수자 처지에 놓여 있는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에 주목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결국 그는 편견을 넘어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여성’에 다가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주현 천도교 종학대학원 교수는 “‘어린이’에 연재한 차상찬의 글은 교훈적이며 민족주의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동시에 이들이 역사적 인물이 될 것을 바랐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장정희 서울대 연구교수는 “방정환의 필명으로 여겨지는 ‘삼산인’이라는 필명이 방정환 사후에도 나오는데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정용서 연세대 교수는 “색동회의 1923년 어린이 행사를 제1회 어린이날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미 천도교에서 1922년 어린이 행사를 시작했다”며 어린이날 역사에 대한 관심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경돈 성균관대 교수는 “조선문화 기본조사는 비교 대상의 확장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승은 한림대 교수는 “해동염사가 출간된 1930년대 후반은 신여성 담론이 양산됐던 시기였던 만큼 시대적 인식 속에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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